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지 불과 두 달 후인 11월 13일, 카불이 탈레반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북부동맹군이 도시로 진입하자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한 소년이 연을 들고 하늘을 향해 달려갔다. 5년간 금지되었던 연날리기가 다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BBC 기자 존 심슨이 포착한 이 장면은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파란 하늘을 가르는 연은 자유의 상징이 되었고, 소년의 웃음은 희망의 증거가 되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소년.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탈레반 정권은 1996년부터 음악, 영화, 춤과 함께 연날리기도 금지했다. 이들에게 연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비이슬람적 타락'의 상징이었다. 아이들은 연 대신 총을 들어야 했고, 하늘 대신 땅만 바라보아야 했다. 연을 날리다 적발되면 공개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2001년 11월 13일, 미국의 공습과 북부동맹의 진격으로 탈레반이 퇴각하자 카불 시민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연을 하늘에 띄우는 것이었다. 억압된 일상의 회복이 곧 해방의 시작이었다.
마크 포스터 감독의 The Kite Runner(2007)는 칼레드 호세이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70년대 카불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부유한 소년 아미르와 하인의 아들 하산의 우정을 그린다. 연날리기 대회에서 우승한 날, 하산이 겪은 끔찍한 폭행을 외면한 아미르는 평생의 죄책감을 안고 산다. 소련 침공으로 미국으로 망명한 후에도 그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20년 후 탈레반 치하의 카불로 돌아간 아미르는 하산의 아들 소랍을 구출하며 속죄의 길을 찾는다.
The Kite Runner (2007), 마크 포스터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 속 연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의 역사 그 자체다. 1970년대 연날리기 대회의 활기찬 장면은 평화로웠던 과거를 상징한다. 탈레반 시대 금지된 연은 잃어버린 자유를 의미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미국에서 소랍과 함께 연을 날리는 아미르의 모습은 상처의 치유와 새로운 시작을 암시한다. 2001년 11월 카불의 소년이 날린 연처럼, 영화 속 연도 억압에서 벗어난 인간 본성의 회복을 보여준다.
2021년 8월, 탈레반이 다시 카불을 점령했다. 20년 만의 귀환이었다. 연날리기는 또다시 금지되었고, 여성들은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당했다. 2001년 11월의 희망은 신기루였을까. 그러나 카불의 지하에서는 여전히 비밀 학교가 운영되고, 집 안에서는 아이들이 작은 연을 만든다고 한다. 억압은 반복되지만 저항도 계속된다. 하늘을 향한 인간의 갈망은 그 어떤 권력도 완전히 짓누를 수 없다.
연은 바람이 있어야 난다. 바람이 없는 날에도 우리는 뛰어서 바람을 만든다. 2001년 카불의 소년도, The Kite Runner의 아미르도 그렇게 뛰었다. 상처와 죄책감을 안고도, 폭압과 전쟁 속에서도 인간은 계속 뛴다. 연을 날리기 위해, 자유를 되찾기 위해, 그리고 용서받기 위해. 우리가 오늘 날리는 연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향해 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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