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제네릭 의약품 가격을 대폭 낮추려 할까. 복지부가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한 약가제도 개편안의 핵심은 오리지널 약품 특허가 만료된 뒤 나오는 복제약(제네릭) 가격을 현행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2조 4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표면적 이유는 건강보험 재정 위기다.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은 급증하는데 저출생으로 보험료 낼 사람은 줄고 있다. 2023년 건보 재정은 4조원대 적자를 기록했고 누적 적립금도 2027년이면 바닥날 전망이다. 약품비는 전체 건강보험 지출의 20%를 차지하는 큰 덩어리다. 특히 제네릭은 국내 의약품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반발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이미 한국의 제네릭 약가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며 "추가 인하는 제약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미국은 오리지널 대비 80~90%, 일본은 50~60% 수준에서 제네릭 가격이 형성된다.
더 큰 문제는 위탁생산 증가다. 제네릭 위탁제조 비중은 2019년 42%에서 2023년 58%로 급증했다. 약가가 낮아질수록 제약사들은 생산시설 투자를 포기하고 외주 생산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품질관리 사각지대를 만들고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약가 인하와 함께 혁신신약 개발 지원, 수출 활성화 등 제약산업 육성책도 내놨다. 하지만 당장의 매출 감소를 미래 지원으로 보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복지부는 올해 하반기 제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방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제네릭 약가 인하는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다. 의료 접근성, 의약품 안전성, 제약산업 경쟁력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복잡한 방정식이다. 2조원을 아끼려다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제네릭 약가 인하를 통해 2조 4000억원을 절감하려 하고 있다.
이미 OECD 최하위 수준인 한국 약가를 더 낮추면 제약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위탁생산 의존도 증가로 인한 품질관리 사각지대와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정이 우려된다.
건보 재정 절감을 위해 제네릭 약가를 40%대로 내리면 단기 절감보다 공급 기반 훼손이 더 커질 수 있다. 위탁생산 의존이 늘어난 상황이라 약값 인하가 곧 품질과 공급 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
제네릭 판매 비중이 높은 국내 제약사와 위탁생산 공장, 보험 약가 인하에 따라 약을 처방·복용하는 환자와 병원이 직접 영향을 받는다.
2024년 건보 적자 6조원 전망 속에서 제네릭 약가 인하는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단기 재정 절감 수단이다. 하지만 이미 OECD 최하위 수준인 약가를 더 낮추는 것이 지속가능한 해법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과도한 약가 인하는 제약사들의 위탁생산 의존도를 높이고 이는 품질관리 사각지대와 공급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저가 정책이 국민 건강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현재도 R&D 투자가 글로벌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에서 약가 추가 인하는 국내 제약사의 혁신 여력을 더욱 제한한다. 장기적으로 한국이 의약품 수입 의존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시점이다.
국가별 제네릭 의약품 가격 비교 (오리지널 대비 %). 미국: 오리지널 대비 제네릭 가격: 85%; 일본: 오리지널 대비 제네릭 가격: 55%; 한국(현재): 오리지널 대비 제네릭 가격: 53.55%; 한국(개편안): 오리지널 대비 제네릭 가격: 40%. 출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