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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째주 · 2025
[3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기후변화는 새로운 난민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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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기후변화는 새로운 난민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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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지중해는 거대한 무덤이 되었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탈출한 3살 아일란 쿠르디의 시신이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9월 2일,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그해에만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유럽으로 향했고, 3,771명이 지중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었다.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우리가 해낼 수 있다"며 국경을 열었지만,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은 철조망을 세웠다. 유럽연합은 28개 회원국의 서로 다른 목소리 속에서 분열했고, 인간의 존엄성과 국가의 주권 사이에서 갈등했다.

역사 사건

유럽 난민 위기 2015.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난민 위기의 본질은 단순한 이동의 문제가 아니었다. 시리아 내전, 리비아의 붕괴, 아프가니스탄의 불안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더블린 조약으로 대표되는 EU의 난민 정책은 최초 도착국에 책임을 전가했고,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짊어졌다. 극우 정당들은 이슬람 공포증을 부추기며 지지율을 높였고, 브렉시트의 불씨가 되었다. 인도주의와 현실정치 사이에서 유럽은 정체성의 위기를 맞았다. 난민들은 숫자가 아닌 얼굴을 가진 인간이었지만, 정치적 수사 속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묻혔다.

중국의 현대미술가 아이 웨이웨이는 2017년 다큐멘터리 Human Flow를 발표했다. 23개국 40개 난민캠프를 1년간 촬영한 이 작품은 6,500만 명에 달하는 전 세계 난민의 현실을 담았다. 드론으로 촬영한 광활한 난민 행렬은 개미 떼처럼 보이지만,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가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이 드러난다. 감독은 난민들과 함께 걷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방글라데시의 로힝야족, 케냐의 다다브 캠프, 그리스의 이도메니까지, 영화는 난민 위기가 유럽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아이 웨이웨이 자신도 중국 정부의 탄압을 피해 베를린에 거주하는 망명자였다.

영화 스틸

Human Flow (2017), 아이 웨이웨이 감독. ⓒ Production Company

2015년의 유럽 난민 위기와 Human Flow는 '경계'라는 주제로 만난다. 난민들에게 국경선은 생사를 가르는 장벽이지만, 새로운 삶의 가능성이기도 하다. 영화는 철조망 너머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과 바다를 건너는 고무보트의 위태로움을 교차시킨다. 메르켈의 결단과 오르반의 거부는 같은 상황에 대한 상반된 해석을 보여준다. 아이 웨이웨이는 예술가의 시선으로 정치적 수사 너머의 인간을 포착한다. 난민은 위협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며, 그들의 이동은 침략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몸부림임을 영화는 조용히 증언한다.

2025년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또 다른 난민 위기를 낳았다. 800만 명이 국경을 넘었고, 이번에는 유럽이 다른 반응을 보였다. 피부색과 종교의 차이가 연대의 온도차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기후변화는 새로운 난민을 예고한다.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섬나라들, 사막화로 살 곳을 잃을 사람들이 국경 앞에 설 것이다. Human Flow가 보여준 거대한 인간의 물결은 멈추지 않았다. 팬데믹이 국경을 닫았지만, 불평등과 분쟁이 계속되는 한 사람들의 이동도 계속될 것이다.

난민의 얼굴을 마주할 때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 아일란 쿠르디의 작은 몸이 해변에 누워있던 그날, 세계는 잠시 멈춰 섰다. 하지만 연민은 얼마나 지속되었는가? 아이 웨이웨이의 카메라는 통계 너머의 개인을, 정책 너머의 인간을 비춘다. 2015년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고, 다만 우리의 시선에서 멀어졌을 뿐이다. 국경은 지도 위의 선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인류가 하나의 종이라면, 왜 우리는 서로를 타자로 만드는가? 환대의 윤리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공식 예고편

Human Flow (2017) — 아이 웨이웨이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