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비대면 진료 법제화 무산, 22대 국회에서 재논의 전망

차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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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비대면 진료의 법제화가 또다시 무산되었다. 지난 5월 17일 조명희 의원(국민의힘)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인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자동 폐기되었다. 이로써 비대면 진료의 합법화를 위한 노력은 다시 한 번 수포로 돌아갔다.

비대면 진료는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나 화상을 통해 상담 후 약을 처방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 서비스를 말한다. 이는 환자의 편의성과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주말에 병원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고, 주중 일과 시간에도 짧은 시간을 내어 진료를 볼 수 있다. 또한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에 의료 서비스를 손쉽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 형평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의료 업무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비대면 진료는 장점을 가진다. 병원 접수와 예약 절차가 간소화되고, 의료진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어 전반적인 의료 서비스의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비대면 진료는 이미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다. 미국, 독일, 일본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고 있으며,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2021년 6130억 달러였던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2023년 1조2040억 달러로 성장했으며, 2028년에는 3조4240억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진료의 정확성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대면 의료 행위를 완벽하게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의료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의료 인프라가 낙후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도입했다가 오히려 지역의 병·의원이 감소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형 병원의 비대면 진료가 허용될 경우, 소규모 의원급 의료기관의 존립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를 둘러싼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의약계와 보건의료단체는 대체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기술 스타트업 업계는 조속한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는 비대면 진료 인프라 산업과 의료 빅데이터 산업 육성의 기회로 보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이해관계와 우려 속에서 비대면 진료의 법제화는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원격의료'라는 이름으로 십수 년 전부터 논의되어 온 이 주제는 여야 간 합의 도출에 실패하며 번번이 무산되어 왔다.

이제 공은 22대 국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과거의 경험을 볼 때, 여야가 비대면 진료에 대해 진정성 있는 논의를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긍정론과 부정론 사이에서 갈등만 벌이다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임기 종료 직전에 급하게 발의된 법안이 폐기 처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대면 진료의 도입은 단순히 의료 서비스의 편의성 향상이나 효율성 제고의 문제를 넘어, 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사안이다. 따라서 22대 국회에서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해외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여 한국 실정에 맞는 비대면 진료 모델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또한 비대면 진료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의료의 질 관리, 개인정보 보호, 의료사고 책임 소재 명확화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비대면 진료는 의료 서비스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변화이지만, 동시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다. 22대 국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더욱 심도 있는 논의와 합리적인 대안 제시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