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11월 25일, 레바논의 한 신문이 미국의 비밀 무기거래를 폭로하면서 워싱턴은 발칵 뒤집혔다. 레이건 행정부가 이란에 비밀리에 무기를 판매하고, 그 대금을 니카라과 반군 콘트라에게 지원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포인덱스터와 그의 부관 올리버 노스 중령이 주도한 이 작전은 미 의회가 명시적으로 금지한 콘트라 지원을 우회하기 위한 불법적 시도였다. 테헤란에서 인질로 잡힌 미국인들을 구출한다는 명분과 중미 좌익 정권을 저지한다는 대의가 뒤얽힌 이 스캔들은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복잡하고 어두운 장면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이란-콘트라 스캔들.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이란-콘트라 스캔들은 단순한 정치 스캔들을 넘어 미국 민주주의의 근본적 모순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의회의 승인 없이 진행된 비밀 작전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했고,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된 이란과의 거래는 미국 외교정책의 일관성을 무너뜨렸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과정에서 CIA가 중남미 마약 밀매를 묵인하거나 심지어 조장했다는 의혹이었다. 콘트라 반군이 활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코카인을 미국에 밀반입했고, 이것이 1980년대 미국 도심의 크랙 코카인 확산과 연결되었다는 주장은 미국 사회에 깊은 충격을 안겼다. 권력의 어두운 이면이 드러나면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크게 흔들렸다.
2014년 개봉한 Kill the Messenger는 이란-콘트라 스캔들의 또 다른 층위를 파헤친 기자 게리 웹의 실화를 다룬다. 마이클 쿠에스타 감독은 산호세 머큐리 뉴스의 기자였던 웹이 1996년 'Dark Alliance'라는 폭탄 기사를 통해 CIA-콘트라-코카인의 연결고리를 폭로하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제레미 레너는 진실을 추구하다 결국 파멸에 이르는 웹을 섬세하게 연기하며, 권력과 맞선 개인의 고독한 싸움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영화는 웹의 보도가 불러온 파장과 함께, 주류 언론과 정부가 어떻게 그를 고립시키고 신뢰성을 파괴했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Kill the Messenger (2014), 마이클 쿠에스타 감독. ⓒ Production Company
이란-콘트라 스캔들과 게리 웹의 이야기는 진실과 권력의 영원한 갈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 두 사건 모두 정부의 비밀 작전과 그것을 은폐하려는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드러낸다. 1980년대 중반 의회 청문회에서 올리버 노스가 애국심을 내세우며 불법 행위를 정당화했듯이, 1990년대 후반 CIA와 주류 언론은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웹의 보도를 매장시켰다. 흥미로운 것은 두 경우 모두에서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오히려 메신저를 공격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는 점이다. 권력은 스캔들 자체보다 그것을 폭로한 이들을 더 위험하게 여겼던 것이다.
이란-콘트라 스캔들과 게리 웹의 비극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울림을 갖는다. 정부의 비밀 작전, 언론의 독립성, 내부고발자 보호 같은 문제들은 21세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대량 감시와 정보 조작은 과거보다 더 정교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허위정보의 확산과 알고리즘에 의한 여론 조작은 진실을 찾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게리 웹이 맞섰던 거대한 벽은 형태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견고하게 서 있는지도 모른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이란-콘트라 스캔들에서 Kill the Messenger에 이르는 긴 여정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진실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권력이 감추려는 것을 드러내는 일은 언제나 위험하고, 그 대가는 종종 폭로자 개인이 치러야 한다. 게리 웹은 2004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고, 그의 죽음은 자살로 결론났다. 하지만 그가 던진 질문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는 과연 진실을 알 권리가 있는가? 그리고 그 권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4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하지만 그가 던진 질문들은 여전히 남아있다](https://pltpjrfdfxxbnivrtoew.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films/kill_the_messenger_backdrop.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