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4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 방기는 셀레카 반군의 손에 떨어졌다. 프랑수아 보지제 대통령이 권좌에서 쫓겨나고 미셸 조토디아가 새로운 지도자로 등극한 그날, 도시는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슬람계 셀레카와 기독교계 안티-발라카 민병대 간의 충돌은 종교 전쟁의 양상을 띠었지만, 그 이면에는 다이아몬드와 금, 우라늄을 둘러싼 자원 쟁탈전이 도사리고 있었다. 한때 '아프리카의 스위스'로 불렸던 이 나라는 순식간에 지옥도로 변모했고, 수도 방기의 거리에는 시신들이 즐비했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수천 명이 목숨을 잃은 뒤였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전.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비극은 단순한 종교 갈등으로 설명될 수 없다.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이 나라는 끊임없는 쿠데타와 정치적 혼란을 겪어왔다. 장 베델 보카사의 잔혹한 독재, 외국 용병들의 준동, 그리고 국제사회의 무관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2013년 내전은 이러한 역사적 트라우마가 폭발한 결과였다. 프랑스군의 개입과 유엔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방기는 여전히 무법천지였다. 병원과 학교는 약탈당했고, 종교 시설들은 피난민 수용소로 변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전쟁범죄 조사에 착수했지만, 정의 실현은 요원해 보였다.
Bangui, City of the Dead는 2019년 다수의 현지 감독들이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로, 내전 이후 방기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카메라는 폐허가 된 거리, 난민 캠프의 비참한 일상,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증언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모호해진 현실이다. 어제의 이웃이 오늘의 적이 되고, 살인자였던 소년병이 다시 평범한 아이로 돌아가려 애쓰는 모습은 관객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감독들은 선동적인 내레이션 대신 침묵과 응시로 진실을 전달한다. 부서진 성당의 십자가 앞에서 기도하는 무슬림 여인의 모습은 이 영화가 추구하는 화해의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Bangui, City of the Dead (2019), 다수 감독 감독. ⓒ Production Company
역사적 사건과 다큐멘터리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구조를 지닌다. 2013년 내전이 종교적 증오라는 표면 아래 경제적 탐욕과 정치적 야욕을 숨기고 있었듯, 영화 역시 겉으로 드러난 폭력 너머의 진실을 파헤친다. 카메라가 포착한 것은 단순한 죽음의 도시가 아니라, 그 속에서도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가려는 인간의 의지다. 방기의 시장에서 장사를 재개한 상인들, 무너진 교실에서 수업을 계속하는 교사들,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이웃들이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들은 역사책이 놓치기 쉬운 일상의 용기를 보여준다. 내전과 영화 모두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역설적 진실을 증명한다.
2025년 현재,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의 개입, 중국의 자원 외교, 프랑스의 영향력 쇠퇴 등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했지만, 방기 시민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에 시선을 빼앗긴 채 또다시 아프리카를 잊어가고 있다. 그러나 Bangui, City of the Dead가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것은 망각의 위험성이다. 카메라에 담긴 증언들, 폐허 속의 일상들, 그리고 화해를 향한 미약한 시도들은 우리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인류의 상처다. 다큐멘터리는 역사가 되고, 역사는 다시 영화가 되어 순환한다.
방기의 비극은 단순히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종교와 인종, 자원을 둘러싼 갈등은 인류 역사의 영원한 숙제처럼 반복된다. Bangui, City of the Dead의 감독들이 선택한 침묵의 미학은 어쩌면 가장 웅변적인 고발일지 모른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참상 앞에서 카메라는 그저 응시할 뿐이다. 그 응시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문명은 과연 진보하고 있는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종교의 이름으로, 자원의 이름으로 이웃을 죽이는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 방기의 죽음의 도시에서 되살아나려 몸부림치는 생명들을 보며, 우리는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인류의 운명을 목도한다. 과연 우리에게 타인의 고통을 외면할 권리가 있는가?

![[1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역사적 사건과 다큐멘터리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구조를 지닌다](https://pltpjrfdfxxbnivrtoew.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films/bangui_city_of_the_dead_backdrop.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