1969년 5월, 칸 영화제는 프랑스 누벨바그의 새로운 목소리를 목격했다. 에릭 로메르의 Ma Nuit chez Maud가 황금종려상 후보에 오른 것이다. 이미 10년 전 프랑수아 트뤼포가 Les Quatre Cents Coups로 칸을 뒤흔든 이래, 장 뤽 고다르, 자크 리베트, 클로드 샤브롤과 함께 '카이에 뒤 시네마' 비평가 출신들이 프랑스 영화계를 혁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로메르는 조금 달랐다. 1920년생인 그는 동료들보다 열 살 가까이 나이가 많았고, 그의 영화는 정치적 격정보다는 일상의 도덕적 딜레마에 천착했다. 누벨바그가 기존 영화 문법을 파괴하며 거리로 나섰다면, 로메르는 부르주아 지식인들의 내밀한 대화 속으로 들어갔다.
에릭 로메르와 프랑스 누벨바그.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누벨바그는 단순한 영화 운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후 프랑스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맞물려 있었다. 1950년대 말, 드골의 제5공화국 출범과 함께 프랑스는 경제적 번영을 구가했지만,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의 위선과 관습에 반발했다. 영화계에서도 '아버지의 영화'라 불리던 스튜디오 시스템과 문학적 각색 위주의 '퀄리티 시네마'에 대한 거부가 일어났다. 누벨바그 감독들은 16mm 카메라를 들고 파리 거리로 나가 즉흥적이고 개인적인 영화를 만들었다. 그들에게 영화는 소설이나 연극의 번안물이 아니라 고유한 예술 형식이었고, 감독은 작가였다. 이러한 '작가주의' 이론은 할리우드 장르 영화들을 재평가하는 동시에, 유럽 영화의 새로운 미학을 탄생시켰다.
My Night at Maud's는 로메르의 '여섯 가지 도덕 이야기' 연작 중 세 번째 작품이다. 클레르몽페랑의 엔지니어 장(장루이 트랭티냥)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성당에서 본 금발의 여인 프랑수아즈와 결혼하리라 마음먹는다. 하지만 옛 친구 비달을 만나 이혼녀 모드(프랑수아즈 파비앙)의 집에서 밤을 보내게 된다. 세 사람은 파스칼의 내기, 신앙과 확률, 사랑과 도덕에 대해 밤새 토론한다. 모드는 장을 유혹하지만, 그는 끝내 그녀와 잠자리를 갖지 않는다. 로메르는 긴 대화 장면들을 통해 인물들의 심리적 긴장을 포착한다. 흑백 화면 속에서 배우들의 미묘한 표정과 몸짓이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한다. 특히 프랑수아즈 파비앙의 자연스럽고 지적인 연기는 모드라는 복잡한 인물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My Night at Maud's (1969), 에릭 로메르 감독. ⓒ Production Company
로메르의 영화와 누벨바그 운동은 모두 '선택'의 문제를 다룬다. 누벨바그가 기존 영화 제작 방식에 대한 거부와 새로운 영화 언어의 선택이었다면, My Night at Maud's의 장은 관습적 도덕과 즉흥적 욕망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양쪽 모두에서 선택이 완전히 자유롭지도, 완전히 결정되어 있지도 않다는 점이다. 누벨바그 감독들은 경제적 제약과 기술적 한계를 창조적 자유로 전환시켰고, 장은 종교적 신념과 육체적 욕망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찾는다. 로메르는 동료들처럼 영화 문법을 혁명적으로 파괴하지는 않았지만, 영화가 철학적 사유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의 카메라는 인물들의 대화와 침묵, 망설임과 결단을 통해 인간 조건의 복잡성을 탐구한다.
누벨바그가 제기한 질문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시대에 영화란 무엇인가?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시대에 감독의 역할은 무엇인가? 로메르가 탐구한 도덕적 딜레마 역시 형태만 바뀌었을 뿐 사라지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의 즉각적 연결과 무한한 선택지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진정성 있는 관계와 의미 있는 선택을 갈구한다. 1960년대 프랑스 지식인들이 카페에서 나누던 철학적 대화는 이제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갔지만, 근본적인 질문은 그대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도덕적 선택은 더욱 복잡해진다. 알고리즘이 우리의 취향과 선택을 예측하는 시대에, 진정한 자유 의지란 존재하는가?
로메르는 2010년 1월 11일,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동료들인 트뤼포, 샤브롤도 이미 세상을 떠났고, 고다르만이 여전히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고 있다. 누벨바그는 이제 영화사의 한 장이 되었지만, 그들이 던진 화두는 여전히 살아있다. 영화는 현실을 모방해야 하는가, 아니면 현실을 변화시켜야 하는가? 예술가는 시대를 반영해야 하는가, 아니면 시대를 초월해야 하는가? My Night at Maud's의 장처럼,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 선택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자유인지 운명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선택하지 않는 것 역시 하나의 선택이다. 로메르의 영화가 보여주듯, 망설임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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