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6만9000명. 2025년 경제활동인구조사가 집계한 취업자 수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다. 같은 해 반도체 수출액도 1734억8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찍었다. 수출이 잘되니 사람도 더 많이 일한다는 설명이 여기까지는 맞아떨어진다.
한국은행이 2026년 9월 21일 내놓은 2024년 산업연관표 연장표는 이 설명을 다시 보게 만든다. 전체 생산과 부가가치에서 수출 수요가 직·간접적으로 끌어낸 비중이 나란히 올랐고 취업 쪽 비중은 2023년 20.7%에서 2024년 22.2%로 1.5%포인트 높아졌다. 총수요에서 수출이 차지한 몫도 14.7%에서 16.1%로, 총산출 대비 수출률은 17.3%에서 19.0%로 커졌다. 수치만 보면 수출이 한국 경제를 더 넓게 떠받치게 된 해였다.
■ 착시① 늘어난 건 일자리인가 의존인가
그런데 같은 표의 고용 수치는 반대였다. 노동시간을 전일제 기준으로 환산한 전업환산 취업자는 2024년 2596만 명으로, 1년 전보다 2만8000명 줄었다. 수출이 유발한 취업 비중은 커졌는데 전체 일자리는 되레 줄어든 것이다.
수출 비중이 커졌으니 일자리도 그만큼 늘어난 걸까. 그렇게 보긴 어렵다. 수출 유발 취업 비중을 전업환산 취업자에 곱해 규모를 보면 이유가 드러난다. 2024년은 2596만 명의 22.2%인 약 576만 명이다. 2023년 전업환산 취업자는 2024년보다 2만8000명 많은 2598만8000명이었으니, 20.7%를 적용하면 약 538만 명이다. 수출이 떠받친 일자리가 한 해 사이 38만 명가량 늘었다는 계산이 선다.
전체가 2만8000명 줄어드는 동안 수출 몫이 38만 명 늘었으니, 내수가 떠받치던 일자리는 약 41만 명 줄어든 셈이다(반올림). 수출 유발 취업 비중이 오른 것은 수출이 새 일자리를 그만큼 왕성하게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기보다, 내수 쪽 일자리가 더 빠르게 줄면서 전체에서 차지하는 몫이 뒤바뀐 결과에 가깝다.
검증된 핵심 수치. 수출 유발 생산 비중: 검증값: 35.1%; 수출 유발 생산 비중: 검증값: 32.7%; 수출 유발 부가가치: 검증값: 28.2%; 수출 유발 부가가치: 검증값: 25.4%. 출처: 한국은행
■ 원인 분해 산술 결과인가 능동 개선인가
수출 자체가 위축된 것은 아니다. 산업통상부 ICT 통계 기준 반도체 수출액은 2023년 997억 달러에서 2024년 1420억9000만 달러로 42.5% 뛰었고 2025년에는 1734억8000만 달러까지 늘었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수출 호조가 생산·부가가치·취업의 수출 비중을 밀어 올린 동력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 힘이 전체 고용의 순증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고용 지표를 어느 잣대로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인원을 세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는 2024년 취업자가 1년 전보다 15만9000명 늘었다. 반면 노동시간을 반영한 전업환산 취업자는 같은 기간 줄었다. 머릿수는 늘어도 실제 투입된 노동량은 뒷걸음쳤다는 신호다. 한국은행은 건설과 농림어업의 일자리 감소를 전업환산 취업자를 끌어내린 배경으로 들었다.
그렇다면 수출 호조가 헛돈 걸까. 그건 아니다. 수출 유발 취업자가 절대 규모로 늘어난 것은 반도체 호황이 실제 고용을 떠받쳤다는 증거다. 다만 그 증가가 내수 위축분을 메우고도 남을 만큼은 아니었기에, 전체 고용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수출 비중이 커진다는 것은 뒤집으면 경제가 대외 변수에 더 깊이 묶인다는 의미다. 반도체 단가나 글로벌 수요가 꺾이면 넓어진 수출 유발 취업 기반이 함께 흔들린다. 내수가 받쳐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수출 의존만 두꺼워지면 충격의 진폭은 커진다.
■ 커진 수출 비중이 남긴 질문
2024년 산업연관표가 보여준 구도는 반도체 수출이 다시 최대치를 새로 쓴 2025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한국은행이 다음 연장표에서 2025년 수출 유발 비중을 어떻게 집계하느냐가 이 구도의 지속 여부를 가를 분기점이다.
사상 최대라던 2876만9000명 뒤에서, 수출이 떠받친 일자리는 늘고 내수가 떠받친 일자리는 그보다 더 많이 사라졌다. 커진 것은 일자리의 총량이 아니라 수출에 기댄 몫이었다.
| 구분 | 값 | 비고 |
|---|---|---|
| 2023 총수요 수출 비중 | 14.7% | 한국은행 2024년 연장표 / 2026-09-21 |
| 2024 총수요 수출 비중 | 16.1% | 한국은행 2024년 연장표 / 2026-09-21 |
| 2023 총산출 대비 수출률 | 17.3% | 한국은행 2024년 연장표 / 2026-09-21 |
| 2024 총산출 대비 수출률 | 19.0% | 한국은행 2024년 연장표 / 2026-09-21 |
| 2023 수출 유발 생산 비중 | 32.7% | 한국은행 2024년 연장표 / 2026-09-21 |
| 2024 수출 유발 생산 비중 | 35.1% | 한국은행 2024년 연장표 / 2026-09-21 |
| 2023 수출 유발 부가가치 | 25.4% | 한국은행 2024년 연장표 / 2026-09-21 |
| 2024 수출 유발 부가가치 | 28.2% | 한국은행 2024년 연장표 / 2026-09-21 |
| 2023 수출 유발 취업 비중 | 20.7% | 한국은행 2024년 연장표 / 2026-09-21 |
| 2024 수출 유발 취업 비중 | 22.2% | 한국은행 2024년 연장표 / 2026-09-21 |
| 전업환산 취업자 | 2596만 명 | 한국은행 2024년 연장표 / 2026-09-21 |
| 전업환산 취업자 증감 | 2만8000명 감소 | 한국은행 2024년 연장표 / 2026-09-21 |
원 보도는 반도체 수출 호조 덕에 생산과 고용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고 전했다. 수출이 경제를 더 넓게 떠받치게 됐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한국은행 2024년 산업연관표는 비중 상승을 확인해 준다. 그러나 같은 표에서 전업환산 취업자는 3만 명 가까이 줄었고 수출이 떠받친 일자리 증가분보다 내수 쪽 감소분이 더 컸다.
2024년까지의 구조이며 반도체 수출이 다시 최대를 쓴 2025년의 수출 유발 비중은 다음 연장표가 나와야 확인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