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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4월 1째주] 의료 공백의 그림자

고위험 분만 보상제도 확대와 의료 시스템의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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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어떻게 죽을 것인가아툴 가완디 · 2014

당신이 아이를 낳는다면 어디서 낳을 생각인가. 대형병원? 동네 산부인과? 4월 첫째 주, 보건복지부가 고위험 분만 관련 의료손실 보상사업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의료사고 위험이 큰 분만에 대해 국가가 손실을 보전해주겠다는 것이다. 좋은 소식처럼 들리지만, 왜 이런 제도가 필요해진 것일까.

전국의 분만 가능 병원이 급격히 줄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을 기피한다. 위험은 크고 보상은 적다.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다. 결국 임산부들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지방 소도시에서는 차로 1시간 이상 가야 분만실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늘고 있다.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현대 의료가 직면한 근본적 딜레마를 파헤친다. 의학의 발전으로 생명은 연장됐지만, 그것이 과연 좋은 삶을 보장하는가. 저자는 외과의사로서 자신이 목격한 의료 현장의 모순을 담담히 풀어낸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인간적으로는 무의미한 치료들. 환자를 살리려는 노력이 오히려 고통을 연장시키는 아이러니.

분만실 문제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의료기술은 발전했지만 의료 시스템은 붕괴하고 있다. 고위험 산모를 살릴 수 있는 기술은 있지만, 정작 그들을 받아줄 병원이 사라지고 있다. 보상제도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가완디는 묻는다. 의료의 목적은 무엇인가. 단지 생명을 연장하는 것인가, 아니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인가. 이 질문은 분만 의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이를 안전하게 낳는 것만이 목적인가, 아니면 출산 과정 전체가 존중받는 경험이 되어야 하는가.

의사 1000명당 병상 수는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곳에는 의사가 없다. 대형병원은 포화상태지만 지역 의료는 공동화되고 있다. 이런 불균형이 계속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신이 사는 동네에서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정부는 재택 의료센터를 29개에서 확대하겠다고 한다. 고령 환자를 위한 방문 진료도 늘린다. 하지만 젊은 산모들은 어떻게 하나. 그들은 여전히 먼 길을 떠나야 한다. 의료 접근성의 격차는 세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가완디는 의료 시스템의 변화를 위해서는 의사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환자를 질병이 아닌 인간으로 보는 것. 치료가 아닌 돌봄을 우선하는 것. 하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로 가고 있다. 의사들은 소송을 두려워하고, 환자들은 의료진을 불신한다.

보상제도가 해답일까. 아니다. 그것은 증상을 완화할 뿐 병을 치료하지 못한다. 진짜 필요한 것은 의료 시스템 전체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의사와 환자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구조. 지역 의료가 살아날 수 있는 환경. 그것 없이는 아무리 많은 보상금을 준들 소용없다.

당신의 아이, 혹은 당신이 태어날 아이는 어디서 첫 숨을 쉴 것인가. 그 선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의료 공백의 그림자는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 와 있다.

연도별 분만 가능 의료기관 수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