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얼어붙은 과천, ‘식물 위원회’가 방치한 공정방송의 겨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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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 회색 아스팔트 위는 은박 보온지로 뒤덮였다. 영하의 한파 속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 150여 명은 차가운 바닥에 앉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는 유진그룹의 최대주주 자격을 즉각 박탈하라”고 외쳤다. 쟁의 233일 차, 이들이 다시 거리로 나와 사흘간의 전면 파업을 선언한 이유는 명확하다. 법원이 유진그룹의 YTN 인수가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했음에도, 감독 기관이 아무런 조치 없이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YTN 관련 질의 화면이 표시돼 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YTN 관련 질의 화면이 표시돼 있다.

 

이 싸움의 본질은 임금이나 복지가 아닌 ‘주인의 자격’을 묻는 데 있다. 전준형 YTN지부장은 이날 투쟁사에서 “유진그룹이 들어온 뒤 비판 보도는 삭제됐고, 탐사 프로그램은 폐지됐으며, 보도 지시 논란이 일상화됐다”고 폭로했다. 그는 “유진이 손을 떼지 않는 한 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이는 편집권 침해라는 개별 사안을 넘어, 자본 권력이 보도전문채널을 장악했을 때 공공성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구조적 증언이다.

사태의 분기점은 지난 2025년 11월 28일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이었다. 법원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유진이엔티를 YTN의 최다액출자자(최대주주)로 승인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핵심 근거는 ‘2인 체제’의 위법성이다.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가 정원 5명 중 대통령 추천 2명만으로 국가 중요 자산인 보도채널의 주인을 바꾼 결정은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사법부는 “토론과 숙의가 실종된 결정”이라며 민영화 과정의 하자를 명확히 짚었다.

 

233일
파업 진행일수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150여 명
집회 참가인원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100일 이상
방미통위 출범일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그러나 법원의 경고음에도 행정의 신호등은 꺼져 있다. 방통위를 개편해 출범한 ‘방미통위’는 7인 합의제 기구로 설계됐지만, 출범 100일이 넘도록 대통령 몫 상임위원 2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회 추천 몫이 비어 있는 탓에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개점휴업’ 상태다. YTN 후속 조치는 물론 플랫폼 규제 등 시급한 현안들이 이 ‘식물 위원회’의 책상 위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위원회가 멈춘 사이, 공적 책임은 증발하고 그 빈자리를 자본의 시간 끌기가 채우고 있다.

실제로 유진이엔티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즉각 항소장을 제출했다. 정부가 항소를 포기하며 법원 판결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진 측은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현업 언론단체들은 이를 두고 “시간 벌기용 꼼수”라고 비판한다. 한국기자협회 등은 “정부가 항소를 포기한 이상 방미통위는 1심 판결 취지에 따라 승인 처분을 직권 취소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지금 과천 청사 앞의 풍경은 멈춰버린 한국 언론 거버넌스의 축소판이다. 심판이 호루라기를 불지 않으니 경기장은 엉망이 됐다. 사법부가 ‘반칙’이라고 판정했지만, 행정부는 이를 집행할 손발을 스스로 묶어버렸다. 그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뉴스의 소비자인 시민과 공정 방송을 지키려는 내부 구성원들에게 전가된다.

결국 방미통위 앞에 놓인 과제는 단순한 행정 처리가 아니다.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자본이 공적 미디어를 소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일이다. 위원회 구성을 핑계로 결정을 미루는 행위는 사실상 유법 상태를 방조하는 직무 유기에 가깝다. YTN 구성원들이 한파 속에서 “10번이고 100번이고 다시 나오겠다”고 외치는 것은 밥그릇 때문이 아니라, 무너진 언론의 기둥을 다시 세우겠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방미통위가 지금이라도 제 기능을 하지 않는다면, 쌓이는 것은 파업의 일수가 아니라 회복 불가능한 사회적 비용일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유진이엔티(유진그룹)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이 기사가 던지는 질문
법원이 위법으로 판결한 YTN 인수 승인에 대해 감독기관인 방미통위는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가?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자본이 공적 미디어를 계속 소유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언론 공공성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