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2026년 예산 324억 원을 투입해 주4.5일제 시범사업을 본격 가동했다. 예산은 크게 세 갈래로 쪼개져 있다. 핵심인 '워라밸+4.5 프로젝트' 시범사업에 276억 원, '주4.5 특화 컨설팅'에 17억 원, 육아기 근로자의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로 늦추는 '육아기 10시 출근제'에 31억 원이 배정됐다. 참여 중소기업에는 근로시간 단축 컨설팅비, 대체인력 지원금, 생산성 향상 장비 구입비 등이 지원된다.
시범 모델은 세 가지다. 첫째, 주 1회 4시간 조기퇴근형. 둘째, 격주 금요일 휴무형. 셋째, 월 1회 1일 완전 휴무형이다. 기업별로 업종 특성과 인력 구조에 맞춰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정부는 참여 기업의 생산성, 이직률, 산업재해율 변화를 1년간 추적해 2027년 본사업 설계의 근거로 삼을 계획이다.
시범사업과 동시에 근로기준법 체계 개편도 추진된다. 고용노동부는 '실근로시간 단축지원법(박해철 의원 2026.1.28 발의)' 제정을 입법 과제로 확정했다. 핵심은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규제하고,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를 법제화하며, 주 52시간 상한에 포함되지 않았던 '그림자 노동(이동·대기·교육 시간)'을 실노동시간으로 편입하는 것이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OECD 평균을 크게 웃돈다. OECD Employment Outlook에 따르면 한국의 2022년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1,901시간으로 OECD 평균(1,752시간)보다 149시간 길었다. 멕시코·코스타리카에 이어 회원국 중 세 번째로 긴 수준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오랜 과제였음에도 실질적 진전이 더뎠던 이유는 "법정 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 사이의 격차"에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노동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노총은 "포괄임금제 규제는 사실상 무급 초과노동을 제도적으로 방치해 온 관행을 깨뜨리는 출발"이라며 "법 제정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이동·대기 시간의 노동시간화는 콜센터·배달·IT 업계에서 특히 파급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소기업계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4월 15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사업주 1,200명 중 주4.5일제 도입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2.5%에 그쳤다. 반대 이유로는 '인건비 부담'(58.4%), '대체인력 확보 어려움'(47.1%)이 꼽혔다. 중기중앙회 측은 "시범사업 참여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고용유지 지원금이 병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OECD 평균 대비 연간 149시간 긴 근로시간을 줄이는 첫 정부 주도 모델로, 성공 시 한국 노동시장의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이 될 수 있다.
실노동시간 단축지원법은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법적으로 제어하는 첫 시도로, IT·콜센터·사무직의 '무급 초과근무' 관행을 바꿀 수 있다.
시범사업 참여율이 낮으면 대기업-중소기업 간 근로조건 격차가 더 벌어져, 오히려 중소기업 인력 유출을 가속화할 위험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