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다 4월 1째주] 포스코 7000명 직접고용, 비정규직 문제의 전환점
포스코가 3월 31일 발표한 7000명 직접고용 전환은 한국 산업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다. 철강업계의 대표주자가 40여 년간 유지해온 고용관행을 뒤바꾸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번 조치는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과 노동조합의 지속적인 투쟁, 그리고 ESG 경영을 둘러싼 사회적 압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포스코는 이미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해왔지만 이번 발표는 그 완결판 격이다.
제레미 리프킨이 1995년에 펴낸 「노동의 종말」은 자동화와 정보기술이 생산성을 올리면서도 노동 수요를 줄이는 흐름을 다룬 책이다. 분석 대상은 미국과 서구 선진국이고 한국의 비정규직 제도나 1987년 이후의 노동운동을 다루지는 않는다. 다만 고숙련 인력과 불안정 노동자 사이가 벌어진다는 이 책의 관찰은 원·하청으로 갈라진 한국 제조업의 고용을 읽는 틀로 쓸 수 있다. 한국의 비정규직 확산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의 구조조정과 파견·기간제 제도, 원청과 하청의 교섭력 차이가 겹친 결과이며 기술 변화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포스코의 비정규직 활용은 제조업 전반의 고용관행을 상징한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으로 탄생한 포스코는 초기에는 평생고용을 보장하는 대표적인 양질의 일자리였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인건비 절감 압박에 직면했다. 이에 대응해 포스코는 생산직 상당 부분을 협력업체 파견근로자로 대체했고 이들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과 복리후생에서 차별을 받았다.
노동시장이 둘로 갈라지는 현상은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에서 짚은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기술과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안정된 자리를 지키는 쪽과 불안정한 일자리로 밀려나는 쪽의 간격이 벌어진다고 봤다. 한국에서도 같은 일을 하면서 임금과 복리후생이 갈리는 구조가 오래 이어졌다. 다만 이 격차가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여러 요인이 얽혀 있어 한 가지 원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포스코의 이번 결정 배경에는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했다. 고용노동부는 2023년부터 포스코의 파견업체 운영 실태를 조사해 상당 부분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특히 포스코 직원과 파견근로자가 혼재해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 '직접고용 의무' 조항에 저촉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중시 분위기도 한몫했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면서 고용 불평등 해소가 경영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7000명 직접고용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연간 약 3000억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안게 된다. 하지만 고용 안정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과 이직률 감소, 그리고 숙련도 향상 등의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소득분배 개선과 내수 진작 효과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소비여력이 늘어나고 이는 경제 전반의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이번 포스코의 결정이 다른 대기업들에게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현대차, 삼성전자, LG 등 주요 제조업체들도 상당 규모의 비정규직을 운용하고 있다. 포스코가 먼저 직접고용 전환을 단행함으로써 다른 기업들도 유사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민간 대기업의 자발적 개선은 정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포스코의 이번 조치는 직접 고용된 파견근로자에 한정된다. 여전히 2만5000명에 달하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임금과 처우 격차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또한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기존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를 어떻게 조정할지, 승진 체계를 어떻게 통합할지 등 세부적인 과제들이 남아있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한 고용정책으로 자리잡으려면 장기적 관점에서의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포스코의 7000명 직접고용 전환은 한국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전체 임직원의 약 28%에 해당하는 규모로, 제조업계에서는 전례없는 대규모 전환이다.
연간 3000억원의 추가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포스코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단순히 비용 절감 논리를 넘어선 사회적 책임 의식의 발현으로 평가된다. 특히 ESG 경영과 지속가능성이 기업 가치 평가의 핵심 지표가 되면서 고용의 질 개선이 경영 전략의 필수 요소로 부상했다.
40년간 지속된 한국형 고용관행의 전환점을 의미한다. 포스코의 결정은 다른 대기업들의 유사한 조치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아 산업계 전반의 고용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불평등 이슈다. 대기업의 자발적 개선이 사회 전체의 소득 격차 완화와 사회통합에 미칠 파급효과는 경제적 의미를 넘어선다.
이번 전환은 직접고용 대상이 된 파견근로자에 한정된다. 협력업체 근로자 2만5000명의 임금·처우 격차와 기존 정규직과의 임금·승진 체계 통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