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과 증권사의 2023년 실적이 극명하게 갈렸다. IBK기업은행은 비이자이익 확대로 연간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반면, 주요 증권사들은 기업금융(IB) 부문 부진으로 실적이 하락했다.
IBK기업은행의 2023년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비이자수익의 급성장 덕분이다. 당기순이익 2조원을 넘어선 이면에는 중소기업 고객들의 환헤지 수요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 수출입 기업들이 환율 변동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파생상품 거래를 늘리면서 관련 수수료 수입이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의 차별화된 실적에는 중소기업 전문은행이라는 정체성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일반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에 의존하는 구조인 반면, 기업은행은 기업 고객 비중이 높아 금리 상승기에 기업 대출과 외환 업무에서 이중으로 수혜를 입었다. 이는 수익 다변화의 성공 사례로 금융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증권업계의 사정은 정반대였다. IPO 시장이 2023년 내내 얼어붙으면서 주관 수수료가 급감했다. 2022년만 해도 대어급 IPO가 잇따르며 증권사들의 실적을 견인했으나,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장 연기와 철회가 속출했다. 대형 증권사들의 IB 부문 수익은 전년 대비 20~30% 감소하며 실적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금융당국은 이런 양극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모색 중이다. 은행에 대해서는 초과 이익관련 추가 과세와 상생금융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증권사에 대해서는 자기자본 규제 완화와 신규 사업 인허가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전반의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한 규제 방향 설정이 2025년 금융 정책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업계에서는 2024년에도 은행과 증권사의 실적 격차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은행의 이자 마진은 안정적이지만 IPO 시장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자산관리와 해외 투자 중개 등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리 상승기에 이자이익이 늘어난 건 다른 시중은행들과 비슷했지만 차별점은 비이자수익이었다. 외환 거래와 파생상품 운용에서 거둔 수익이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중소기업 전문은행이라는 특성상 기업 고객들의 환헤지 수요가 늘면서 관련 수수료 수입이 크게 늘었다.
반면 증권업계는 정반대 상황이었다. 삼성증권을 비롯한 대형 증권사들의 IB 부문 수익이 전년보다 20~30% 줄었다. IPO(기업공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주관 수수료가 급감했고 인수합병(M&A) 자문 건수도 줄었다. 2022년까지만 해도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영업했던 기업금융 부문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2023년 금리 고점 환경에서 은행권은 이자 마진 확대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지만 증권사는 IPO 시장 침체로 IB 수익이 20~30% 감소했다. 2024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은행의 이자수익 감소와 IPO 시장 회복이 동시에 전망되는 역전 구간이 예고돼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 초과이익에 상생금융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금융지주 주주들은 은행 실적 정점 이후 배당 감소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 증권사 IB 부문 인력은 IPO 회복 여부에 따라 구조조정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은행 대출 금리와 증권사 기업금융 조건이 모두 바뀌는 전환기여서 자금 조달 전략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같은 금융권 내에서도 은행과 증권사의 실적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금융업계 전체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한다.
금융당국이 은행과 증권사에 차별화된 규제를 추진 중이다. 이는 향후 금융산업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주식시장 부진에 따른 개인투자자의 미국주식 회피로 인해 증권사의 수수료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이는 향후 투자 트렌드를 반영하는 신호다.
고금리 시대 은행의 승리와 IPO 침체기 증권사의 고전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각 업권이 단일 수익원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수익 다변화 없이는 다음 경기 사이클에서 승패가 뒤바뀔 수 있다.
은행 과세 강화와 증권사 규제 완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정책은, 시장 논리보다 정치적 고려가 앞서는 모습이다. 금융권 내 승자와 패자를 정부가 선별하는 방식의 개입이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야 한다.
기업은행의 성공은 중소기업 고객층에 특화된 외환·파생상품 서비스가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가계대출 중심 시중은행들이 간과해온 기업금융 영역에서, 틈새시장 공략이 수익 안정화��� 열쇠가 될 수 있다.
2023년 금융권 부문별 실적 변동률. 기업은행 비이자수익: 전년 대비 변동률: 40%; 증권사 IB 부문: 전년 대비 변동률: -25%. 출처: 기업은행 연차보고서, 주요 증권사 실적 발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