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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10월 2째주] 기후재난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찾아온 해, 우리는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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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2025년 기록적 폭염, 가뭄, 폭우 등 동시다발적 기후재난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기사는 기술적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며, 자연과의 관계 단절을 회복하고 공동체적 연대를 통한 근본적 대응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강릉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5%까지 떨어진 날, 서울에서는 10월 중순임에도 낮 기온이 28도를 넘었다. 물은 말라가는데 땀은 멈추지 않았다.

2025년은 기록의 해였다. 역대 최악의 산불, 가뭄, 폭우, 폭염이 한 해에 모두 찾아왔다는 정부 보고서가 나왔다. 6월부터 시작된 이른 더위는 10월까지 이어졌고,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는 제한 급수가 시행됐다. 농작물은 고사했다. 이상기후라는 단어가 더 이상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2025년 여름, 대구의 최고 기온은 40.2도를 기록했다. 서울도 38도를 넘겼다.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일주일간 1만 2천 헥타르를 태웠고, 충남 서산의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냈다. 기상청은 이례적이라는 표현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했다. 이례적인 일이 매년 반복되기 때문이다.

도로시 데이는 1952년 펴낸 『가난한 사람들의 긴 외로움』에서 빈곤의 본질이 물질적 결핍이 아니라 관계의 단절에 있다고 보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자연 사이, 사람과 노동 사이의 연결이 끊어질 때 진정한 가난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를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잃어가는 것은 시원한 여름이 아니라 자연과의 근본적인 관계 그 자체다.

기후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폭염 사망자의 70% 이상이 65세 이상 독거노인이며, 침수 피해는 반지하와 쪽방촌에 집중된다. 에어컨 보급률이 90%를 넘지만 전기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꺼놓는 가구가 있다. 기후위기는 가난한 이들에게 먼저 도달한다. 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역설이 여기에 있다.

정부의 대응은 기술적이다. 차양막을 설치하고, 쿨링포그를 가동하고, 무더위 쉼터를 운영한다. 필요한 조치이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도로시 데이가 강조한 것은 개인의 구원이 아니라 공동체의 연대였다. 혼자서는 폭염을 이길 수 없듯, 기후위기도 개인의 노력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의 긴 외로움』이 경고하는 기후 위기의 본질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불평등의 심화다. 기후변화의 피해는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가장 적게 배출한 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구조적 부정의가 기후 문제의 핵심이다.

한국은 1인당 탄소 배출량이 세계 상위권이면서도 기후 취약국이기도 하다. 집중호우, 폭염, 한파 등 극단적 기상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후 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탄소 중립 선언과 현실 사이의 괴리도 크다.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석탄 발전 비중은 여전히 높고 산업 구조의 전환은 더디다. 선언적 목표와 구체적 이행 사이의 간극이 정책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

기후 정의라는 관점에서 보면, 에너지 전환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가 핵심 쟁점이다. 석탄 발전소가 폐쇄되는 지역의 노동자들, 에너지 가격 인상의 부담을 지는 저소득층.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원칙이 구호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보상과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도로시 데이의 분석을 한국에 적용하면 불편한 진실이 드러난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한 삶의 이면에 기후 비용이 숨겨져 있다. 그 비용을 더 이상 미래 세대에게 떠넘길 수 없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기록의 해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내년에도 올해보다 더 뜨거운 여름이 올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자연과의 관계를 끊고도 번영할 수 있다는 근대의 약속이 거짓이었음을 기후는 매 계절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경고를 이례적이라는 단어로 포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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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인당 연간 물 사용량 추이 최근값
환경부·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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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5 증감
2025년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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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기준
2025년 알라딘

2024년 여름, 전남 곡성에서 폭우로 마을 전체가 침수됐다. 하루 강수량 350mm.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비가 3년 연속 내렸다. 수해 복구에 동원된 자원봉사자는 줄었고, 이재민 임시 숙소는 6개월째 텐트였다. 기후재난은 이미 일상이 되었지만, 대응 체계는 여전히 비일상적이다.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분석대로라면, 기후재난의 피해는 기온이나 강수량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사회적 인프라로 결정된다. 이웃을 아는 동네, 공공도서관이 있는 동네, 노인을 돌보는 체계가 있는 동네는 같은 폭염에도 사망자가 적다. 『가난한 사람들의 긴 외로움』이 보여준 것은 재난의 사회학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최근 30년간 1.4도 상승했다. 세계 평균의 두 배 속도다. 열대야 일수는 연 10일에서 20일로 늘었고, 게릴라성 호우 빈도는 40% 증가했다. 그런데 기후재난으로 인한 사망자 통계를 보면, 70대 이상 독거노인이 전체의 68%를 차지한다. 기후가 아니라 고립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클라이넨버그가 시카고 폭염에서 발견한 진실은 한국의 농촌에서도 반복된다. 곡성의 침수 마을에서 가장 늦게 구조된 사람은 혼자 사는 80대 할머니였다. 이웃이 있었다면, 마을회관이 열려 있었다면,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면. 기후위기의 해법은 탄소 감축만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복원하는 것이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기후재난의 심각성

2025년 한반도에 기록적인 폭염, 가뭄, 폭우 등 기후재난이 동시에 발생했다.

2
자연과의 단절 극복

기술적 대응만으로 부족하며,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공동체적 연대가 필요하다.

3
물 부족 현실화

강릉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1.5%까지 떨어지고, 서울에서도 10월에 폭염이 발생했다.

한국 1인당 연간 물 사용량 추이
출처: 환경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