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2024년 말, 전공의들이 노조를 만들었을까? 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노동운동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들이 단체교섭권을 들고 나섰다. 12월 중순 첫 정기 대의원대회를 연 전공의노조는 '부당한 현실에 침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의료계 파업과 전공의 이탈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병원 현장은 극도로 피폐해졌다. 남은 전공의들은 빈자리를 메우느라 주 80시간을 훌쩍 넘기는 근무에 시달렸다. 정부와 병원 사이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당했다. 결국 스스로 권리를 지키겠다며 노조 결성에 나선 것이다.
한국 의료계에서 전공의 노조는 이례적이다. 의사 집단은 전통적으로 대한의사협회나 전문과목별 학회를 통해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기존 조직으로는 한계가 드러났다. 특히 병원과 직접 고용관계를 맺은 전공의들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실질적 협상 창구가 필요했다.
비슷한 움직임이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KT에서는 노동인권센터를 둘러싼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번졌고, 삼성전자에서는 역사상 첫 파업 이후 두 번째 파업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통적으로 노조와 거리가 멀었던 집단들이 노동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공의노조가 실제로 병원과 교섭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형병원들은 아직 전공의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데 소극적이다. 수련 과정에 있는 의사라는 특수성을 내세워 일반 근로자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 100시간에 달하는 살인적 근무와 낮은 처우는 엄연한 노동 문제다.
의료 현장의 인력 부족이 극심한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병원 운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미 많은 전공의가 현장을 떠난 상태에서 남은 인력마저 노조를 통해 목소리를 높인다면 병원들도 무시하기 어렵다. 정부 역시 의료 공백을 막으려면 이들의 요구를 경청해야 하는 처지다.
전공의노조 출범은 한국 의료계가 맞은 변곡점을 보여준다. 의사도 노동자라는 인식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건 특권이 아니라 인간다운 노동 조건이다. 의료 시스템 전반의 개혁 없이는 이런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난 12월부터 시작된 일이다. 전국 각지의 전공의들이 서울에 모여 첫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었다. 전공의노동조합이 공식 출범한 지 8개월 만이다.
전공의노조는 이날 대회에서 부당한 현실에 침묵하지 않고 적극적인 교섭으로 전공의 인권을 지켜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의사 집단이 '인권'과 '노동권'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례적이다.
전공의들이 주 88시간 근무와 저임금 등 부당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노동조합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공의 노동권 투쟁이 간호사 등 다른 직종으로 확산되고 있어, 의료계 전반의 노동권 향상을 위한 움직임으로 주목된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의사 집단이 '인권'과 '노동권' 보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의료 현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주 88시간 근무는 주 52시간 법정 근로시간을 크게 초과한다. 이는 환자 안전과 의료 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다.
시급 1만 원 수준의 전공의 급여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교육 과정'이라는 명목으로 정당한 노동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관행이 지속되어 왔다.
전공의에 이어 간호사, 의료기사 등 다른 직종도 노동조합을 통해 권리를 찾기 시작했다. 의료계 전반의 노동 환경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