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7월 23일 목요일
역사로 보는 세상
세계와 스크린 사이
7월 4째주 · 2026
← 아시아24 홈
보너스와 일자리, 두 표 사이에서
영화로 세상을 보다

보너스와 일자리, 두 표 사이에서

기사 듣기
기사요약
해즈브로가 2026년 2분기 실적에서 시장 예상을 웃도는 성적표를 내놓고 연간 전망까지 높였습니다. 같은 회사의 핵심 성장 부문에서는 게임 노동자들이 노조를 세우며 해고 과정의 발언권을 요구했죠. 성과의 잔치와 자리의 불안이 한 분기 안에 겹쳤습니다. 다르덴 형제의 한 영화는 동료의 보너스와 한 사람의 일자리를 표결에 부칩니다. 숫자 바깥에서 벌어지는 이 표결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내일을 위한 시간」 팩트박스
구분내용
제목「내일을 위한 시간」(Two Days, One Night)
감독다르덴 형제
연도2014년
2026년 2분기 해즈브로 순매출11억3960만 달러
해즈브로의 2분기 순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16%
해즈브로의 2분기 영업이익2억5250만 달러
해즈브로의 2분기 조정 영업이익2억8200만 달러
자료 | 해즈브로 공식 실적발표 · 2026-07-21

한 장난감·게임 회사가 석 달 사이 주주에게 돌려준 돈이 1억3300만 달러입니다. 해즈브로가 2026년 2분기에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환원한 금액이죠. 실적표의 다른 칸도 하나같이 환했습니다.

매일경제는 이 회사의 2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고 전했습니다. 순매출은 11억396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 늘었고 영업이익은 2억525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희석주당순이익은 1.12달러, 조정 기준으로는 1.28달러였습니다. 회사는 2026년 고정환율 기준 매출 증가율 전망을 3~5%에서 5~7%로, 조정 영업이익률 전망을 24~25%에서 25~26%로 끌어올렸습니다.

이렇게 환한 성적표를 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벨기에·프랑스·이탈리아가 함께 만든 2014년작으로 장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형제가 연출했습니다. 95분짜리 이 작품은 그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습니다. 이야기의 뼈대는 놀랄 만큼 단순합니다.

주인공 산드라에게는 주말이 딱 한 번 주어집니다.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려면 동료들을 한 사람씩 찾아가 보너스를 포기해 달라고 설득해야 하거든요. 이 설정이 잔인한 까닭이 무엇일까요? 회사는 정작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습니다. 누가 남고 누가 떠날지를 노동자들끼리 투표로 정하게 떠넘기고 그래서 갈등은 경영진이 아니라 동료와 동료 사이에서 터집니다.

현실의 표결도 멀지 않은 곳에서 벌어졌습니다. 이 회사의 핵심 성장 부문인 「매직: 더 개더링 아레나」의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 투표에서 찬성 79표를 모았습니다. 이들이 앞세운 요구는 해고 과정의 보호와 발언권이었습니다. 회사가 가장 큰 실적을 내는 그 부문에서 사람들은 잘릴 때 목소리를 낼 자리부터 달라고 손을 들었습니다.

영화 스틸 — 내일을 위한 시간
ⓒ TMDB

두 표결은 형식이 닮았습니다. 한쪽에는 주주에게 돌아간 1억3300만 달러와 위로 올라간 전망치가 있고 다른 쪽에는 잘릴 때 발언권을 달라는 79표가 있습니다. 성과의 파이가 커질수록 그 파이를 나누는 규칙을 누가 쥐는지가 더 또렷해집니다. 배분의 문제를 개인들의 선택으로 바꿔 놓으면 압박은 늘 가장 약한 자리로 흘러내리거든요.

그렇다면 실적이 좋아지면 자리의 불안도 함께 줄어들까요? 그렇게 보긴 어렵습니다. 매출이 16% 늘고 핵심 게임이 크게 성장한 분기에도 그 부문 노동자들은 보호 장치부터 요구했으니까요. 숫자의 상승과 사람의 안정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영화의 산드라는 낯선 문 앞에서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미안하다는 말과 부탁한다는 말 사이에서 목소리가 자꾸 흔들립니다. 어떤 동료는 미안해하며 등을 돌리고 어떤 동료는 함께 울며 손을 잡습니다. 카메라는 판단을 앞세우지 않고 그 얼굴들을 가만히 따라갑니다.

이 압박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부문별 숫자에 드러납니다. 위저즈 오브 더 코스트·디지털 게이밍 부문 매출이 27% 뛰었고 그 중심의 「매직: 더 개더링」은 5억4530만 달러로 32% 성장했습니다. 소비자제품 부문이 5% 오르는 사이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20% 줄었습니다. 돈이 어느 칸에서 도는지가 또렷하게 갈리고 사람의 자리도 그 지도를 따라 흔들립니다.

이 담담한 시선이 평단을 움직였습니다. 산드라를 연기한 마리옹 코티야르는 제87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작품은 2014년 시드니영화제의 시드니 필름 프라이즈를 받았습니다. 2026년 7월 17일 검색 스냅샷에서 로튼토마토 평론가 지수는 리뷰 182개 기준 96%였습니다. 성과의 잔치가 아니라 한 사람의 흔들리는 얼굴을 오래 지켜본 대가입니다.

다시 실적표로 돌아와 볼까요? 해즈브로는 2분기 조정 영업이익 2억8200만 달러에 더해 조정 EBITDA 전망도 14억5000만~15억 달러로 올렸습니다. 숫자가 위로 오른다고 그 숫자를 만든 사람들의 자리까지 함께 단단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석 달 사이 주주에게 돌아간 1억3300만 달러와 잘릴 때 발언권을 청한 79표는 같은 분기가 남긴 앞뒷면입니다. 산드라가 주말 내내 문을 두드리며 건넨 그 부탁처럼, 79표도 환한 실적표 옆에서 한 표씩 조용히 들어 올린 손입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배분의 떠넘김

회사가 성과를 어떻게 나눌지 노동자끼리 투표로 정하게 하면 갈등은 동료 사이로 옮겨갑니다. 영화의 표결과 해즈브로의 79표가 같은 구조를 보여줍니다.

2
실적과 자리의 어긋남

매출이 16% 늘고 핵심 게임이 32% 성장한 분기에도 그 부문 노동자들은 해고 보호를 먼저 요구했습니다. 숫자의 상승이 자리의 안정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3
숫자 바깥의 표결

1억3300만 달러 환원과 상향된 전망은 실적표 안의 사건이고 79표는 그 바깥의 사건입니다. 두 표를 함께 읽어야 분기가 보입니다.

공식 예고편

Two Days, One Night (2014) — 다르덴 형제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