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년쯤 어느 경영학 교실에서 학생들은 2025년 1월의 교원구몬 사례를 들여다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출생률 감소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교육기업이 택한 해법. 롯데마트 출신 CEO 영입. 그때 학생들은 무엇을 읽어낼까. 위기 앞에서 한국 기업들이 반복해온 그 익숙한 패턴을 발견하게 될까.
교원구몬이 새 수장을 맞았다. 40년 역사의 교육기업이 유통업계 인사를 최고경영자로 선택했다. 출생률이라는 구조적 위기 앞에서 내린 결정.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아이들이 줄어드는 시대에 교육기업이 필요한 것은 교육의 본질을 다시 묻는 일일 텐데, 왜 우리는 늘 다른 곳에서 답을 찾으려 하는가.
리처드 세넷이 『장인』에서 던진 질문이 떠오른다. 현대의 노동자들은 왜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가. 세넷은 중세 길드의 장인들과 현대 기업의 직원들을 비교하며 묻는다. 무엇이 일의 존엄을 앗아갔는가. 그의 대답은 명확하다. 일 자체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변화. 숙련의 가치가 사라진 자리에 효율이라는 이름의 공허함만 남았다.
교원구몬의 방문교사들을 생각해본다. 집집마다 찾아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들. 한국 교육의 최전선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그들의 경험과 지혜는 어디로 갈까. 새로운 CEO가 가져올 변화의 바람 속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들릴까. 아니면 또다시 효율과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밀려날까.
세넷은 장인정신이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일에 대한 헌신, 반복을 통한 숙련,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의 문제다. 하지만 현대 기업은 이런 가치들을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한다. 대신 유연성과 적응력을 요구한다. 문제는 이런 요구가 결국 노동자들을 교체 가능한 부품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한국의 직장인들은 평균 7년마다 직장을 옮긴다. OECD 국가 중 가장 짧은 근속연수다. 이직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직장을 옮기는 이유가 무엇인가. 더 나은 조건을 찾아서인가, 아니면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해서인가. 교원구몬의 CEO 교체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위기의 해법을 외부에서 찾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일을 대하는 방식은 아닐까.
세넷의 통찰은 여기서 더 깊어진다. 현대 자본주의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며 장기적 헌신을 무가치한 것으로 만든다. 하지만 진정한 혁신은 오히려 깊은 몰입과 반복에서 나온다. 방문교사가 한 아이를 몇 년간 지켜보며 쌓은 통찰. 그것이 어떤 경영 기법보다 강력한 경쟁력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가치를 측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외부에서 답을 찾는다.
교육은 결국 사람의 일이다. 아이들과 교사가 만나는 그 순간의 화학작용. 그것은 효율로 재단할 수 없는 영역이다. 출생률이 떨어진다고 교육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 한 명 한 명이 더 소중해진 시대. 교육기업에 필요한 것은 유통업의 효율성일까, 아니면 교육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용기일까.
2025년 1월의 이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리가 일의 의미를 묻지 않는 한, 위기는 반복될 것이다. 세넷의 말처럼 장인정신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억압된 것일 뿐이다. 문제는 그것을 되살릴 용기가 우리에게 있느냐는 것이다.
교원구몬의 방문교사들은 오늘도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그들의 발걸음에는 수십 년의 경험이 담겨 있다. 새로운 CEO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까. 아니면 또다시 효율이라는 미명 아래 그들을 부품처럼 다룰까. 한국 노동의 미래가 걸린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