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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째주 · 2025
[8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리비아의 노예시장은 이 연쇄의 극단적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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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리비아의 노예시장은 이 연쇄의 극단적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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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CNN이 공개한 영상은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 외곽에서 촬영된 이 영상에는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400달러에서 800달러에 경매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큰 농장에서 일할 수 있는 젊은 나이지리아인입니다. 800달러에 시작합니다." 경매인의 목소리가 21세기의 어둠을 드러냈다. 2011년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리비아는 유럽으로 향하는 이민자들의 관문이자 지옥이 되었다. 나이지리아, 세네갈, 감비아에서 온 젊은이들은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려다 리비아의 수용소에 갇혀 노예로 팔려갔다.

역사 사건

리비아 이민자 노예시장.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리비아의 노예시장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구조적 붕괴의 산물이었다. NATO의 군사 개입으로 카다피가 제거된 후, 리비아는 여러 민병대가 할거하는 무법지대가 되었다. 정부의 통제력이 사라진 공백을 인신매매 조직이 메웠다. 유럽연합은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리비아 해안경비대를 지원했지만, 이는 오히려 이민자들을 수용소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았다. 국제이주기구(IOM)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당시 리비아에는 40만에서 100만 명의 이민자가 있었고, 이들 중 상당수가 강제노동과 성적 착취에 노출되어 있었다. 21세기에 노예제가 부활한 것이다.

2019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Migration은 지중해를 건너려는 이민자들의 여정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여러 감독이 참여한 이 옴니버스 다큐멘터리는 리비아의 수용소, 지중해의 구조 현장, 유럽의 난민 캠프를 오가며 이민자들의 목소리를 기록한다. 특히 리비아 파트에서는 수용소에서 탈출한 에리트레아 청년의 증언이 충격적이다. "우리는 상품이었습니다. 팔리고, 사고, 교환되는 물건이었죠." 카메라는 그의 등에 새겨진 채찍 자국을 비춘다. 영화는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증언의 무게로 관객을 압도한다.

영화 스틸

Migration (2019), 다수 감독 감독. ⓒ Production Company

Migration과 리비아 노예시장은 글로벌 자본주의의 그림자를 공유한다. 영화 속 이민자들이 꿈꾸는 유럽은 번영의 약속이지만, 그 여정은 착취의 연쇄로 이어진다. 리비아의 노예시장은 이 연쇄의 극단적 형태다. 영화는 한 세네갈 청년이 고향에서 빌린 2000유로가 어떻게 리비아에서 2만 유로의 빚이 되는지 보여준다. 이자가 이자를 낳고, 빚이 사슬이 되는 과정. 노예제는 철폐되지 않았고, 단지 형태를 바꿨을 뿐이다. 21세기의 노예제는 불법 이민자라는 법적 지위를 이용해 작동한다.

2025년 현재, 리비아의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유엔의 제재와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민자 수용소는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착취 구조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난민이 증가하면서, 취약한 이주민을 노리는 범죄 조직도 늘어났다. Migration이 보여준 2019년의 현실은 2025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뉴스에서 지중해 난민선 전복 소식을 접하지만, 그 이면의 노예시장은 보지 못한다. 아니, 보지 않으려 한다.

리비아의 노예시장과 Migration은 우리에게 묻는다. 인간의 존엄성이 국경과 법적 지위에 의해 결정될 수 있는가? 21세기에 노예제가 부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불평등한 세계 체제가 만들어낸 필연이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설 때, 우리는 안도한다. 적어도 우리는 그들이 아니라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우리가 누리는 번영이 누군가의 고통 위에 세워진 것은 아닐까? 리비아의 노예시장은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외면하는 곳에 있을 뿐이다.

공식 예고편

Migration (2019) — 다수 감독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