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두부 업체 살려주세요! 콩 무역전쟁의 여파, 식량안보 경고등 켜졌다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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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미·중 무역전쟁에서 콩이 관세 보복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됐고, 한국 정부가 수입 콩 물량을 13% 축소한 결과 두부·두유 업계가 원료 부족 위기에 직면했다. 중소 두부공장들의 조업 중단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두부 가격 인상으로 인한 서민 식탁 물가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미·중 무역 갈등이 농산물 ‘콩’을 관세 보복 수단으로 삼았던 트럼프 정부 시절 이후, 식량 자급과 공급망 안보가 전 세계 식품 정책의 화두로 떠올랐다. 그 여파로 한국에서도 식량을 수입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을지의 근본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기 중국은 미국산 대두(콩) 수입을 대폭 줄이며 미국 농가에 큰 타격을 입혔고, 미국은 한국 등 제3국에 대두 구매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무역전쟁의 불씨’가 된 콩 사태는 식량도 전략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한국의 식량안보 논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미·중 무역전쟁이 남긴 ‘콩’의 교훈

2018년 발발한 미·중 관세전쟁의 핵심 표적 중 하나가 대두였다. 중국은 자국 대두 소비량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할 만큼 미국산 콩에 크게 의존해왔고, 이에 맞서 미국 농산물을 정조준해 보복에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으로 미국 중서부 농가가 직격탄을 맞자 미국 정부는 한국 등 다른 나라에 “미국산 콩을 더 사달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처럼 식량작물이 통상 분쟁의 무기가 된 사례는 한국에 곡물 무기화의 현실을 일깨웠다. 곡물 자급률이 20%대에 불과한 한국은 주변국 갈등이나 기후위기 시 식량 공급이 막힐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며, 식량 자급과 공급망 안정성을 국가 안보 수준으로 격상하기 시작했다.

수입 콩 급감에 두부·두유 업계 ‘비상’

미·중 무역전쟁에서 콩이 관세 보복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됐고, 한국 정부가 수입 콩 물량을 13% 축소한 결과 두부·두유 업계가 원료 부족 위기에 직면했다. 중소 두부공장들의 조업 중단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두부 가격 인상으로 인한 서민 식탁 물가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 경제적 이슈는 2025년 한국 경제의 구조적 과제를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이 2025년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의 영향을 받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대외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으며, 내수 기반 강화와 산업 다각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한국 경제의 취약한 고리를 드러낸다고 분석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적 불균형, 가계부채 문제 등 구조적 과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기적 경기 부양책뿐 아니라 중장기적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가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실질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물가 상승률을 하회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서민층의 체감 경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주거비와 교육비 등 필수 지출 항목의 증가가 가계 여력을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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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콩 공급 감축량
농림축산식품부, 예년 대비 13% 축소
정부의 국산콩 육성 정책에 따른 수입량 축소로 두부·두유 업계가 원료 부족 위기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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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국산콩 생산량
2021년 11만 톤 대비 1.4배 증가
정부 지원에 힘입어 국산콩 생산량은 크게 늘었지만 소비 기반이 뒤따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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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곡물 자급률
KREI 통계, 세계 최저 수준
낮은 자급률로 인해 국제 갈등이나 기후위기 시 식량 공급 차단 위험이 크다.

향후 경제 정책의 방향 설정이 이번 사안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재정 건전성과 경기 부양 사이의 균형, 산업 구조 전환을 위한 투자, 사회 안전망 강화 등 복합적인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 경제 주체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는 것이 정책 당국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사회의 민주적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2025년 현재 한국은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 민주주의 지수 아시아 최상위권의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독자적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사안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건설적 방향으로 수렴될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다. 정책 당국과 시민사회 모두의 성찰과 행동이 요구되는 시점이며, 다양한 목소리가 균형 있게 반영되는 공론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번 사안은 한국 사회가 어떤 가치를 우선시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다. 단기적 이해 조정을 넘어 중장기적 비전을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시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대화와 타협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건설적 논의의 토양은 이미 갖춰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의 해결 과정에서 정부, 시민사회, 전문가 집단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고, 시민사회는 건설적 비판과 대안 제시를 병행해야 하며, 전문가 집단은 객관적 분석과 근거 기반의 정책 제언을 제공해야 한다. 2025년 현재 한국의 시민의식 수준과 제도적 역량을 감안하면, 이번 사안이 사회적 학습의 기회로 전환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 관건은 각 주체가 단기적 이해를 넘어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올해 들어 국내 두부·두유 업계에는 실제 콩 부족 사태가 현실화됐다. 정부가 국산콩 사용을 늘리겠다며 수입 콩 물량을 예년보다 약 13% 줄인 27만 톤만 공급한 탓에, 두부 제조업체들은 가을부터 원료 고갈 위기에 내몰렸다. 콩 수입량 축소로 국내 두부의 80%를 차지하는 수입 콩 두부 원료가 부족해지자 일부 중소 두부공장은 조업 중단을 검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로 “이대로라면 다음달 초 강원 지역 두부업체 40여 곳이, 중순에는 광주·전남 지역 80여 곳이 줄줄이 공장 가동을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부뿐 아니라 두유 업계도 11월이면 수입 콩 재고가 바닥날 것으로 예상돼, 업계는 정부에 긴급 원료 공급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수입콩 부족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서민 식재료인 두부 공급 감소로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입 콩 추가 공급 방안 검토”에 착수했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비축 물량 일부를 긴급 방출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원료를 낙찰받지 못한 영세업체들이 속출하자 업계에서는 “콩이 있어야 두부를 만들지 않겠느냐”는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차이가 큰데 수입 콩을 줄인다고 해서 국산 콩 소비가 당장 늘지는 않는다”며 “중소 두부업체들은 그동안 값싼 수입콩 두부 시장에 특화돼왔기 때문에 갑자기 비싼 국산콩 두부로 전환하기도 어렵다”라고 호소했다. 이번 사태로 국산콩 육성 정책과 영세 식품업계 현실 간의 엇박자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애초 이러한 콩 수입 절감 정책을 국내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쌀 과잉 생산을 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추진해왔다. 쌀 소비 감소로 남는 논에 콩 등 다른 작물을 심도록 2022년부터 ‘전략작물직불제’가 도입됐고, 논에 콩을 재배하면 ㏊(헥타르)당 200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그 결과 논콩 재배면적은 작년보다 약 9천㏊ 늘어난 8만3천㏊에 달했고, 국내 콩 생산량이 크게 늘어 자급률도 30% 수준에서 내년에는 4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식량안보 강화와 함께, 논에 콩을 심어 쌀 생산을 줄이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물논 농법을 대체해 기후변화 대응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문제는 생산 급증에 비해 소비 기반이 뒤따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2021년 11만 톤이던 국산콩 생산량은 2024년 15만5천 톤으로 1.4배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국산콩의 국내 소비 비중은 34.3%에서 30.5%로 오히려 낮아졌다. 정작 식품 산업에서 국산콩 수요를 늘릴 가공·유통 대책이 부족해 생산물량이 남아돌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수매한 국산 콩 2만 톤을 평년보다 30% 저렴한 가격에 풀어 식품업계의 국산콩 활용을 촉진할 방침이다. 국산콩으로 원료 전환 등 신규 수요 창출 용도로 이 물량 절반 이상을 배정했는데, 가격 장벽만 낮추면 GMO(유전자변형작물) 논란이 없는 국산콩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또한 식품업계에 국산콩 사용 원료비를 일부 지원하고, 국산 원료로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에 최대 2천만원까지 보조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쌀 농가 소득을 보전하면서 콩 자급률을 높이려던 정책 취지가 실질적인 시장 소비로 이어지도록, 정부가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다.

쌀 대신 콩…국산 생산 늘리는 정부

미·중 무역 분쟁이 보여준 식량 무기화의 위험이 한국에서 현실 문제로 나타났다. 콩 수입 축소로 인한 두부 공급 부족은 정책과 현실의 심각한 괴리를 드러낸다.

두부는 저렴한 단백질 식재료로서 국민 식탁의 중심이다. 두부 가격 인상은 다른 식품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올려 가계 부담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영세 두부·두유 업체들은 값싼 수입콩 시장에 특화돼 있어 갑작스러운 원료 부족과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어렵다. 대규모 공장 폐지 위험까지 나타났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식량안보 위기 현실화

미·중 무역 분쟁이 보여준 식량 무기화의 위험이 한국에서 현실 문제로 나타났다. 콩 수입 축소로 인한 두부 공급 부족은 정책과 현실의 심각한 괴리를 드러낸다.

2
서민 물가 압박

두부는 저렴한 단백질 식재료로서 국민 식탁의 중심이다. 두부 가격 인상은 다른 식품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올려 가계 부담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3
중소업체 경영 위기

영세 두부·두유 업체들은 값싼 수입콩 시장에 특화돼 있어 갑작스러운 원료 부족과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어렵다. 대규모 공장 폐지 위험까지 나타났다.

중소 두부·두유 제조업체농림축산식품부(정부)국산콩 재배 농가
이 기사가 던지는 질문
식량 자급률 제고라는 정책 목표와 수입콩에 의존해온 영세 식품업계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미·중 무역전쟁이 보여준 '식량의 무기화' 시대에, 한국은 실질적인 식량안보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