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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9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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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은 2000조, 가난은 누구의 탓입니까

가계빚 2000조 시대와 「가난의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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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가계신용이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연체율은 9년여 만에 최고로 올랐습니다. 숫자가 커질수록 가장 먼저 벼랑에 서는 건 노년의 삶입니다. 폐지 줍는 노인 4만2000명을 현장에서 기록한 「가난의 문법」은 가난을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도시가 짜놓은 구조로 읽어냅니다. 빚더미 위에서 '자기 탓'만 묻는 시선이 무엇을 놓치는지, 이 책이 되짚어 줍니다.
「가난의 문법」(2026년 8월 기준)
구분내용
제목「가난의 문법」
저자소준철
연도2020년
출판사푸른숲
2026년 1분기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 잔액1865조8000억원
2026년 2분기(4~6월) 석 달간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누적21조1000억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26년 7월16일 기준금리2.50%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6년 5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0.67%
자료 | 한국은행·뉴스핌(한국은행 자료 인용)·금융감독원 · 2026-08-16

4월엔 3조5000억원, 5월엔 9조3000억원, 6월엔 8조3000억원. 올 2분기 석 달 동안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21조1000억원 불어나며 가계신용이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뉴스는 이 거대한 숫자를 머리기사로 뽑았죠. 그런데 2000조라는 자릿수 뒤에는, 이미 갚을 힘을 잃은 사람들의 하루가 포개져 있습니다.

한국은행 집계로 올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000억원, 2002년 4분기 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이래 가장 많았습니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이 1865조8000억원, 카드 같은 판매신용이 127조3000억원이고요. 게다가 금융통화위원회는 7월16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렸습니다. 3년6개월 만의 인상입니다. 빚이 불어난 자리에 이자 부담까지 겹친 셈이죠.

이 지점에서 6년 전 나온 한 권의 논픽션을 꺼내봅니다. 도시사회학 연구자 소준철이 쓴 「가난의 문법」(소준철, 2020)입니다. 저자는 2015년 3월 서울 가양역 인근 1km 남짓한 거리에서 폐지 한 장을 두고 경쟁하는 노인 여럿을 목격한 일을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그렇게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에서 재활용품을 줍는 도시 노인들을 따라다닌 현장 기록이 이 책이죠. 2020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선정작으로도 뽑혔습니다.

빚이 늘면 반드시 따라오는 지표가 있습니다. 연체율입니다. 금융감독원 집계로 5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67%로, 2016년 11월 이후 9년7개월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00%로 같은 기간 처음 1%대에 올라섰고요. 숫자가 오르면 누가 가장 먼저 벼랑에 서게 될까요. 답은 대개 가장 약한 고리, 노년의 삶입니다.

■ 윤영자의 하루

책은 통계 대신 한 사람의 하루를 택했습니다. 실존하는 노인 여럿의 생애를 겹쳐 만든 가상 인물 '윤영자'(1945년생)의 아침부터 밤까지를 따라가거든요. 리어카를 끌고 골목을 도는 그의 동선에는, 폐지 한 관의 무게와 값이 정확히 계산돼 붙어 있습니다.

윤영자 같은 노인의 형편은 통계에서도 읽힙니다. 2024년 노인의 시장소득 기준 빈곤율은 54.9%였습니다.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소득만 놓고 보면 노인 절반 이상이 빈곤선 아래라는 뜻이죠. 이 수치가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35.9%까지 내려가는데 그 격차를 메운 건 기초연금 같은 정부의 이전소득이었습니다.

「가난의 문법」이 겨눈 과녁이 바로 이 대목입니다. 저자는 '무언가를 안 했거나 못 했기에 가난하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판잣집이 사라진 자리를 쪽방이 채우고 넝마주이가 있던 자리를 폐지 줍는 노인이 대신했을 뿐, 도시의 가난은 형태만 바꿔 그대로 남았다는 겁니다. 가난이 개인의 게으름이 아니라 도시가 짜놓은 문법이라는 얘기죠.

■ 4만2000명의 좌표

이 문법은 정부 조사로도 확인됩니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처음 실시한 전국 폐지수집 노인 실태조사는 이들의 규모를 약 4만2000명으로 추계했습니다. 평균 연령 76세, 남성 비율 57.7%였고요. 월평균 수입은 16만원 남짓,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비율은 전체 노인 평균의 3배에 달했습니다.

복지부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2024년 7월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폐지 줍는 노인 1만4831명을 찾아냈고 이 중 4787명을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연결했다고 밝혔습니다. 발굴한 세 명 중 한 명꼴로 일자리에 닿은 셈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어디로 갔을까요. 리어카는 여전히 골목에 있습니다.

폐지 줍는 노인이 늘어나는 배경엔 인구 구조가 있습니다. 한국은 2024년 12월23일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0%를 넘어서며 처음 초고령사회에 들어섰습니다. 1년 뒤인 2025년엔 그 비중이 21.21%로 커졌고요. OECD 비교에서 한국의 66세 이상 빈곤율은 2023년 39.8%로 38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는데 회원국 평균(14.8%)의 2.7배였습니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라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8%로 전월(3.2%)보다 진정된 정도일까요. 물가가 한 풀 꺾여도 리어카를 끄는 하루의 셈법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빚이 2000조를 넘고 연체율이 9년여 만에 최고로 오르는 지금, 우리는 가난을 다시 개인의 이름표로 돌려보내려는 유혹 앞에 서 있죠.

다시 처음의 숫자로 돌아가 봅니다. 2000조라는 자릿수가 머리기사를 채우는 아침에도, 윤영자의 리어카는 가양역 그 1km 거리를 지나 골목으로 접어듭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가계빚 2000조·연체율 9년여 최고

빚이 사상 처음 2000조를 넘고 5월 말 원화대출 연체율이 0.67%로 뛰면서 상환 능력을 잃은 계층이 먼저 흔들립니다.

2
노인 빈곤은 구조의 문제

시장소득 기준 노인 빈곤율 54.9%와 OECD 1위(39.8%) 통계는 가난이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결과임을 보여줍니다.

3
「가난의 문법」이 다시 읽히는 이유

폐지 줍는 노인 4만2000명의 하루를 기록한 이 책은 빚더미 위에서 '자기 탓'만 묻는 시선이 놓치는 지점을 짚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