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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째주 · 2025
[4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코미디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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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코미디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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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4월 21일, 프랑수아 뒤발리에가 죽기 이틀 전이었다. 포르토프랭스의 국립 팰리스에서 '파파 독'으로 불리던 독재자는 아들 장클로드에게 권력 이양을 준비하고 있었다. 14년간 아이티를 공포로 지배한 그의 치세 동안, 수많은 기자와 지식인들이 실종되거나 망명길에 올랐다. 특히 1963년부터 1967년 사이, 외국 특파원들조차 톤톤 마쿠트의 감시를 피할 수 없었다. 미국 기자 허버트 골드는 1963년 체포되어 고문을 당했고, 프랑스 특파원 베르나르 디데리히는 추방당했다. 진실을 전하려던 이들에게 아이티는 지옥이었다.

역사 사건

아이티 독재와 기자.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뒤발리에 정권의 공포 통치는 단순한 폭력을 넘어섰다. 부두교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며 자신을 '바론 사메디'의 화신으로 신격화했고, 비밀경찰 톤톤 마쿠트를 통해 일상을 감시했다. 1964년 종신 대통령을 선포한 후, 언론 통제는 더욱 강화되었다. 외국 언론인들은 검열과 협박에 시달렸고, 현지 기자들은 침묵하거나 사라졌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냉전 구도 속에서 미국은 반공 독재자를 묵인했다.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는 그렇게 세계에서 잊혀졌다.

피터 글렌빌 감독의 The Comedians는 그레이엄 그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리처드 버튼과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주연한 이 영화는 1960년대 중반 아이티를 배경으로 한다. 호텔 주인 브라운(버튼)과 그의 연인 마사(테일러), 그리고 무기 밀매상을 자처하는 존스(알렉 기네스)가 독재 정권 하의 포르토프랭스에서 겪는 이야기다. 영화는 공포에 질린 도시의 침묵, 톤톤 마쿠트의 야만성, 그리고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극을 그린다. 특히 저항 운동가들을 돕다가 희생되는 조셉 의사의 죽음은 당시 아이티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스틸

The Comedians (1967), 피터 글렌빌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코미디언'이다. 진실을 숨기고 연기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들. 이는 실제 뒤발리에 치하에서 기자들이 직면한 딜레마와 정확히 일치한다. 브라운이 호텔에서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가짜 미소, 존스가 만들어낸 허구의 정체성, 마사가 숨기는 불륜 관계 - 이 모든 것이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사회의 은유다. 영화가 개봉한 1967년, 실제로 아이티에서는 기자 피에르 클리탕이 실종되었고, 라디오 방송인 장 도미니크가 협박받고 있었다. 예술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 것이다.

오늘날에도 언론 자유는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 2024년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에서 180개국 중 3분의 1이 '어려움' 이상의 등급을 받았다. 디지털 감시 기술의 발달로 통제는 더욱 교묘해졌고, 가짜뉴스라는 명목으로 진실이 억압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보도를 통제하는 푸틴, 홍콩 언론을 침묵시킨 중국, 그리고 전 세계 곳곳에서 투옥되거나 살해당하는 기자들. 뒤발리에의 아이티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그레이엄 그린은 소설에서 "코미디언들은 적어도 살아남는다"고 썼다. 하지만 진실을 포기하고 얻은 생존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The Comedians의 브라운처럼 침묵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조셉 의사처럼 목숨을 걸고 저항할 것인가. 독재가 만연한 시대, 언론인들은 매일 이 질문 앞에 선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코미디언이 되어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위해 무대에서 내려올 것인가?

공식 예고편

The Comedians (1967) — 피터 글렌빌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