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세상
세계와 스크린 사이
1월 2째주 · 2025
[1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이는 단순한 경제적 격차를 넘어 문화적, 정서적 단절을 보여준다
영화로 세상을 보다

[1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이는 단순한 경제적 격차를 넘어 문화적, 정서적 단절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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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30일, 칸 국제영화제.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 한국 영화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러나 더 주목할 것은 그가 수상 소감에서 던진 한 마디였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마르틴 스코세이지의 말을 인용하며, 그는 한국이라는 특수한 토양에서 자라난 계급 문제가 어떻게 보편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 증명했다. 이날 레드카펫을 밟은 한국 배우들의 환한 미소 뒤에는, 영화가 담아낸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역사 사건

한국 계급 사회의 민낯.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한국의 계급 사회는 조선 시대 양반제도부터 시작된 오랜 역사를 지닌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전통적 신분제는 무너졌지만, 196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은 새로운 형태의 계급 구조를 만들어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중산층의 몰락과 양극화의 시작을 알렸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를 더욱 고착화시켰다. 특히 부동산 가격 폭등은 '수저 계급론'이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로 대변되는 이 표현은 개인의 노력보다 태생적 조건이 삶의 궤적을 결정한다는 체념적 인식을 담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Parasite는 반지하에 사는 김기택 가족과 언덕 위 대저택에 사는 박동익 가족의 대비를 통해 현대 한국의 계급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송강호가 연기한 기택은 실직한 가장으로, 가족과 함께 피자 박스를 접으며 근근이 살아간다. 이선균이 연기한 동익은 글로벌 IT 기업의 CEO로,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저택에 산다. 영화는 기택의 아들 기우가 과외 교사로 위장 침투하면서 시작되는 두 가족의 기묘한 동거를 그린다. 특히 송강호의 절제된 연기는 존엄을 잃어가는 하층민의 비애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영화 스틸

Parasite (2019), 봉준호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 속 수직적 공간 구조는 한국 사회의 계급 구조를 그대로 반영한다. 반지하, 계단, 언덕 위 저택으로 이어지는 공간의 위계는 곧 사회적 위계를 시각화한다. 특히 폭우가 쏟아지는 장면에서 물은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며, 상류층의 '인콘비니언스'는 하류층의 재앙이 된다. 영화가 포착한 '선 넘지 않기'의 미학은 한국 사회가 유지해온 보이지 않는 계급 장벽을 상징한다. 부자는 가난한 이들의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가난한 이들은 부자의 공간에서 자신을 지울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격차를 넘어 문화적, 정서적 단절을 보여준다.

2025년 현재, 영화가 던진 질문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부동산 가격은 계속 치솟고, 청년들은 '헬조선'을 외치며 해외로 눈을 돌린다. MZ세대는 공정과 능력주의를 외치지만, 동시에 부모의 경제력이 결정하는 스타트라인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낀다. 최근 의대 증원 논란이나 공공임대주택을 둘러싼 갈등은 계급 간 이해관계가 얼마나 첨예하게 대립하는지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격차를 더욱 벌렸고, 배달 라이더와 재택근무를 하는 화이트칼라의 삶은 평행선을 그린다.

봉준호는 Parasite를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을 거부했다. 모두가 이 구조 속에서 기생하며 살아간다는 통찰은 우리에게 불편한 거울을 들이민다. 계급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구조의 문제이며, 그 구조는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 사회가 진정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는 영원히 각자의 계단에 갇혀, 서로를 향한 시기와 경멸의 눈빛만을 주고받을 것인가? 영화가 남긴 충격적인 결말처럼, 우리는 여전히 이 질문 앞에 서 있다.

공식 예고편

Parasite (2019) — 봉준호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