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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째주 · 2025
[3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그린란드 원주민 강제이주, 마이크 마지드슨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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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그린란드 원주민 강제이주, 마이크 마지드슨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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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5월,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 북서부 툴레 지역에 거주하던 27가구의 이누이트족을 강제로 이주시켰다.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위해 툴레 공군기지를 건설하기로 결정한 덴마크는 원주민들에게 단 4일의 시간만을 주고 100킬로미터 떨어진 카낙으로 이주하도록 명령했다. 수천 년 동안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난 이누이트족은 낯선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해야 했다. 개썰매를 끌던 300여 마리의 개들은 모두 사살되었고, 전통적인 사냥터와 어장을 잃은 원주민들은 덴마크 정부가 제공하는 보조금에 의존하며 살아가야 했다.

역사 사건

그린란드 원주민 강제이주.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이 강제이주는 냉전 시대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소수민족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였다. 덴마크는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위해 자국 영토 내 원주민의 권리를 희생시켰고, 이를 '근대화'와 '문명화'라는 명분으로 포장했다. 1999년 덴마크 대법원은 이 강제이주가 불법이었음을 인정했지만, 원주민들이 원래 거주지로 돌아갈 권리는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개인당 2만 크로네의 보상금을 받는 데 그쳤고, 잃어버린 삶의 터전과 문화적 정체성은 결코 되돌릴 수 없었다.

2012년 마이크 마지드슨 감독의 Inuk는 현대 그린란드에서 살아가는 한 이누이트 청년의 정체성 혼란을 그린다. 주인공 이눅은 덴마크에서 교육받고 돌아온 지식인이지만, 고향에서는 '덴마크화된 이누이트'로, 덴마크에서는 '미개한 원주민'으로 취급받는다.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연기한 이눅은 알코올 중독에 빠진 아버지와 전통을 고수하는 할머니 사이에서 방황하며, 자신이 속한 곳이 어디인지 끊임없이 자문한다. 영화는 북극의 황량한 풍경을 배경으로 한 개인의 내면적 고통이 곧 한 민족의 집단적 트라우마임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영화 스틸

Inuk (2012), 마이크 마지드슨 감독. ⓒ Production Company

1953년의 강제이주와 Inuk의 서사는 시간적 간극을 넘어 하나의 비극적 연속성을 이룬다. 툴레에서 쫓겨난 이누이트족이 겪은 물리적 이주는 이후 세대들에게 정신적 이주로 이어졌다. 영화 속 이눅이 덴마크어와 이누이트어 사이에서, 현대적 삶과 전통적 가치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은 강제이주 이후 문화적 뿌리를 상실한 원주민 공동체의 현실을 상징한다. 마지드슨 감독은 개인의 정체성 위기를 통해 식민주의가 남긴 상처가 어떻게 대를 이어 전승되는지를 보여준다.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개발과 안보를 명분으로 소수민족의 강제이주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의 티베트와 신장 지역, 브라질의 아마존 원주민 보호구역, 인도의 부족 거주지역에서 벌어지는 강제이주는 1953년 툴레의 비극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국가권력이 진보와 발전이라는 거대담론으로 소수자의 삶을 짓밟을 때, 그 폭력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의 상실을 넘어 한 민족의 영혼과 정체성까지 파괴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린란드의 얼음이 녹아내리듯, 이누이트족의 전통문화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파괴는 또 다른 형태의 강제이주를 예고하고 있으며, 이는 과거 식민주의가 남긴 상처 위에 새로운 상처를 덧입히고 있다. Inuk의 이눅이 끝내 찾지 못한 정체성처럼, 우리는 여전히 묻고 있다. 진정한 고향이란 무엇인가? 문명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 앞에서 인간의 존엄은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가?

공식 예고편

Inuk (2012) — 마이크 마지드슨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