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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30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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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릴 날 기다리는 집… 머무는 시간은 누구 몫

부산 첫 CR리츠 전세와 「각자도사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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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부산 가야동에서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남은 486가구가 공매 유찰 끝에 리츠에 팔렸고 다음 달 전세로 나옵니다. 국토교통부 공고를 보면 이 리츠가 적어 낸 설립목적은 매입 후 임대·운영 후 매각입니다. 정부는 2024년 3월부터 취득세와 종부세를 줄여 이런 매입을 지원했습니다. 김천일은 2026년 연구에서 CR리츠를 가격 회복형 투자 구조에 가깝다고 분석했습니다. 같은 부산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6년 25.9%이고 노인 87.2%는 2023년 조사에서 살던 집에 머물기를 바랐습니다. 「각자도사 사회」에 기대어 팔릴 날을 기다리는 집에서 머무는 시간은 누가 지키는지 묻습니다.
기사 속 숫자 정리
구분수치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2026년 8월 말)2,969호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2022년 12월)920호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2025년 12월)2,593호
부산의 전체 미분양 주택(2026년 8월 말)7,594호
2026년 8월 전국 전세 거래량59,749건
2026년 부산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25.9%
자료 | 국토교통부, 「'26년 8월 주택통계」 참고10 2026-09-30 · 국토교통부, 「'26년 8월 주택통계」 참고9 2026-09-30 · 국토교통부, 「'26년 8월 주택통계」 전월세 거래량 2026-09-30 · 국가데이터처, 「2026 고령자 통계」 2026-10-01

486가구가 한꺼번에 공매에 나왔다가 유찰됐습니다. 부산 부산진구 가야동의 한 주상복합단지에 준공 후 미분양(다 지었지만 팔리지 않은 집)으로 남은 물량입니다. 지난달 한 회사가 486가구를 통째로 사들였고 다음 달 전세로 공급할 예정입니다.

부산경남대표방송 KNN은 10월 29일 이 단지를 부산의 첫 CR리츠 전세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2024년 정부가 CR리츠(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를 재도입한 뒤 처음 나온 사례라는 설명입니다. 84㎡ 전세가는 최대 4억원 중반대로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됐습니다. 보도는 싼 전세에 주목했지만 세입자가 따져 볼 일은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집에서 몇 년이나 살 수 있을까요?

의료인류학자 송병기는 「각자도사 사회」(송병기, 2023)에서 한국 사회의 생애 말기 경로를 추적합니다. 책은 집과 노인 돌봄, 호스피스, 콧줄, 말기 의료결정을 차례로 따라갑니다. 존엄한 돌봄과 임종을 바라는 사람은 돈이 많거나 운이 좋아야 한다고 저자는 진단합니다. 그렇게 각자 버티다 각자 죽음을 맞는 처지에 책은 각자도생·각자도사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노년의 거처를 다루는 책과 세입자의 거처를 다루는 가야동 단지는 머무는 기간을 누가 정하느냐는 물음에서 만납니다.

■ 임대 다음에 적힌 매각

국토교통부 공고 제2026-1225호에 가야동 미분양을 겨냥한 리츠의 계획이 적혀 있습니다. ㈜밸류트러스트제2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는 2026년 9월 17일 영업등록을 마쳤습니다. 설립자본금은 3억원이고 설립목적은 '부산 부산진구 가야동 소재 준공 후 미분양 공동주택을 매입 후 임대·운영 후 매각'입니다. 서류에 적힌 순서대로라면 전세는 매각으로 가는 중간 단계인 셈이죠.

정부는 2024년 3월 28일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에서 지방 미분양을 사들이는 리츠에 세제 지원을 정했습니다. 준공 후 미분양에 한해 취득세 중과(12%)를 빼 세율을 1~3%로 낮췄습니다. 취득 후 5년간은 종부세(종합부동산세)도 합산하지 않습니다. 박상우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4년 9월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법안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CR리츠하고 미분양 매입했을 때 세제 혜택 주는 내용들이 들어가 있고요."라고 답했습니다.

재정경제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에 이 혜택의 시한을 늦추는 안을 담았습니다. CR리츠가 사들인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의 종부세 합산배제 취득기한을 2027년 12월 31일까지 1년 늘리는 내용입니다.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2026년 8월 말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28,080호입니다. 2022년 12월(7,518호)의 약 3.7배이고 그중 약 84%가 지방에 있습니다.

리츠가 지방 미분양을 얼마나 사 줄지는 제도를 손볼 때부터 의문이었습니다. 송기헌 의원은 2024년 8월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CR리츠가 지방 미분양에 얼마나 투자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가 근거로 든 것은 "여태까지 투자한 것을 보면 거의 90%를 수도권·서울에"라는 투자 성향이었습니다.

김천일은 2026년 연구에서 대구 주택시장의 CR리츠를 분석했습니다. 그는 "CR리츠는 본질적으로 임대형 안정 자산이라기보다, 저가 매입을 전제로 한 가격 회복형 투자 구조에 가깝다"고 봤습니다. 이순배·이윤은 2017년 연구에서 리츠를 앞세운 공공임대 방식을 살폈습니다. 그 방식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부채를 크게 줄였지만 주거안정은 크게 훼손됐다고 두 연구자는 분석했습니다.

세금 혜택은 무엇을 기준으로 붙을까요? 법제처는 2009년 11월 20일 해석(09-0336)에서 대한주택공사가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여 10년간 임대한 경우를 다뤘습니다. 법제처는 임대 자체가 취득의 주된 목적이므로 세금이 면제되는 일시 취득 부동산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 8월 2일 법령해석례(24-0477)에서 등록 순서를 따졌습니다. 미분양을 처음부터 민간임대주택법에 따라 등록해 임대해야 예외적으로 민간건설임대주택으로 인정하고 먼저 일반임대한 집은 뺐습니다.

■ 집에서 응급실로, 요양원으로

책 속 보호자들은 친족 자원과 사보험, 인터넷 정보에 기대 노부모를 돌봤습니다. 이들은 부모를 집에서 응급실, 대학병원, 요양병원, 요양원으로 옮겨 가며 알아서 돌봤습니다. 거처가 바뀔 때마다 다음 자리를 구하는 일도 가족 몫이었습니다. 그러고도 보호자들은 부모를 집이 아닌 요양원에 모셨다는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국가데이터처 「202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6년 부산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5.9%입니다. 전국 평균인 21.6%보다 높습니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노인 87.2%는 건강이 유지되면 지금 집에서 계속 살겠다고 답했습니다. 건강이 나빠져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때도 48.9%가 지금 집에 머물기를 바랐습니다.

바람과 실제는 크게 갈립니다. 2025년 잠정 통계로 사망자의 75.7%는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숨졌고 주택에서 숨진 비중은 14.5%였습니다. 노인의 62.1%는 노인을 배려한 설비가 없는 집에 삽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도 혼자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면 자유의지로 거주 형태를 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저자는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사회적 자본(기댈 수 있는 관계망)이 빈약한 노인에게 집에서 죽어 간다는 일이 무슨 의미인지 묻습니다. 정부 정책이 노년의 삶의 조건을 고치기보다 취약한 삶에 적응하도록 설계된 것은 아닌지도 묻습니다. 살던 집에 머물고 싶다는 바람은 그 집이 머물 만한 곳일 때에만 이룰 수 있습니다.

■ 머무는 시간은 누구 몫인가

가야동 세입자가 계약을 마치고 나와서 만날 시장도 녹록지 않습니다. 2026년 9월 부산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05% 내렸습니다. 같은 달 전세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3.13% 올랐습니다. 2026년 1~8월 전국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보증부월세·반전세 포함) 비중은 68.5%로 2022년 같은 기간 51.6%보다 높습니다.

고령자들의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부모 부양을 가족·정부·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보는 고령자는 2014년 35.7%에서 2024년 53.4%로 늘었습니다. 정부가 정한 세제 지원은 취득세와 종부세를 줄여 집을 사고파는 리츠에 돌아갑니다. 그 집에 머무는 시간은 누가 지켜 줄까요?

통째로 팔렸던 486가구는 이제 다시 팔릴 날을 기다리는 집이 됐습니다. 집에서 응급실로, 요양원으로 옮겨 다닌 책 속 노부모처럼 그 집의 세입자도 다음 거처를 각자 알아서 찾게 될지 모릅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1
매각을 전제로 한 전세

부산 첫 CR리츠 전세를 맡은 리츠는 설립목적에 매입 후 임대·운영 후 매각을 적었습니다. 시세보다 싼 전세가 세입자에게 몇 년짜리 거처인지 따져 볼 근거가 됩니다.

2
세금이 지원하는 쪽

정부는 2024년 3월 이런 리츠에 취득세 중과를 빼 주고 5년간 종부세를 합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취득기한을 1년 더 늘리는 안이 담겼습니다.

3
머물고 싶은 노년

2023년 조사에서 노인 87.2%가 살던 집에 머물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2025년 사망자의 75.7%(잠정)는 의료기관에서 숨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