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11월 5일 목요일
역사로 보는 세상
세계와 스크린 사이
11월 1째주 · 2026
← 아시아24 홈
취업자는 늘었는데… 스무 살의 첫 경로는 어디로
영화로 세상을 보다

취업자는 늘었는데… 스무 살의 첫 경로는 어디로

기사요약
2026년 9월 전체 취업자와 고용보험 가입자는 늘었지만 15~29세 취업자와 29세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는 줄었습니다. 청년 인구 감소만으로는 고용률 하락과 실업률 상승을 다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은행은 청년이 눈높이를 낮춰 2차 노동시장으로 들어가고 그 자리에 머무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원인으로는 AI 기술 변화와 산업구조 재편, 노동시장 구조가 함께 꼽히는데 경직성 진단에는 반대 방향의 연구도 있습니다. 졸업 뒤 대학과 아르바이트로 갈라지는 영화 속 두 친구는 첫 경로가 남기는 거리를 비춥니다.
기사 듣기
기사 속 숫자 정리
구분수치
2026년 9월 전체 취업자2,926만6000명
2026년 9월 15~29세 인구776만3000명
2026년 9월 15~29세 취업자341만7000명
2026년 9월 15~29세 고용률44.0%
2026년 9월 15~29세 실업자19만4000명
2026년 9월 15~29세 실업률5.4%
자료 | 국가데이터처, 2026년 9월 고용동향·국가데이터처, 2026년 9월 고용동향 통계표 · 2026-10-16

국가데이터처가 10월 16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는 2,926만6000명이었습니다. 1년 전 같은 달보다 11만3000명 늘었습니다. 같은 달 15~29세 취업자는 341만7000명으로 오히려 14만7000명 줄었습니다. 나라 전체 취업자가 늘어나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청년 인구가 줄어든 탓일까요? 15~29세 인구도 776만3000명으로 14만3000명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 연령대 고용률은 44.0%로 1.1%포인트(퍼센트 수치끼리의 차이) 떨어졌습니다. 실업자는 1만5000명 늘어 19만4000명이 됐고 실업률은 5.4%로 올랐습니다. 인구가 준 만큼만 취업자가 빠졌다면 고용률이 이만큼 내려가지 않습니다.

이 숫자를 보면 스무 살 무렵의 갈림길을 그린 영화 한 편이 떠오릅니다. 「성적표의 김민영」(2021)입니다. 고등학생 정희·민영·수산나는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100일을 앞두고 삼행시 클럽 활동을 멈춥니다. 세 사람은 그때부터 입시에 집중합니다.

졸업 뒤 민영과 수산나는 대학에 갑니다. 정희는 고향에 남아 여러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작품 소개는 고교 졸업 뒤 서로 다른 길을 택하며 점차 멀어지는 스무 살의 우정을 연출 의도로 밝힙니다. 스무 살에 고른 첫 경로는 그 뒤로 얼마나 오래 따라올까요?

■ 늘어난 가입자, 줄어든 29세 이하

고용노동부가 10월 14일 발표한 9월 고용행정 통계에서도 같은 엇갈림이 보입니다. 9월 말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93만명으로 1년 전보다 28만8000명(1.8%) 늘었습니다. 29세 이하 가입자는 반대로 5만5000명 줄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같은 기간 29세 이하 인구 감소폭은 14만4000명입니다.

29세 이하 가입자 감소는 제조업·정보통신업·보건복지업·전문과학기술업 등에 몰렸습니다. 서비스업 가입자는 29세 이하에서만 줄고 다른 연령층에서는 늘었습니다. 같은 업종 안에서 가입자 증감이 나이에 따라 정반대로 갈린 셈이죠. 이 통계는 고용보험 행정자료 기준이라 자영업자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청년 고용 부진을 AI(인공지능) 확산과 엮은 보고는 지방의회에서도 나왔습니다. 2026년 8월 19일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회의 보고에는 이런 대목이 있죠. "6월 고용률도 62%로 전년 동월 대비 소폭 상승하며 취업자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AI 확산과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청년 고용률은 46.4%에 그치고 있습니다."

청년 취업자 감소는 여러 해째 이어졌습니다. 15~29세 연평균 취업자는 2022년 399만6000명이었습니다. 2025년에는 357만8000명으로 3년 사이 41만8000명(10.5%) 줄었습니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기준인 15~34세로 넓혀도 9월 취업자는 641만2000명으로 9만8000명 줄었습니다.

공고 자체가 말라붙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고용24의 9월 신규 구인 인원은 17만명으로 4000명 늘었고 신규 구직 인원은 35만7000명으로 2만1000명 줄었습니다. 구인배수(구직자 1명당 구인 인원)는 0.44에서 0.48로 올랐습니다. 이 수치는 고용24에 올라온 구인과 구직만 셉니다.

■ 눈높이를 낮춘 첫 자리

한국은행은 10월 26일 펴낸 이슈노트에서 2023년 이후 청년고용 부진이 임시·일용직 비중 증가 같은 질적 지표에서 뚜렷하다고 분석했습니다. 1차 노동시장의 수요가 정체되자 청년이 기다리기보다 눈높이를 낮춰 2차 노동시장으로 들어가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봤습니다. 1차 노동시장은 임금과 고용이 비교적 안정된 일자리를, 2차 노동시장은 그 반대편 일자리를 말합니다.

한번 들어선 자리에서 옮겨 가기도 전보다 어려워졌습니다. 한국은행은 청년의 1·2차 노동시장 간 이동성이 과거보다 낮아지고 2차 노동시장의 고착 효과가 강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길은선은 2022년 연구에서 카페·음식점 같은 비근속 일자리(오래 다니기 어려운 단기 일자리)에서 일한 청년을 살폈습니다. 이들이 다른 산업 종사자보다 이듬해 미취업으로 바뀔 확률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고향에서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희는 통계 속 2차 노동시장의 첫 자리와 겹쳐 보입니다. 정희가 대구에 있는 민영의 자취방을 찾아갔을 때 민영은 학점 정정 메일을 쓰는 데 몰두합니다. 대학에 간 친구에게도 성적은 여전히 붙들고 있어야 할 일입니다. 같은 방에 있는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첫 경로가 정한 하루를 각자 살아갑니다.

■ AI 하나로 설명되는 숫자인가

그렇다면 AI가 청년의 첫 자리를 가져갔을까요? 김남준 의원은 9월 1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회의에서 도표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는 "실제로 AI 영향이 큰 업종에서 청년층 고용이 감소했다라는 것들은 도표 한번 보여 주시고 그것 보시면 될 것 같고요."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행도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산업에서 경력직 선호가 강해지며 청년이 주로 맡던 초급·기초 업무 수요가 위축됐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은행의 결론은 더 넓습니다. 한국은행은 청년고용 부진에 산업구조 재편, AI 기술 변화, 경직적 노동시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결론 냈습니다. IT제조업이 생산을 주도해도 상용직 채용 비중이 높은 비IT제조업·서비스업으로 성장이 충분히 퍼지지 않는다는 분석도 실었습니다. 보고서는 AI의 몫을 따로 떼어 숫자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노동시장이 경직돼 청년이 밀려난다는 설명과 반대 방향을 짚은 연구도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김민정은 2023년 연구에서 한국 청년 한시적 근로자의 증가를 OECD 국가와 견줬습니다. 이 연구는 오히려 노동시장의 높은 유연성과 높은 초기 실업급여 소득대체율이 함께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원인을 어떻게 진단하느냐에 따라 2차 노동시장에 먼저 들어선 청년에게 필요한 처방도 달라집니다.

수능 100일 앞에서 삼행시 클럽을 멈춘 세 친구는 졸업 뒤 강의실과 아르바이트 자리로 흩어집니다. 대구의 자취방에서 학점 정정 메일과 아르바이트 사이에 놓인 두 친구의 거리는 9월 통계 속 청년들이 고른 첫 경로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한국은행의 진단과 겹쳐 보입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1
15~34세로 넓힌 고용률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기준 15~34세 고용률은 2026년 9월 56.1%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낮았습니다. 국가데이터처 고용동향 통계표에서 연령별 수치를 직접 찾아볼 수 있습니다.

2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첫 경력

첫 일자리가 단기 아르바이트였다면 그 경력이 다음 상용직 지원서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따져 볼 만합니다.

3
경직인가 유연인가

청년 일자리 부진의 원인을 노동시장 경직성에서 찾을지 유연성에서 찾을지에 따라 청년이 받을 지원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공식 예고편

Kim Min-young of the Report Card (2021) — 이재은, 임지선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