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8월 19일, 뉴욕 브루클린의 크라운 하이츠에서 한 유대인 운전자의 차량이 7세 흑인 소년 개빈 케이토를 치어 숨지게 했다. 루바비치 하시딤 유대교도인 요세프 리프시츠가 몰던 차는 신호를 위반하며 인도로 돌진했고, 소년의 사촌 앤젤라 케이토도 중상을 입었다. 경찰이 운전자를 먼저 보호하려 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흑인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날 밤, 성난 군중 속에서 29세 유대인 대학생 얀켈 로젠바움이 칼에 찔려 사망했다. 브루클린은 3일 밤낮으로 불타올랐고, 경찰차 152대가 파손되었으며 435명이 체포되었다.
브루클린 인종갈등 폭발.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크라운 하이츠는 오랜 세월 다양한 인종이 공존해온 지역이었다. 1960년대부터 카리브해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흑인 인구가 급증했고, 동시에 정통 유대교 공동체도 확장되었다. 두 집단은 같은 거리를 걷지만 서로 다른 세계에 살았다. 유대인들은 자체 구급차 서비스와 치안 조직을 운영했고, 시 당국의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흑인들은 높은 실업률과 경찰의 차별적 대우에 시달렸다. 개빈 케이토의 죽음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누적된 불평등이 폭발하는 뇌관이었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Do the Right Thing은 크라운 하이츠 사건 2년 전인 1989년에 개봉했지만, 마치 예언처럼 브루클린의 인종 갈등을 정확히 포착했다. 영화는 뉴욕에서 가장 더운 여름날, 베드포드-스타이베선트의 한 블록에서 벌어지는 24시간을 그린다. 이탈리아계 미국인 살이 운영하는 피자 가게를 중심으로 흑인, 히스패닉, 한국인, 백인들의 일상이 교차한다. 대니 에일로가 연기한 살은 25년간 흑인 동네에서 장사해온 인물로, 겉으로는 온화하지만 내면에는 우월감을 품고 있다. 스파이크 리가 직접 연기한 무키는 살의 피자 가게에서 일하며 양쪽 세계를 오가는 중재자 역할을 한다.
Do the Right Thing (1989), 스파이크 리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와 현실 모두에서 폭력은 사소한 계기로 시작되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Do the Right Thing에서는 라디오 레힘이 큰 소리로 틀어놓은 붐박스를 둘러싼 실랑이가 살인으로 이어진다. 크라운 하이츠에서는 교통사고 처리 과정의 불공정함이 3일간의 폭동을 낳았다. 두 사건 모두 일상적 마찰이 구조적 억압의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을 보여준다. 스파이크 리는 영화 말미에 마틴 루터 킹과 말콤 X의 상반된 인용구를 병치시켜 비폭력과 자기방어 사이에서 갈등하는 흑인 공동체의 딜레마를 드러낸다. 크라운 하이츠의 주민들도 같은 갈림길에 서 있었다.
크라운 하이츠 사건 이후 33년이 지난 지금, 브루클린은 젠트리피케이션의 물결 속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었다. 한때 인종 갈등의 최전선이었던 거리들은 이제 고급 카페와 부티크로 채워졌다. 그러나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보여주듯 인종 문제의 본질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갈등의 양상은 더욱 복잡해졌다. 젊은 백인 전문직 종사자들이 유입되면서 오랜 거주민들은 밀려나고 있다. 크라운 하이츠의 유대인과 흑인 공동체도 공통의 적 앞에서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스파이크 리는 Do the Right Thing에서 "옳은 일을 하라"는 제목을 던지지만 무엇이 옳은 일인지는 끝내 답하지 않는다. 크라운 하이츠의 비극도 마찬가지다. 개빈 케이토와 얀켈 로젠바움, 두 젊은 생명의 죽음은 누구에게도 정의가 되지 못했다. 폭력은 상처만 남기고 문제의 근원은 그대로였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옳은 일"은 무엇일까? 서로 다른 공동체가 같은 공간에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10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크라운 하이츠의 주민들도 같은 갈림길에 서 있었다](https://pltpjrfdfxxbnivrtoew.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films/do_the_right_thing_backdrop.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