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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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째주 · 2025
[1월 5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와 역사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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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와 역사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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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9월 5일 새벽 4시 30분, 뮌헨 올림픽선수촌에 검은 복면을 쓴 8명의 팔레스타인 무장대원이 침입했다. '검은 9월단'이라 불리는 이들은 이스라엘 선수단 숙소를 급습해 레슬링 코치 모세 와인베르크와 역도선수 요세프 로마노를 살해하고 9명을 인질로 잡았다. 평화의 제전이던 올림픽 경기장이 순식간에 테러의 현장으로 변했다. 서독 경찰의 구출작전은 실패로 끝났고, 푸어스텐펠트브루크 공군기지에서 벌어진 총격전으로 인질 전원과 테러리스트 5명, 경찰관 1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가 TV로 지켜본 이 참극은 현대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테러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역사 사건

뮌헨 올림픽 테러와 보복.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뮌헨 테러는 단순한 무차별 폭력이 아니었다. 이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고향을 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절망적 저항이었고, 중동 분쟁이 국제무대로 확산된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즉각 '신의 분노' 작전을 승인했다. 모사드 요원들로 구성된 암살팀이 유럽과 중동 전역에서 테러 관련자들을 추적해 제거하는 비밀작전이었다. 하지만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낳았고, 폭력의 연쇄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1973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는 무고한 모로코인을 팔레스타인 지도자로 오인해 살해하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정의를 위한 복수가 과연 정당한가라는 윤리적 딜레마가 국제사회에 던져졌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Munich는 이 복수극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에릭 바나가 연기한 주인공 아브너는 평범한 가장이었지만 조국의 부름을 받고 암살팀의 리더가 된다. 영화는 164분 동안 5명의 요원이 유럽 각지에서 표적을 추적하고 제거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따라간다.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폭탄으로 첫 표적을 제거하는 장면부터 시작해, 로마, 키프로스, 베이루트, 아테네를 거치며 11명의 표적을 하나씩 지워나간다. 다니엘 크레이그, 키어런 하인즈 등이 연기한 팀원들은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점차 회의에 빠진다. 특히 한 표적의 어린 딸이 폭탄에 희생될 뻔한 순간, 그들은 자신들이 괴물이 되어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영화 스틸

Munich (2005),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와 역사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겹쳐진다. 실제 모사드 요원들도 영화 속 인물들처럼 가족과 떨어져 위장 신분으로 활동했고, 표적을 제거할 때마다 죄책감과 공포에 시달렸다. 영화에서 아브너가 악몽에 시달리며 편집증에 빠지는 모습은 실제 작전에 참여했던 요원들의 증언과 일치한다. 스필버그는 복수의 정당성을 묻기보다는 복수가 인간에게 남기는 상처를 조명한다. 영화 속에서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도 단순한 악마가 아닌 신념을 가진 인간으로 그려진다. 한 표적은 죽기 전 "우리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복수의 본질을 드러낸다.

뮌헨 테러로부터 53년이 지난 지금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공격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은 폭력의 악순환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테러와 보복, 보복에 대한 보복이 이어지며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고 있다. 국가 차원의 복수가 개인의 삶을 파괴하고, 증오가 대물림되는 구조는 1972년과 다르지 않다. 영화 Munich의 마지막 장면에서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9/11 테러 역시 끝없는 복수의 연쇄가 낳은 비극이었기 때문이다.

복수는 정의를 회복하는 수단일까, 아니면 또 다른 불의를 낳는 씨앗일까? 뮌헨 올림픽 테러와 그 후의 보복작전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한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다시 피해자가 되는 폭력의 순환 속에서 진정한 평화는 요원해 보인다. 스필버그의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복수가 아닌 대화와 이해만이 진정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에게 용서를 요구할 수 있을까? 국가의 안보와 개인의 양심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공식 예고편

Munich (2005)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