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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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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어디에도 이름이 없는 아이들

[이주아동 체류자격]과 「있지만 없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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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2025년 외국인과의 혼인은 2만701건으로 전체 혼인의 8.6%를 차지했고 초·중·고 다문화 학생 수는 20만220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이주가정이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는 흐름은 이제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이웃의 일상입니다. 그런데 이 통계의 이면에는 체류자격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법무부는 이 아이들이 약 2만 명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은유 작가가 기록한 한 권의 책은 서류로 존재를 증명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하루를 따라갑니다. 통계가 불어나는 자리에서 숫자로 잡히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함께 읽어봅니다.
관련 통계
구분수치
2023년 다문화 혼인2만431건
2023년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이 차지하는 비중10.6%
충남12.9%
2023년 다문화 혼인 유형 중 '외국인 아내'인 경우69.8%
자료 | 통계청, 2023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 · 2024-11-07

전국에서 다문화 혼인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어디일까요. 2023년 통계를 보면 제주가 13.6%로 1위였고 충남이 12.9%, 전남이 12.5%로 뒤를 이었습니다. 세종은 6.4%로 가장 낮았죠. 지역마다 숫자는 달라도 국제결혼이 이제 이웃집의 일상이 됐다는 신호는 어디서나 비슷하게 읽힙니다.

규모를 보면 흐름이 더 또렷합니다. 2023년 다문화 혼인은 2만431건으로 전년보다 17.2% 늘었고 전체 혼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6%까지 올랐습니다. 2025년으로 오면 전체 혼인 건수 자체가 24만326건으로 8.1% 뛰었고 그 가운데 외국인과의 혼인이 2만701건을 기록했습니다. 만나고 가정을 이루는 사람들의 국적이 다양해지는 변화가 통계에 그대로 찍힙니다.

이렇게 가정이 늘면 그 안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도 함께 늘어납니다. 그런데 모든 아이가 서류 위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아닙니다. 은유 작가가 국가인권위원회 기획으로 쓴 「있지만 없는 아이들」(은유, 2021)은 바로 그 틈에 놓인 아이들을 기록합니다.

책 속 아이들은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체류자격이 없어 일상 곳곳에서 벽에 부딪힙니다. 수학여행을 가려면 드는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가게 앞에서 QR 체크인을 하지 못하며 대학 진학의 문턱에서도 멈춰 섭니다. 남들에게는 그저 절차인 일이 이 아이들에게는 매번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관문이 됩니다.

■ 오래 산 이웃, 늘어나는 교실

이주가정이 잠깐 머물다 가는 손님이 아니라는 사실은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됩니다. 2025년 말 기준 국내 체류외국인은 278만3247명으로 전체 인구의 5.44%를 차지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2024년 다문화가구 1만6014가구를 조사해 보니 국내 거주기간이 15년 이상인 가구가 52.6%, 20년 이상인 가구가 28.3%였습니다. 뿌리를 내린 지 오래된 가족이 이미 절반을 넘겼습니다.

교실 풍경도 바뀌었습니다. 2025년 다문화 학생 수는 20만2208명으로 전년보다 8394명 늘어 전체 학생의 4.0%에 이릅니다. 학교마다 이주배경 아이가 한 반에 한둘씩은 앉아 있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이 통계에 잡히는 아이들 곁에는 어떤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있지만 없는 아이들」이 파고드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아이들의 교육받을 권리는 인정되지만 미등록 상태에서는 서류상 존재를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학교에는 다니는데 서류에는 없는 역설을 책 제목이 그대로 품고 있습니다.

■ 이름 없는 이만 명

그렇다면 서류에 없는 아이들은 몇 명일까요. 법무부는 약 2만 명의 미등록 이주아동이 다양한 경로로 국내에 머무는 것으로 추정하지만 정확한 통계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셈이 되지 않는 존재를 어림수로만 말하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2017년 12월 말 기준 19세 이하 미등록 체류 아동을 5279명으로 공식 집계한 기록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제도가 이 문제를 아예 외면한 것은 아닙니다. 법무부는 2021년 4월 19일부터 체류자격 없이 국내 학교에 다니는 이주아동과 그 부모에게 한시적으로 체류자격을 주는 교육권 보장 대책을 시행했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라면 최소한 쫓겨나지는 않게 하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이 대책은 2025년 3월 한 번 더 다듬어졌습니다. 법무부는 대책을 2025년 4월부터 2028년 3월 31일까지 3년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고 요건을 충족한 아동의 미성년 형제자매에게도 체류자격을 함께 주는 조항을 새로 담았습니다. 한 아이만 구제하고 그 동생은 두고 가던 틈을 메운 셈입니다.

숫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기만 할까요. 혼인이 늘고 학생이 역대 최다를 찍는 흐름은 분명 사회가 넓어진다는 증거입니다. 다만 통계 안으로 들어온 아이가 많아질수록 통계 바깥에 남은 아이의 그늘도 함께 짙어집니다. 은유 작가가 붙든 것은 그 그늘에 선 얼굴들입니다.

전국에서 다문화 혼인이 가장 많은 제주의 어느 교실에도, 서류 어디에도 이름이 적히지 않은 채 오늘 아침 등교한 아이가 조용히 앉아 있을지 모릅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통계와 사각지대의 간극

혼인·학생 수는 역대급으로 늘지만 미등록 이주아동은 숫자조차 없는 대비를 통해 독자가 지금의 이민 현실을 입체적으로 봅니다.

2
제도 연장의 의미

2028년까지 연장된 한시적 체류자격 대책과 형제자매 조항을 짚어 정책의 진전과 한계를 동시에 전합니다.

3
책과 뉴스의 접점

「있지만 없는 아이들」의 일상 사례가 통계 뒤 개인의 얼굴을 보여주며 왜 지금 이 책인지 설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