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5년 6월 18일, 벨기에 워털루 평원에서 유럽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이끄는 프랑스군 7만 2천명과 웰링턴 공작이 지휘하는 연합군 6만 8천명이 격돌한 이날, 포연 속에서 한 시대가 저물고 있었다. 엘바섬 유배에서 돌아온 나폴레옹의 백일천하는 이 평원에서 막을 내렸고, 프랑스 혁명이 유럽 전역에 뿌린 자유와 평등의 이념은 빈 체제라는 보수적 질서 앞에 무릎을 꿇었다. 워털루의 패배로 나폴레옹은 대서양 한가운데 세인트헬레나섬으로 유배되었고, 유럽은 메테르니히가 설계한 왕정복고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나폴레옹 전쟁.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나폴레옹 전쟁은 단순한 정복전쟁이 아니었다. 1799년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나폴레옹은 프랑스 혁명의 이념을 유럽 전역에 전파하는 동시에, 구체제의 봉건적 질서를 해체하는 근대화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의 군대가 지나간 자리에는 나폴레옹 법전이 뿌리내렸고, 신분제는 무너졌으며,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었다. 그러나 전쟁의 장기화는 수백만의 희생자를 낳았고, 각국의 민족주의를 자극하여 결국 프랑스에 대한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라이프치히 전투에서 패배한 나폴레옹은 1814년 퇴위했지만, 엘바섬에서 탈출하여 다시 한번 유럽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킹 비도어 감독의 War and Peace는 톨스토이의 대서사시를 스크린으로 옮긴 야심찬 작품이다. 1805년부터 1812년까지 나폴레옹 전쟁을 배경으로, 러시아 귀족 사회의 삶과 사랑, 전쟁과 평화를 그려낸다. 오드리 헵번이 연기한 나타샤 로스토바, 헨리 폰다의 피에르 베주호프, 멜 페러의 안드레이 볼콘스키는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섬세하게 구현한다. 특히 아우스터리츠 전투와 모스크바 대화재 장면은 할리우드 서사극의 정점을 보여주며,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의 나약함, 그리고 삶의 의미를 동시에 담아낸다.
War and Peace (1956), 킹 비도어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는 나폴레옹 전쟁이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을 미시적으로 조명한다. 안드레이가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부상당한 후 하늘을 바라보며 깨닫는 삶의 무상함, 피에르가 보로디노 전투를 목격하며 느끼는 전쟁의 부조리, 나타샤가 전쟁 중에도 계속되는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사랑의 의미는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 속에서 개인이 겪는 실존적 고민을 보여준다. 비도어는 나폴레옹을 단순한 정복자가 아닌, 시대정신을 체현한 인물로 그리면서도, 그의 야망이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했는지를 냉정하게 묘사한다.
나폴레옹 전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상과 현실, 혁명과 질서, 진보와 보수 사이의 긴장은 21세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현대의 분쟁들은 영토와 이념,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인류를 괴롭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폴레옹이 꿈꾼 통합된 유럽은 EU라는 형태로 실현되었지만, 브렉시트와 각국의 극우 포퓰리즘은 그 이상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낸다. 전쟁과 평화의 변증법은 여전히 우리 시대의 화두다.
톨스토이는 역사란 위대한 인물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개인들의 선택과 우연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나폴레옹의 몰락은 한 개인의 야망이 역사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음을 보여주었고, War and Peace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계속되는 인간의 삶과 사랑을 그려냈다. 오늘날 우리는 또 다른 역사의 변곡점에 서 있다. 기후변화, 인공지능, 팬데믹이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역사는 반복되는가, 아니면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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