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11월 6일, 모로코의 하산 2세 국왕은 35만 명의 비무장 시민을 이끌고 서사하라로 행진했다. '녹색 행진'이라 불린 이 대규모 평화 시위는 스페인이 떠난 서사하라 지역을 모로코가 차지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었다. 같은 해 스페인이 철수를 발표하자, 모로코와 모리타니아는 서사하라를 분할 점령했고, 원주민인 사하라위족의 폴리사리오 전선은 즉각 독립을 선언했다. 이렇게 시작된 서사하라 분쟁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채 '아프리카의 마지막 식민지'라는 오명을 남기고 있다.
서사하라 분쟁.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서사하라는 풍부한 인산염 매장량과 대서양 연안의 어업 자원을 보유한 전략적 요충지다. 유엔은 1960년대부터 이 지역을 '비자치 지역'으로 규정하고 주민투표를 통한 자결권 행사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모로코는 서사하라를 자국 영토로 간주하며 대규모 정착촌을 건설했고, 2,700km에 달하는 모래 방벽을 세워 폴리사리오 통제 지역과 분리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만 명의 사하라위족이 알제리 틴두프 지역의 난민캠프로 피신했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2009년 개봉한 비올레타 아얄라 감독의 다큐멘터리 Stolen은 서사하라 분쟁의 가장 비극적인 단면을 조명한다. 영화는 1975년 이후 모로코 당국에 의해 강제로 가족과 분리된 사하라위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추적한다. 호주로 입양된 페티투, 쿠바에서 교육받은 나나, 그리고 수십 년 만에 가족을 찾아 나선 이들의 여정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아얄라 감독은 5년간의 취재를 통해 이산가족들의 증언을 생생하게 기록했고, 정치적 갈등 속에서 개인이 겪는 상실과 정체성의 혼란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Stolen (2009), 비올레타 아얄라 감독. ⓒ Production Company
역사는 종종 거대 담론으로 기록되지만, Stolen은 그 틈새에서 사라진 개인의 목소리를 복원한다. 서사하라 분쟁이 영토와 자원을 둘러싼 국가 간 대립으로 이해되는 동안, 정작 그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묻혀왔다. 영화 속 인물들이 수십 년 만에 가족을 만나는 장면은 정치적 경계가 만들어낸 인간적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마치 한국전쟁 이산가족의 아픔처럼, 서사하라의 분단은 혈연의 끈을 무참히 끊어놓았고, 그 상처는 세대를 거쳐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 서사하라 문제는 여전히 교착 상태에 있다. 2020년 모로코가 이스라엘과 수교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서사하라 주권을 인정받았지만, 유엔과 아프리카연합은 여전히 주민투표를 통한 해결을 주장한다. 틴두프 난민캠프에는 여전히 17만 명의 사하라위족이 거주하며, 3세대에 걸친 난민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 젊은 사하라위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계에 알리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은 여전히 미미하다.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서사하라는 '잊혀진 분쟁'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Stolen이 보여주듯, 정치적 해결만큼 중요한 것은 개인의 삶을 복원하는 일이다. 강제 분리된 가족들이 재회하고, 잃어버린 정체성을 되찾는 과정은 진정한 평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영토와 자원이라는 거대한 이익 앞에서, 한 개인의 삶과 가족의 가치는 얼마나 무게를 지니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도난당한' 삶들을 어떻게 되돌려줄 수 있을까?

![[10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오늘날 서사하라 문제는 여전히 교착 상태에 있다](https://pltpjrfdfxxbnivrtoew.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films/stolen_backdrop.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