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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8월 1째주] 전세사기와 주거권

법이 보호하지 못한 삶들이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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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부동산 앱이 띄운 알림이 눈에 들어온다. 전셋값이 또 올랐다. 2년 뒤 재계약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숨이 막힌다. 옆자리 청년도 비슷한 화면을 보고 있다.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비아파트 거주자들도 이제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LH가 피해 주택을 경매로 매입해 공공임대로 전환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왜 이리 무거운 마음이 들까.

빌라,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아파트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전세 보증금이 날아가는 똑같은 피해를 입었는데도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법은 왜 이들을 외면했을까. 아니, 애초에 왜 우리는 집을 이렇게 나누어 생각하게 되었을까.

마이크 데이비스의 『슬럼, 지구를 뒤덮다』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주거 양극화를 추적한다. 2006년에 쓰인 이 책은 놀랍도록 현재적이다. 선진국 도시에서조차 안정적인 주거가 특권이 되어가는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저자는 묻는다. 도시가 발전할수록 왜 더 많은 사람이 불안정한 주거 환경으로 내몰리는가.

한국의 전세 제도는 독특하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방식이다. 집주인에게 목돈을 맡기고 이자 대신 거주권을 얻는 구조. 그런데 이 독특함이 오히려 함정이 되었다. 갭투자, 전세 레버리지, 그리고 사기. 시장의 논리가 삶의 기반을 위협하는 무기로 변했다.

데이비스는 주거 불안정이 단순히 경제적 문제가 아님을 강조한다. 그것은 존엄의 문제이고, 시민권의 문제다. 안전한 집에 살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은 도시의 완전한 구성원이 될 수 없다. 투표권이 있어도, 직장이 있어도 말이다.

한국도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주택 중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는 약 38%에 달한다. 10가구 중 4가구가 법의 보호 밖에 있었던 셈이다. 이들 대부분은 청년이거나 저소득층이다. 가장 보호가 필요한 이들이 가장 먼저 배제되는 아이러니.

전세사기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집을 투자 상품으로만 보는 시각, 임차인보다 임대인을 우선하는 제도, 그리고 주거권을 시장에 맡겨버린 정책. 이 모든 것이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다. 특별법 개정은 시작일 뿐이다.

퇴근길 지하철은 더 붐빈다. 사람들은 저마다 집으로 향한다. 전세인지 월세인지, 아파트인지 빌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안전하게 쉴 곳을 원할 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왜 이 단순한 바람을 이토록 어렵게 만들었을까.

데이비스의 책은 이미 20년 전에 경고했다. 주거 불평등은 도시의 미래를 갉아먹는다고. 한국의 전세사기 사태는 그 경고가 현실이 된 모습이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법 개정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집이란 무엇인지, 주거권이란 무엇인지 근본부터 다시 물어야 한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으로 비아파트 거주자도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기사는 이것이 시작일 뿐 구조적 문제 해결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마이크 데이비스의 『슬럼, 지구를 뒤덮다』를 통해 주거 불안정이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존엄과 시민권의 문제임을 조명한다.

서울 노원구의 한 다가구주택 앞. 김모씨는 문 앞에 붙은 경매 안내문을 멍하니 바라본다. 여섯 달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그의 보금자리였다. 2억원의 전세보증금, 그것은 15년간 모은 전 재산이었다. 집주인이 사라진 것은 석 달 전.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피해 주택을 LH가 경매로 매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김씨에게 이 소식은 너무 늦었다. 이미 집은 경매로 넘어갔고, 그는 길거리에 나앉았다. 법은 언제나 사건 뒤를 쫓는다. 피해자들의 시간은 이미 멈춰 있는데.

후쿠야마는 1995년 『트러스트』에서 한국을 저신뢰 사회로 분류했다. 가족 밖의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회. 그로부터 30년이 지났지만 무엇이 달라졌을까. 오히려 신뢰의 기반은 더 약해진 것 아닐까. 전세라는 독특한 주거 형태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최소한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신뢰마저 무너지고 있다.

한국의 전세사기 피해 규모는 2022년 1,083건에서 2023년 3,268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피해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숫자 뒤에는 수천 개의 가정이 있다. 수천 명의 김씨가 있다. 그들에게 집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었다. 삶의 안정이었고, 미래였다.

후쿠야마가 말하는 고신뢰 사회란 무엇인가. 낯선 이와도 계약할 수 있는 사회다. 서로를 속이지 않으리라는 기본적 믿음이 작동하는 사회다. 그런데 우리는 왜 여전히 가족과 연고에만 의존하는가. 제도가 개인을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 아닌가.

전세사기는 단순한 사기 사건이 아니다. 사회적 신뢰의 붕괴를 보여주는 징후다. 피해자들은 집주인 개인에게 속은 게 아니다. 시스템에 배신당했다. 등기부등본도, 확인서도, 그 어떤 서류도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믿을 건 오직 운뿐이었다.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렵다. 후쿠야마의 통찰처럼, 저신뢰 사회는 거래비용이 높다. 모든 계약에 의심이 따라붙는다. 변호사를 고용하고, 보증을 서고, 담보를 잡는다. 그럼에도 불안하다. 이 모든 비용을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법 개정이 이뤄졌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김씨는 여전히 고시원에 산다. 다시 전세를 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한 번 무너진 믿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이제 누구도 믿지 않기로 했다. 저신뢰 사회의 또 다른 구성원이 된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법과 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속이면 손해라는 인식, 정직이 최선이라는 문화, 그런 것들이 쌓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

『슬럼, 지구를 뒤덮다』이 포착하는 주거 문제의 핵심은 집이 삶의 공간이 아닌 투자 자산으로 전락한 현실이다. 부동산 시장의 논리가 주거권을 압도하면서, 안정적인 거처를 마련하는 일이 생존의 문제가 됐다.

한국의 주거 불평등은 세대 간 격차와 겹쳐 더욱 심화되고 있다. 부모 세대의 자산이 자녀 세대의 주거 환경을 결정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자력으로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꿈은 점점 더 비현실적인 것이 되고 있다.

전세 제도라는 한국 고유의 주거 형태도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저금리 시대의 종언과 함께 전세의 경제적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것은 이 구조적 변화의 한 징후다.

김씨는 오늘도 부동산 앱을 들여다본다. 월세 매물들을 훑어본다. 전세는 이제 그의 선택지에 없다. 한국 사회가 잃은 것은 단지 전세제도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서로를 믿고 거래할 수 있다는, 그 오래된 약속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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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비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 최근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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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국도시연구소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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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국도시연구소 분석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주거 불안정의 실태

이 기사는 비아파트 거주자들의 주거 문제를 다루며, 이것이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존엄과 시민권의 문제임을 드러냅니다.

2
주거권 보장 과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통과는 시작에 불과하며,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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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와 배경 이해

관련 통계와 배경 정보를 함께 살펴보면 이 이슈의 더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합니다.

전국 비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
출처: 한국도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