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5일, 위키리크스는 9만 1천여 건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기밀문서를 공개했다. 호주 출신의 해커이자 언론인 줄리안 어산지가 이끄는 이 내부고발 사이트는 뉴욕타임스, 가디언, 슈피겔과 함께 미군의 민간인 학살, 파키스탄 정보부와 탈레반의 연계, 그리고 은폐된 전쟁의 진실을 세상에 드러냈다. 이어 10월에는 이라크 전쟁 문서 40만 건이, 11월에는 미 외교전문 25만 건이 공개되며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런던의 에콰도르 대사관, 벨마시 교도소,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진 어산지의 도피와 구금은 21세기 가장 논란적인 언론 자유 투쟁의 상징이 되었다.
줄리안 어산지와 위키리크스.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위키리크스 사건은 단순한 기밀 유출을 넘어 정보 시대의 권력 구조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미국 정부는 어산지를 스파이 활동 혐의로 기소했고, 브래들리 매닝(현 첼시 매닝)은 3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전 세계 언론인과 인권단체는 이를 언론의 자유에 대한 탄압으로 규정했다. 국가 안보와 시민의 알 권리, 외교적 기밀과 민주적 투명성 사이의 경계는 어디인가? 디지털 시대에 내부고발자는 반역자인가 영웅인가? 이 사건은 민주주의의 본질, 즉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되묻게 만들었다.
빌 콘돈 감독의 The Fifth Estate는 위키리크스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분열을 다룬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열연한 줄리안 어산지와 다니엘 브륄이 연기한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상주의적 해커 집단이 어떻게 세계 최강대국과 맞서게 되었는지를 그린다. 영화는 2007년 케냐 대선 부정 폭로부터 2010년 외교전문 공개까지를 다루며, 정보 공개의 대의와 그로 인한 인명 피해 가능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특히 컴버배치는 어산지의 카리스마와 편집증, 이상주의와 자기도취가 뒤얽힌 복잡한 내면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The Fifth Estate (2013), 빌 콘돈 감독. ⓒ Production Company
역사적 사건과 영화는 '진실'이라는 화두를 공유한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전쟁의 진실과 영화가 보여주는 어산지의 진실은 모두 다층적이고 모순적이다. 국가는 안보를 명분으로 진실을 은폐하고, 어산지는 투명성을 명분으로 타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렸다. 영화는 이 딜레마를 단순한 선악 구도로 환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보 공개의 윤리적 복잡성, 권력과 저항의 변증법적 관계, 그리고 디지털 시대 저널리즘의 새로운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진실은 그 자체로 선한가, 아니면 맥락과 결과를 고려해야 하는가?
2024년 말, 어산지는 미국과의 사법 거래로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그가 제기한 질문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팬데믹 정보 공개, 전쟁 보도 검열, AI 시대의 딥페이크까지, 정보의 진위와 공개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모든 이를 잠재적 내부고발자로 만들었고, 국가 감시 기술은 더욱 정교해졌다. 에드워드 스노든, 리얼리티 위너, 그리고 수많은 익명의 고발자들이 어산지의 뒤를 이었다. 우리는 더 많은 진실을 알게 되었지만, 과연 더 자유로워졌는가?
위키리크스와 The Fifth Estate는 모두 정보 시대의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들려준다. 신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대가로 영원한 형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처럼, 어산지는 국가 권력의 비밀을 훔쳐 대중에게 공개한 대가를 치렀다. 그러나 불이 문명의 시작이자 파괴의 도구였듯, 정보 또한 해방과 혼란을 동시에 가져왔다. 우리는 이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가? 그리고 그 진실로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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