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6월 25일,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한 모잠비크는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새벽을 맞았다. 수도 마푸토의 거리에는 독립을 축하하는 군중들이 모였지만, 이미 프렐리모와 레나모 사이의 갈등이 암운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1977년부터 본격화된 내전은 1992년까지 16년간 이어지며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중 가장 큰 희생자는 어린이들이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약 25만 명의 어린이가 전쟁 고아가 되었고, 수만 명이 소년병으로 징집되었다. 마을이 불타고 가족이 흩어지는 혼란 속에서, 어린 생명들은 총알과 기아, 질병의 삼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모잠비크 내전과 어린이.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모잠비크 내전의 비극은 단순한 이념 대립을 넘어선 복합적 갈등이었다. 사회주의 정권인 프렐리모는 급진적 개혁을 추진하며 전통적 권위를 부정했고, 이에 반발한 레나모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로디지아의 지원을 받아 게릴라전을 전개했다. 냉전의 대리전 양상을 띤 이 전쟁에서 민간인들은 양측 모두에게 희생양이 되었다. 특히 어린이들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고, 가족과 분리되어 난민 캠프를 전전하거나 무장 세력에 강제 동원되었다. 국제사회는 1989년이 되어서야 아동권리협약을 채택했지만, 모잠비크의 어린이들에게는 너무 늦은 조치였다.
리시니오 아제베도 감독의 Virgem Margarida는 독립 직후 모잠비크의 혼란을 16세 소녀 마가리다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2012년 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이 작품은 프렐리모 정권이 '재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여성들을 강제 수용한 실제 사건을 다룬다. 수미냐 말레가 연기한 마가리다는 순진무구한 시골 소녀로, 도시의 매춘부들과 함께 재교육 캠프에 끌려간다. 감독은 마가리다의 맑은 눈을 통해 이념의 광기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섬세하게 포착한다. 특히 어린 마가리다가 캠프에서 겪는 혼란과 두려움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Virgem Margarida (2012), 리시니오 아제베도 감독. ⓒ Production Company
내전 속 어린이들의 고통과 영화 속 마가리다의 시련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둘 다 어른들이 만든 이념적 갈등의 희생자이며,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폭력에 노출된다. 마가리다가 재교육 캠프에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은 내전 중 소년병으로 징집된 아이들의 심리적 외상과 겹쳐진다. 영화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전체주의가 개인, 특히 가장 약한 존재인 어린이들에게 가하는 폭력을 고발한다. 아제베도 감독은 마가리다의 순수함과 캠프의 잔혹함을 대비시켜, 이념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비인간성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모잠비크 내전이 끝난 지 30년이 지났지만,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어린이들이 전쟁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시리아, 예멘, 우크라이나에서 계속되는 분쟁은 21세기에도 어린이들의 삶이 얼마나 쉽게 파괴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Virgem Margarida가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념과 권력의 이름으로 순수한 존재들을 희생시키는 것이 정당한가?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24년 현재 전 세계 4억 6천만 명의 어린이가 분쟁 지역에 살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재교육이 아니라 보호와 사랑이다.
역사는 반복되고, 영화는 기억한다. 마가리다의 맑은 눈동자는 모잠비크 내전에서 희생된 수십만 어린이들의 침묵을 대변한다. 그들은 이념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총을 들어야 했고, 가족을 잃고 방황해야 했다. 아제베도 감독이 마가리다를 통해 보여준 것처럼,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실패를 온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존재들이다. 우리는 과연 다음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있는가? 전쟁과 폭력이 아닌, 마가리다가 꿈꾸던 평화로운 들판을 선물할 수는 없는가?

![[7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Virgem Margarida가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https://pltpjrfdfxxbnivrtoew.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films/virgem_margarida_backdrop.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