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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2월 4째주] 디지털 전환

편리함의 뒤편에서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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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한국관광공사의 디지털 전환 지원 사업을 계기로, 기술 도입의 필수성과 그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것들을 성찰한다. 효율성 추구 속에서 인간관계, 경험, 의미 같은 본질적 가치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퇴근길 지하철. 한 중년 여성이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눈살을 찌푸린다. 관광 바우처 신청 페이지가 자꾸 오류를 일으킨다. 옆자리 청년은 능숙하게 화면을 넘기며 무언가를 주문한다. 같은 공간, 다른 속도. 디지털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간극이다.

이번 주, 한국관광공사가 관광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혁신바우처 사업을 시작했다. 3월 14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정부는 이를 두고 '관광산업의 미래 경쟁력'이라 말한다. 전환이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감.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무언의 경고.

셰리 터클은 『외로워지는 사람들(Alone Together)』에서 기술이 연결을 약속하면서 실제로는 고립을 심화시키는 역설을 추적했다. 스마트폰으로 항상 접속되어 있지만 진정한 대화는 줄어들고, SNS에서 수백 명과 연결돼 있지만 외로움은 깊어진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관광산업에도 이 역설이 스며들고 있다.

한국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연령대별로 극명한 격차를 보인다. 2024년 기준 20대의 디지털 정보화 역량은 80점대인 반면, 60대 이상은 40점대에 머물러 있다. 관광공사의 혁신바우처 사업이 디지털 전환을 촉진한다고 해도, 이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소규모 관광업체들은 오히려 더 깊은 소외에 놓일 수 있다. 터클이 경고한 기술의 약속과 현실의 괴리가 여기서도 반복되는 셈이다.

터클은 기술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경계한 것은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적 접촉을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하는 태도였다. 관광의 본질은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키오스크 주문과 AI 챗봇 안내가 이 본질을 대체할 수 있을까. 편리함이 경험의 깊이를 앗아가는 것은 아닐까.

일본의 로컬 관광 트렌드는 이에 대한 흥미로운 반례를 보여준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 대신 지역 주민이 직접 안내하는 커뮤니티 투어리즘이 젊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디지털 예약 시스템을 활용하되 체험 자체는 철저히 아날로그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기술과 인간성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외로워지는 사람들』이 디지털 전환을 바라보는 시선은 표면적 현상 너머의 구조를 향한다. 셰리 터클은 개별 사건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는 대신, 그 사건을 가능하게 만든 사회적 조건을 추적한다. 이런 관점은 반복되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디지털 전환 문제의 핵심은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에 있다. 법과 정책은 존재하지만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하더라도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는 경우가 빈번하다. 셰리 터클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간극이다. 설계된 세계와 살아가는 세계 사이의 거리.

한국 사회에서 디지털 전환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 구조, 인구 변화, 기술 발전, 세대 갈등 등 복합적인 요인과 얽혀 있다. 한 가지 변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성이 정책 입안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한국의 압축적 근대화는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도 독특한 양상을 만들어냈다. 선진국이 수십 년에 걸쳐 겪은 변화를 불과 한 세대 만에 경험하면서, 제도적 성숙 없이 양적 팽창만 이뤄진 측면이 있다.

디지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터클의 물음은 여전히 우리를 멈추게 한다. 모든 것이 앱 하나로 해결되는 여행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효율의 끝에서 만나는 것이 더 풍요로운 경험인가, 아니면 더 깊은 외로움인가. 관광의 디지털 전환이 진정으로 성공하려면, 이 질문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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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 디지털정보화 수준 최근값
과학기술정보통신부·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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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3 증감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술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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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기준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술통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4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55세 이상)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71.5%에 머물러 있다. 특히 키오스크 등 무인 단말기 이용 능력은 58.3%로 더욱 낮다. 반면 10~30대의 일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4.7시간으로 5년 전 대비 1.2시간 증가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세대 간 정보 접근성의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셰리 터클은 『외로워지는 사람들(Alone Together)』에서 디지털 기기가 인간관계의 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핵심 논지는 '연결'과 '관계'는 다르다는 것이다. SNS에서 수백 명과 연결되어 있지만, 그 연결은 편집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것이어서 진정한 친밀함을 형성하기 어렵다. 터클은 이를 '골디락스 효과'라 불렀다—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안전하지만 공허한 거리.

터클의 분석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대면 소통 능력 약화다. 그는 MIT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온라인 대화에 능숙한 학생들이 오히려 전화 통화나 대면 대화에서 불안을 느끼는 현상을 발견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4년 조사에서도 중·고등학생의 62%가 '직접 만나는 것보다 메시지가 편하다'고 응답했다.

디지털 격차 문제는 단순히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질'과도 연결된다. 고령층은 디지털 세계에서 배제되면서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청년층은 디지털 세계에 과몰입하면서 역설적으로 외로움이 깊어진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조사에서 1인 가구의 42%가 '외롭다'고 응답했으며, 이 비율은 20대(48%)와 70대 이상(51%)에서 가장 높았다.

터클은 해법으로 '의도적 대화의 회복'을 제안한다. 식탁에서 스마트폰을 치우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되찾는 것이다. 그러나 무인화·비대면이 가속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이 제안은 낭만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편의점에서 직원과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결제하는 것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만남의 기회를 스스로 닫고 있는가.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디지털 격차 현실 반영

기사가 보여준 연령별 디지털 정보화 수준 차이는 디지털 전환 과정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2
디지털 전환 필수성 제시

정부의 관광 산업 디지털 전환 지원 사업은 이 분야의 디지털 전환이 시급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3
인간성 보존 메시지

기술 도입의 필수성과 더불어 인간관계, 경험, 의미 등 본질적 가치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연령별 디지털정보화 수준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