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어디에도 이름이 없는 아이들
[이주아동 체류자격]과 「있지만 없는 아이들」
| 지표 | 비중 |
|---|---|
| 2023년 제주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 비중 | 13.6% |
| 2023년 충남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 비중 | 12.9% |
| 2023년 전남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 비중 | 12.5% |
| 2023년 세종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 비중 | 6.4% |
전국에서 다문화 혼인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어디일까요. 2023년 통계에서는 제주가 13.6%로 가장 높았고 충남, 전남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것은 각 지역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이 차지하는 몫입니다. 혼인 건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는 뜻은 아니죠.
그해 전국 다문화 혼인은 2만431건으로 전년보다 17.2% 늘었습니다. 여기서 다문화 혼인은 외국인 또는 귀화자가 포함된 혼인을 말합니다. 국적을 바꾼 사람도 집계에 들어가므로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의 혼인만 센 수치와는 범위가 다릅니다.
2025년 전체 혼인은 24만326건으로 전년보다 8.1%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과의 혼인은 2만701건으로 0.3% 감소했고 전체 혼인의 8.6%를 차지했습니다. 서로 다른 정의와 연도의 숫자를 이어 붙여 국제결혼이 계속 늘어난다고 읽을 수는 없습니다.
가정의 국적 구성과 아이의 체류자격도 구분할 문제입니다. 은유 작가가 국가인권위원회 기획으로 쓴 「있지만 없는 아이들」(은유, 2021)은 안정적인 체류자격 없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혼인 통계에 가정이 잡히는지와 아이가 계속 머물 수 있는지는 별개라는 물음이 남습니다.
책에는 이주아동 다섯 명과 어머니, 활동가, 변호사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출판사의 소개 역시 이들을 도움을 기다리는 대상으로만 묶지 않고 자신의 삶을 설명하고 질문하는 사람으로 전합니다. 한 줄의 체류자격으로 생활 전체를 판단하기 전에 당사자의 말을 듣는 방식입니다.
■ 오래 머문 사람들과 학교의 기록
여성가족부의 2024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는 4만2243가구의 표본 가운데 1만6014가구 조사를 마쳤습니다. 국내 거주기간이 15년 이상인 비율 52.6%, 20년 이상인 비율 28.3%는 조사에 포함된 결혼이민자·귀화자를 기준으로 한 값입니다. 가구 전체의 거주기간 비율로 바꿔 부르면 집계 대상이 달라집니다.
학교 통계는 무엇을 셀까요. 2025년 다문화 학생은 20만2208명으로 전년보다 8394명 늘었고 전체 학생 중 비율은 4.0%였습니다. 전국 비율을 근거로 모든 학교의 모든 반에 같은 수의 이주배경 학생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죠. 가족 배경을 분류한 교육 통계만으로 체류자격의 유무까지 가려낼 수도 없습니다.
이처럼 가구, 개인, 학생은 서로 다른 조사 단위입니다. 세 수치를 한 집단의 규모처럼 합치면 정작 어떤 아이가 어떤 지원에서 빠지는지 흐려집니다. 책에 실린 당사자의 경험을 함께 읽는 까닭은 숫자를 대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집계표가 답하지 않는 생활의 질문을 구체적으로 살피기 위해서입니다.
■ 추산과 제도의 대상을 구분하면
체류자격 문제는 모두 같은 조건에서 생길까요. 법무부의 구제방안은 국내에서 성장한 아동의 체류기간과 재학·졸업 여부를 따져 대상을 정합니다. 제도의 문턱이 어디에 있는지 살피려면 전체 규모를 말하는 추산과 실제 허가 실적을 먼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부가 2025년 3월 20일 발표한 자료에서 확인되는 것은 해당 구제제도의 실적입니다. 체류자격을 부여받은 총 2713명 중 아동은 1205명, 부모는 1508명이었습니다. 이 숫자는 그 제도를 통해 허가받은 사람을 세므로 국내 전체 미등록 아동의 수와 다릅니다.
법무부의 2025년 3월 20일 발표 자료는 이 방안의 신청 기간을 2025년 4월 1일부터 2028년 3월 31일까지로 안내했습니다. 2021년 처음 도입한 뒤 2022년 대상을 넓힌 제도입니다. 국내 출생 또는 6세 미만 입국 아동은 6년 이상, 6세 이후 입국 아동은 7년 이상 국내에 체류하고 재학·졸업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학교에 다닌다는 사실 하나로 모두 허가받는 방식은 아닙니다.
이번 연장에는 요건을 충족한 아동의 미성년 형제자매에게도 체류자격을 함께 주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한 아이의 허가와 가족의 생활을 따로 떼지 않으려는 조치로 읽힙니다. 다만 신청 기간과 대상 요건이 정해진 제도인 만큼,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삶을 하나의 허가 경로로 모두 설명할 수는 없거든요.
혼인 건수의 증감으로 아이가 한국에서 살아갈 권리까지 판단할 수 있을까요. 비중이 가장 높은 제주의 통계도 그 지역 아이 한 명의 체류자격을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지역 순위와 전체 규모를 정확히 읽은 다음에는 어떤 조건이 누구의 생활을 가르는지 살필 차례입니다.
「있지만 없는 아이들」이 기록한 얼굴을 떠올리면 남는 질문도 구체적입니다. 같은 교실에서 배우는 아이가 졸업 뒤에도 이곳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다문화 혼인, 외국인과의 혼인, 이주배경 학생은 같은 집단을 세는 수치가 아닙니다. 정의와 시점을 구분해야 삶의 조건을 정확히 살필 수 있습니다.
제도를 통해 체류자격을 받은 아동 수와 미등록 아동 전체 추산을 구분합니다. 제도의 대상과 남은 사각지대를 살피는 출발점입니다.
「있지만 없는 아이들」은 당사자의 경험을 통해 학교에 다니는 일과 이곳에 계속 머무는 일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하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