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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칩보다 먼저 찾아야 할 사람들
영화로 세상을 보다

국산 칩보다 먼저 찾아야 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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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정부가 2026년 7월 23일 국방반도체 국산화 및 산업생태계 조성전략안을 심의했습니다. 무기체계에 들어가는 칩을 국내에서 만들고 제도로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전략에는 상생팹 구축과 사업자 육성뿐 아니라 전문인력 양성 촉진이 함께 담겼습니다. 시설과 기술만큼이나 그 일을 해낼 사람을 어떻게 찾아 제도 안에 세우느냐가 남은 과제입니다. 60여 년 전 우주 경쟁의 뒤편에서 계산을 맡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물음을 오늘로 끌어옵니다.
「히든 피겨스」(2026년 7월 기준)
구분내용
제목「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감독시어도어 멜피
연도2016년
정부는 2026년 7월 23일 제11회
국내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국방반도체의 해외 의존도98.9%
자료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관계부처합동·한국경제 · 2026-07-23

숫자 하나로 시작할까요. 국내 무기체계에 들어가는 국방반도체의 해외 의존도는 98.9%입니다. 사실상 전량을 밖에서 들여온다는 뜻입니다. 정부는 2026년 7월 23일 제11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국방반도체 국산화 및 산업생태계 조성전략안을 심의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부, 방위사업청이 함께 참여한 전략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시설뿐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부는 국내 국방반도체의 수급 기반과 핵심 원천기술 확보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흐름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닙니다. 청와대와 방위사업청 등은 2025년 10월부터 범정부 국방반도체 발전 태스크포스를 운영했고 국방반도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2026년 6월 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 법은 국방반도체를 군수품에 적용되거나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반도체로 정의했습니다.

칩을 국산으로 바꾸면 자립이 완성될까요. 그렇게 보긴 어렵습니다. 「히든 피겨스」(시어도어 멜피 연출, 2016년)는 그 빈자리를 사람의 얼굴로 채웁니다. 마고 리 셰털리의 동명 책을 바탕으로 만든 이 드라마는 냉전기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한 캐서린 존슨과 도로시 본, 메리 잭슨의 삶을 다룹니다. 미국에서는 2017년 1월 6일 개봉했고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PG 등급을 받았습니다.

NASA는 세 사람이 '인간 컴퓨터'로 일하며 1962년 존 글렌의 프렌드십 7 임무 성공에 핵심 역할을 했다고 설명합니다. 전자식 계산기가 자리 잡기 전, 궤도를 계산하는 일은 종이와 연필을 든 사람의 몫이었거든요. 세 사람은 유색인종 여성이라는 이유로 실력과 무관하게 조직의 변두리에 놓여 있던 인력이었습니다. 재능이 모자라서가 아니었습니다.

■ 팹은 짓는다, 그런데 누가 돌리나

전략 문서로 돌아오죠. 정부는 무기체계 획득계획에서 발생하는 안정적 수요를 바탕으로 국방반도체 개발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신뢰성 시험과 실증을 거친 국방반도체는 무기체계에 적용하도록 의무화하고 기존 공공·민간 팹을 활용해 생산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여기에 민간 위탁생산과 양산 연구개발을 지원할 민·관 합작 상생팹도 새로 세웁니다. 만들 곳과 만들 명분을 함께 마련하겠다는 그림입니다.

영화 스틸 — 히든 피겨스
ⓒ TMDB

그런데 전략에는 팹과 수요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국방반도체사업자 지정·육성과 나란히 국방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촉진이 함께 담겼습니다. 정부는 국내 산·학·연과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공급망 강화에 끌어쓸 계획이기도 합니다. 시설과 제도 옆에 사람이라는 항목이 분명히 적혀 있는 셈입니다.

■ 없는 게 아니라 못 알아본 것

다시 화면으로 가볼까요. 「히든 피겨스」에서 캐서린 존슨의 재능은 처음부터 조직 안에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재능이 놓인 자리였습니다. 유색인종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는 회의실 밖으로, 건물 반대편 멀리 떨어진 화장실로 밀려나 하루에도 먼 길을 오갔습니다.

그 관행이 능력을 오래 가렸을 뿐이죠. 인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있는 인력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 진짜 문제였던 셈입니다. 조직이 그를 제자리에 세우자 계산은 비로소 궤도에 올랐습니다.

도로시 본은 새로 들어온 전자식 계산기가 곧 사람의 일을 대신하리라는 사실을 남보다 먼저 알아챕니다. 자리를 잃고 밀려나는 대신 그는 그 기계를 다루는 법을 스스로 익히고 동료들에게도 하나씩 가르칩니다. 메리 잭슨은 엔지니어가 되려고 굳게 닫힌 제도의 문을 끈질기게 두드립니다. 셋의 길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습니다.

이 작품은 개봉 무렵 평단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제89회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각색상 후보에 올랐고 옥타비아 스펜서는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죠. 출연진은 제23회 미국배우조합상 영화부문 앙상블상을 받았습니다. 한 사람의 영웅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이룬 성취라는 점을 앙상블상이라는 이름이 말해 줍니다.

■ 두 개의 빈칸

전략의 목표로 돌아가 봅니다. 정부는 국방반도체 개발·제조 역량을 확보해 체계적인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생태계라는 단어가 눈에 걸립니다. 팹 한 곳이나 기술 하나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린 여러 요소가 살아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98.9%라는 숫자는 결국 두 개의 빈칸을 가리킵니다. 하나는 만들 시설과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일을 감당할 사람이거든요. 앞의 빈칸은 상생팹과 사업자 육성이라는 청사진으로 조금씩 메워 갑니다. 뒤의 빈칸을 채우는 일은 이제 막 첫발을 뗐습니다.

전문인력 양성 촉진이라는 한 줄은 아직 조명받지 못한 누군가가 이미 우리 곁에 있을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종이와 연필로 궤도를 계산하던 세 사람의 손처럼, 국산 칩을 세기 전에 그 칩을 그릴 사람부터 알아보는 눈이 이 전략의 진짜 첫 칸입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사람이라는 빈칸

팹과 원천기술 확보만큼 전문인력 양성이 전략의 한 축으로 담긴 이유를 짚습니다.

2
98.9%의 무게

무기체계 국방반도체의 해외 의존도가 왜 국산화와 산업생태계 조성을 재촉하는지 설명합니다.

3
발견과 인정

이미 조직 안에 있던 능력을 알아보는 일이 인력양성의 출발점임을 영화가 보여 줍니다.

공식 예고편

Hidden Figures (2016) — 시어도어 멜피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