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52주째 오르는 서울, 대통령의 목소리는 시장에 닿았는가

조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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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지난 2월 3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오는 5월 9일 예정대로 종료한다고 못 박았다. "'아마'는 없다"는 표현을 썼다. 그 전날에는 SNS를 통해 "망국적 부동산 투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는다"고 썼고, 지난 2월 4일에는 "대비하지 않은 다주택자의 책임"이라며 수위를 한 단계 더 올렸다. 취임 이후 부동산 관련 공개 발언만 열흘 사이 다섯 차례를 넘겼다. 대통령이 하루가 멀다 하고 부동산을 언급하는 풍경은 이례적이다. 그 풍경의 이면에는 1년째 멈추지 않는 서울 아파트값의 숫자가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2월 5일 발표한 2월 첫째주(2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7% 올랐다. 2025년 2월 첫째주 상승 전환 이후 52주 연속 상승이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역대 세 번째로 긴 연속 상승 기록이며, 문재인 정부 시기의 59주 연속 상승에 근접하고 있다. 다만 전주(0.31%)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올해 들어 서울 집값 상승폭이 둔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남구(0.07%), 서초구(0.21%), 송파구(0.18%) 등 강남권에서 상승폭 축소가 두드러졌고, 마포구(0.41%→0.26%), 동작구(0.44%→0.29%), 강동구(0.39%→0.29%) 등 한강벨트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반면 관악구(0.57%)는 2주 연속 서울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구로구·도봉구·은평구 등 외곽 지역은 소폭이나마 상승폭을 키웠다.

대통령의 연일 경고가 시장의 수면을 흔든 것은 사실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2월 4일 5만9,021건에서 8일 6만141건으로 나흘 만에 1,000건 넘게 늘었다. 강남3구 중심으로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속속 나왔고, 서울 동남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1.9로 2주 연속 하락해 지난해 9월 첫째주 이후 21주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42억원짜리 강남 아파트가 38억원에 나왔다는 보도도 등장했다. 양도세 중과 유예 만료가 현실이 되자 매물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수면 아래의 수압은 여전하다. KB부동산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810만원으로 사상 처음 15억원을 넘었다. 중위가격 역시 11억556만원으로 처음 11억원을 돌파했다. 서울 자가 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는 중간값 기준 13.9배다. 한 가구가 다른 지출을 일절 하지 않고 소득 전부를 모아도 서울에서 중간 가격의 집을 사려면 14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2025년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37조6,000억원 증가했고,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52조6,000억원을 차지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5년 말 기준 약 89%로 추정된다. 2021년 98.7%에서 줄었지만 여전히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52주 연속
서울 아파트 연속 상승
한국부동산원
15억 810만 원
서울 아파트 평균가
KB부동산
PIR 13.9배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KB부동산

이재명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는 크게 두 장이다. 하나는 공급이고, 다른 하나는 세금이다. 지난 1월 29일 정부는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수도권 도심 유휴부지 47곳을 활용해 6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것이 골자다.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3,500가구, 태릉CC 부지 6,800가구, 과천 경마장 부지 9,800가구 등이 핵심이다. 공급 대책이 예고된 노원구(0.41%→0.30%)와 과천시(0.25%→0.19%)는 실제로 집값 상승폭이 둔화했다. 세금 카드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매도하는 2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가 추가된다. 세 번 연장한 유예 조치를 이번에는 끝내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각 행위자의 이해관계는 선명하게 갈린다. 정부는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와 지지율 상승이라는 정치적 성과를 동시에 노린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 27~29일 실시한 조사에서 부동산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0%였지만, 2월 6일 조사에서는 부동산 대책이 국정 긍정 평가의 주요 요인으로 올라섰고 지지율도 전주 대비 2%포인트 상승했다. 다주택자는 5월 9일이라는 시한 앞에 매도와 보유 사이의 계산을 하고 있다. 무주택 실수요자와 청년 세대에게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11억원은 여전히 접근 불가능한 숫자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시절 실패를 반복한다"고 비판하면서 종부세 완화와 규제 철폐를 주장한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여당과 정부의 다주택자부터 집을 팔아야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은 부동산 올인, 국회는 입법 뒷짐"이라는 제목으로 부동산 관련 법안의 국회 교착 상태를 보도했다.

핵심은 대통령의 말이 시장의 근본 구조를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공급 대책의 용산·태릉·과천 부지는 착공까지 2~4년이 걸린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대부분의 물량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는 시점은 2029년 이후다. 52주 연속 오르는 서울 아파트값의 관성을 단기 세금 압박만으로 꺾을 수 있는지, 공급이 실제로 시장에 도달하기까지의 시차를 정책이 어떻게 메울 것인지. 강남3구에서 매물이 나오는 동안 관악구·구로구·도봉구 등 중저가 지역에서는 오히려 실수요 유입이 가속하고 있는데, 이것이 집값 안정의 신호인지 아니면 또 다른 풍선 효과의 시작인지. 가계부채 비율 89%와 PIR 13.9배라는 숫자가 말하는 주거 구조의 무게를, SNS를 통한 대통령의 강경 메시지가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결국 시장은 대통령의 입이 아니라 국회의 손을 보고 있고, 입법은 반년 가까이 교착 상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공급 약속의 실행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태릉CC와 용산 부지의 인허가 절차를 구체적 일정표로 공개하고, 착공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행정적 장치를 가동해야 한다. 국회는 양도세와 종부세, 임대사업자 세제를 둘러싼 여야 간 법안 협상을 더 미룰 여유가 없다. 세금으로 수요를 억누르는 동시에 공급이 도착하기까지의 시차를 메울 중간 단계가 필요하다. 공공임대 확대, 청년 전세자금 대출 한도 현실화,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 증대 같은 실수요자 보호 장치를 병행해야 한다. 시장은 대통령의 결의를 읽었지만, 결의만으로 52주의 관성은 꺾이지 않는다. 말의 온도가 아니라 입법의 속도와 공급의 실체가 숫자를 바꾼다. 서울 아파트값 그래프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정책이 땅에 닿는 시간이다.

정부(이재명 대통령)다주택자무주택 실수요자·청년 세대
이 기사가 던지는 질문
대통령의 연일 강경 발언과 세금 압박만으로 52주째 이어지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의 관성을 꺾을 수 있는가?
공급 대책이 실제 시장에 도달하기까지의 수년간 시차를, 입법 교착 상태 속에서 정책이 어떻게 메울 수 있는가?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