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계단 없는 철탑에 남겨진 노동자들

차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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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일주일 째인 12일 사고 현장에서 매몰자에 대한 구조·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일주일 째인 12일 사고 현장에서 매몰자에 대한 구조·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1월 11일 저녁, 울산화력발전소 담장 앞 좁은 콘크리트 턱 위에 소주병 한 병과 종이컵 일곱 개가 나란히 올랐다. 담장 너머로는 종잇장처럼 구겨진 철골 더미와 멈춰 선 크레인 붐이 어둠 속에 엉켜 있었다. 아파트 20층 높이에 맞먹는 철탑 안에서 일하다 숨진 일곱 명의 노동자를 대신해, 일곱 개 컵이 계단 없는 탑의 마지막 층을 채우고 있었다.

사고는 그보다 닷새 전인 11월 6일 오후 2시 2분,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5호기 보일러 타워에서 일어났다. 높이 약 60m, 40년 넘게 석탄을 태우던 철제 구조물은 2021년 가동을 멈춘 뒤 해체만 남겨 둔 상태였다. 그날 노동자 9명은 타워 중간부인 25m 지점에서 폭파 해체를 준비하는 ‘취약화 작업’에 투입됐다. 구조물 일부를 절단해 힘을 약하게 만드는 과정이었고, 그 순간 중앙부가 힘없이 무너지면서 타워 아래와 옆으로 거대한 철골이 쏟아졌다.

울산시 소방본부는 2시 6분 첫 신고를 접수한 뒤 곧바로 구조대를 보냈다. 사고 직후 노동자 두 명을 중상 상태로 구출했지만, 나머지 일곱 명은 순식간에 주저앉은 철골과 단열재, 유리섬유 잔해 속에 갇혔다. 구조 현장은 붕괴 위험이 계속 남은 데다 석면과 유리섬유 분진이 뒤섞인 밀폐 공간이어서, 크레인과 굴삭기를 마음대로 움직이기 어려웠다. 소방과 군, 경찰을 포함한 340명 넘는 인력이 투입됐고, 열화상 카메라와 구조견, 내시경 카메라까지 동원했지만 구조 작업은 손작업 위주로 더디게 진행됐다.

마지막 시신을 수습한 시각은 사고 발생 아홉째 날인 11월 14일 밤이었다. 구조 직후 생존을 확인한 두 명을 제외한 일곱 명은 모두 숨졌다. 연령은 30대부터 60대까지였고, 전원이 해체 공사를 맡은 하도급 업체 소속 노동자였다. 이들이 일하던 보일러 타워는 16일 폭파를 예정한 상태였고, 사고 당일은 폭파 전 사전 작업 단계였다.

울산화력발전소 붕괴를 둘러싼 계약 구조를 보면, 이 철탑이 얼마나 많은 층을 가진지 금세 드러난다. 한국동서발전이 노후 설비 해체 공사를 발주했고, HJ중공업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다시 발파와 취약화 공정은 코리아카코라는 전문 업체가 맡았다. 사고로 숨진 일곱 명은 모두 이 하청 업체가 고용한 노동자였고, 일부는 기간이 짧은 계약직이었다. 노동계는 “위험한 공정일수록 더 아래 층으로 내려보내는 구조”라고 비판한다.

이번 참사는 한 사업장 내부에서조차 수직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 준다. 가장 높은 층에는 공공기관인 발전사가 있고, 그 아래에 대형 건설사, 그 아래에 발파 전문업체, 맨 아래에는 실제로 철판을 자르고 볼트를 풀어 내는 노동자들이 있다. 설계도와 공정표, 공사비는 위에서 정하지만, 철골과 함께 떨어지는 위험은 아래 층에서 감당한다. 계단이 아니라 낙하산 같은 구조다.

사고 이후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발주처와 시공사,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압수수색과 줄소환을 예고했다. 수사의 첫 관문은 취약화 작업 자체였다. 보일러 타워가 무너진 지점은 지상 25m, 작업자들은 그 높이에서 구조물 일부를 잘라 내는 업무를 수행했다. 같은 구조의 6호기를 폭파할 때는 25m 지점 취약화를 하지 않고 2m와 13m 지점만 절단했기 때문에, 과도한 취약화가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25m는 너무 위험한 높이”라고 설명했다.

법과 제도의 빈 구멍도 드러났다. 보일러 타워는 발전소 안에 서 있지만 건축물 분류 목록에서 빠져 있어, 지자체 철거 신고와 허가 절차 밖에 있었다. 일반 건축물은 해체 전에 공사 개요와 조직도, 해체 공법을 담은 계획서를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고 심사를 받지만, 이번 구조물은 그런 통제를 피했다. 지역 사회에서는 “구조물 해체 관리 부실과 위험의 외주화가 만들어 낸 참사”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발전소에서 안전 문제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최근 5년 동안 한국동서발전에서는 수십 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그 가운데 상당수가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됐고, 울산 지역 전체로 넓혀 보면 중대재해 건수와 사망자 수는 해마다 크게 줄지 못하고 있다. 노후 공단과 위험 공정이 몰린 도시의 구조적 취약성이 통계에 그대로 찍힌다.

전국 통계도 비슷한 그림을 그린다. 한 해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600명 안팎으로, 하루 평균 1명 이상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다. 산업재해 전체 사망자 수는 해마다 약간의 등락을 반복하지만, 위험을 아래로 내려보내는 구조 자체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7명
사망 노동자 수
울산시 소방본부
1명 이상/일
일터 하루 사망자
재해조사 통계
340명 이상
구조 투입 인력
울산시 소방본부

해체 공사만 떼어 놓고 보면 문제는 더 선명하다. 건축물 해체·철거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는 집계 시작 이후 꾸준히 늘었고, 수년 사이 사망자는 이미 수백 명에 이른다. 시설은 늙어 가는데, 해체를 전제로 설계한 안전 체계는 제자리에서 머문다. 국내에서는 노후 화력발전소 수십 기가 앞으로 10여 년 동안 순차적으로 폐쇄를 앞두고 있지만, 발전소 해체 전용 안전 매뉴얼과 전문 인력 풀은 아직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해체 공사를 “설계도와 경험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 입체 공정”이라고 말한다. 구조물의 어느 부분을 얼마나 잘라야 어느 방향으로 넘어지는지, 내부에 남은 배관과 설비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종합적으로 계산해야 한다. 그러나 입찰 경쟁은 여전히 최저가 위주로 돌아가고, 해체 경험이 부족한 업체도 가격만 맞으면 공사를 따낸다. 현장에서는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과 장비를 줄이려는 압박이 계속 내려온다. 계단이 아니라 미끄럼틀에 가까운 구조다.

이번 사고는 특정 기업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고 김용균 노동자가 숨진 이후 정부와 국회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고쳤지만, 발전소·정유·화학 플랜트에서 하청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중대재해는 계속 반복됐다. 전기·가스·증기를 공급하는 기간산업 설비는 국가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 연결돼 급하게 폐지와 전환을 추진하는 중이다. 하지만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과 책임은 여전히 법과 제도의 그늘에 남아 있다.

우리가 마주한 질문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노후 설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왜 가장 위험한 공정은 언제나 하청 노동자의 어깨 위에 올라타는가.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에서 대형 참사가 반복되는데도, 발주처 처벌 사례가 손가락으로 셀 정도에 그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몇 해가 지났는데 현장의 발주 구조와 입찰 관행, 공기 산정 방식은 무엇을 바꾸었는가.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수십 기 석탄화력발전소 해체가 예고된 지금, 우리는 같은 설계도 위에 또 다른 계단 없는 탑을 세우려는 것은 아닌가.

해법은 어느 한 축의 의지로 나오기 어렵다. 먼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해체 공사는 별도 법 체계로 분리해, 발주 단계에서부터 해체 전문 구조기술자의 검토와 외부 안전심의를 의무화해야 한다. 발전소 보일러 타워처럼 대형 설비는 건축물과 동급 수준의 허가·점검 체계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발주처가 공사 기간과 공법, 위험 관리 계획을 직접 승인하는 만큼, 사고가 나면 법적으로도 선두에서 책임을 지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하청 구조를 손보아야 한다. 노후 발전소 해체처럼 고위험 작업은 단계별 하도급이 아니라 원청이 직접 고용한 상시 인력이 중심이 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폭파·취약화 공정만큼은 발주처와 시공사가 직접 관리하는 안전관리자를 현장에 상주시켜, 하청 인력에게 안전 책임을 떠넘기지 못하게 해야 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하청만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발주처는 행정지도 수준에서 끝나는 관행도 끊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후 산업시설 해체를 하나의 산업전환 과제로 보아야 한다.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은 더 깨끗한 미래를 약속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낡은 설비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과 직결된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설비 보급뿐 아니라 해체 안전 기술과 장비, 전문 인력 양성에 대한 투자를 별도 예산으로 편성할 필요가 있다. 울산처럼 위험 설비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지자체·노동자·전문가·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상설 안전감독위원회를 만들어, 공사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감시와 조정 기능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울산화력발전소 담장 앞 일곱 개 종이컵은 아직도 철골 잔해를 향해 놓여 있다. 계단 없는 탑의 가장 아래 층에 서 있던 사람들이 안전망 없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는, 조용한 약속이다. 노후 발전소 수십 기를 지우는 작업은 결국 그 약속을 지키는 방식으로 진행할지, 아니면 또 다른 잔해를 남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역사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추모식에서 흐르는 말이 아니라, 설계도와 계약서, 법 조항에 새로 그려 넣을 계단이다.

한국동서발전 (발주처)코리아카코 소속 하청 노동자HJ중공업 (시공사)
이 기사가 던지는 질문
위험 공정을 하청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다단계 외주 구조를 방치한 채, 법과 제도는 왜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막지 못하는가?
노후 화력발전소 수십 기의 폐쇄가 예고된 상황에서, 해체 전용 안전 매뉴얼과 전문 인력이 부재한 현실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