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국민연금이 대기업 이사회에 직접 개입하려 할까. 금융감독원장이 국민연금에 포스코와 CJ그룹 사외이사 추천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노동·시민단체가 재벌 총수의 이사 연임에 반대하고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요구한 지 수년째다. 이번엔 정부 기관이 나섰다.
경영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연금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면 경영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민간 기업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논리다. 반면 시민사회는 국민 노후자금을 맡은 연금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는 게 당연하다고 맞선다.
사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이미 시작됐다.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횟수가 늘었다. 2023년에는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 재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하지만 사외이사 추천은 차원이 다르다. 이사회 내부에 직접 사람을 보내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1,300만 국민연금 가입자의 자금이 기업 이사회에 직접 개입하는 데 사용되는 만큼, 정치적 독립성과 운용 기준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단순 재벌 견제가 아닌 가입자 이익 우선인지 검증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추천 활동이 본격화되면 삼성,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수십 년간 경영권 집중 구조를 유지해온 재벌 체제의 실질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일본 GPIF 등 선진국의 공적연금은 이미 ESG 경영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한국도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주주권 행사 체계 정립이 급선무다.
국민연금은 2055년 기금 고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보유 주식의 수익률 제고가 절실하다. 사외이사 추천을 통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장기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포스코·CJ 등 주요 그룹이 연금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수용할지 여부는 한국 재벌의 주주 친화적 태도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거부할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정부 제안을 그대로 따를 경우 '제2의 산업은행'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1,300만 가입자 이익을 대변하려면 정치권·행정부로부터 독립된 의사결정 구조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주요국 공적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현황. 노르웨이 국부펀드: 적극적 주주권 행사 시작 시점: 2013년; 일본 GPIF: 적극적 주주권 행사 시작 시점: 2014년; 캐나다연금: 적극적 주주권 행사 시작 시점: 2013년; 한국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권 행사 시작 시점: 2018년. 출처: 기사 내용 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