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상미당’의 부활, 그 향수 뒤에 숨겨진 냉혹한 계산

차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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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시내 한 파리바게뜨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가 오는 10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가격 인상은 지난 2023년 2월 이후 2년 만으로 인상 품목은 빵 96종, 케이크 25종 등 총 121종으로 평균 인상폭은 5.9%다.
9일 서울시내 한 파리바게뜨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가 오는 10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가격 인상은 지난 2023년 2월 이후 2년 만으로 인상 품목은 빵 96종, 케이크 25종 등 총 121종으로 평균 인상폭은 5.9%다.

1945년 황해도 옹진의 작은 빵집 ‘상미당(賞美堂)’. “예술가(賞)의 마음으로 가장 맛있는(美) 빵을 만드는 집(堂)”이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오늘날 한국 제빵 산업을 지배하는 공룡, SPC그룹의 뿌리다. 창업주 고(故) 허창성 명예회장의 장인 정신이 서린 이 이름이 2026년 1월, 80여 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금 전면에 등장했다. SPC그룹이 지주회사 ‘상미당홀딩스’를 신설하고, 기존의 사실상 지주사였던 파리크라상을 사업회사로 물적 분할한다고 발표하면서다. 표면적으로 내세운 명분은 ‘글로벌 스탠다드’와 ‘ESG 경영’이다. 사업과 투자를 분리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전문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계와 법조계가 바라보는 시선은 이 고풍스러운 작명과는 사뭇 다른 온도 차를 보인다. 화려한 명분 뒤에는 강화되는 상법 규제, 일몰을 앞둔 세제 혜택, 그리고 3세 승계라는 ‘냉혹한 삼각 계산’이 치밀하게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이번 개편의 시점은 단순한 경영 효율화를 넘어, 거세게 몰아치는 ‘규제의 파도’를 피하기 위한 골든타임 확보 전략으로 읽힌다. 지난해부터 재계를 강타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상법 개정안’이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이 법안은 대주주 위주의 의사결정에 제동을 거는 강력한 장치다. 이미 두산, SK, 고려아연 등 주요 대기업들이 법 개정의 칼날이 예리해지기 전인 지난해, 서둘러 합병과 분할을 마친 바 있다. SPC의 행보 역시 이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특히 2026년 하반기부터는 독립이사(사외이사) 선임 비율 강화 등 이사회의 감시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2차 상법 개정 파도가 예고되어 있다.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사 ‘파리크라상’ 단계에서 지배구조의 틀을 완성해 놓는 것은, 향후 쏟아질 수 있는 소액주주들의 소송이나 이사회의 견제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가장 확실한 방패를 마련하는 일인 셈이다.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르게 만든 또 다른 강력한 동인은 ‘세금’이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대주주가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사에 현물 출자할 때 발생하는 막대한 양도소득세를, 향후 지주사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미뤄주는 ‘과세 이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이 혜택이 영구적이지 않은 ‘일몰제’라는 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향후 이 혜택의 조건이 까다로워지거나 아예 사라질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의 자금이 오가는 승계 작업에서 이 혜택을 놓치는 것은 경영진 입장에서 뼈아픈 실책이 될 수 있다. 결국 SPC가 연초부터 움직인 것은 세금 혜택의 막차를 타고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철저한 경제적 판단의 결과다.

121종
가격인상 품목수
SPC그룹 / 파리바게뜨
5.9%
평균 가격인상폭
SPC그룹 / 파리바게뜨
1945년 (약 80년)
상미당 창업 연도
SPC그룹
나노바나나
나노바나나

 

이 모든 법적·경제적 셈법의 종착지는 결국 승계다. 이번 상미당홀딩스 출범은 허영인 회장에서 허진수·허희수 두 아들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의 고속도로를 닦는 작업이다. 지주사 체제는 지분 구조를 단순화해 상속과 증여를 용이하게 만든다. 앞으로 ‘상미당홀딩스’는 각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로열티와 배당금을 거둬들일 것이며, 이 자금은 고스란히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승계 재원을 마련하는 데 쓰일 가능성이 크다. “가장 맛있는 빵을 만들겠다”던 상미당의 초심이 80년 뒤 “가장 효율적인 승계를 만들겠다”는 자본의 논리로 재탄생한 순간이다. SPC는 전두환 정권과의 루머 등 숱한 억측을 딛고 실력으로 성장한 자수성가 기업이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상미당’이라는 이름의 무게에 걸맞은 투명성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SPC그룹 오너 일가 (허영인·허진수·허희수)소액주주 및 일반 투자자금융당국 및 입법부 (상법 개정)
이 기사가 던지는 질문
SPC그룹의 '상미당홀딩스' 출범은 진정한 지배구조 투명화인가, 아니면 규제 회피와 3세 승계를 위한 치밀한 사전 포석인가?
일몰을 앞둔 과세 이연 혜택과 상법 개정의 파고 속에서,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 논리는 주주와 사회적 이익과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는가?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