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8월 25일 화요일
잠시 후 집중 읽기 모드로 전환됩니다

첫 경력을 먼저 묻는 공정의 역설

[청년 고용 감소]와 「선량한 차별주의자」

기사 듣기
기사요약
2026년 7월 전체 취업자는 늘었지만 청년 지표는 여러 방향에서 뒷걸음쳤습니다. 15~29세 취업자는 344만1천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1천명 줄었고 고용률도 44.2%로 1.6%포인트 내렸습니다. 반면 같은 시기 60세 이상 취업자는 23만1천명 늘었죠. 통계 당국은 공채에서 수시·경력직 채용 중심으로 바뀐 고용문화를 청년 고용여건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짚었습니다. 김지혜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획일적 능력 평가가 누구의 배제를 정당화하는지 묻습니다. 그 물음을 첫 경력을 요구하는 채용 현장에 겹쳐 봅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2026년 8월 기준)
구분내용
제목「선량한 차별주의자」
저자김지혜
연도2019년
출판사창비
2026년 7월 15세 이상 고용률63.3%
2026년 7월 15~64세 고용률70.3%
2026년 7월 15~29세 고용률44.2%
2026년 7월 15~29세 실업률6.8%
자료 | 국가데이터처 「2026년 7월 고용동향」 · 2026-08-12

2026년 7월 고용24의 구인배수는 0.44였습니다. 1년 전 0.40보다 올랐죠. 일자리를 찾는 사람에 견줘 빈자리 신호가 조금 더 늘었다는 뜻입니다. 같은 달 신규 구인도 17만7천명으로 1년 전보다 1만3천명 늘었습니다.

그런데 29세 이하 신규 구직자는 1년 전보다 9천4백명 줄었습니다. 전체 신규 구직자가 39만9천명으로 1만1천명 줄어든 가운데 청년의 이탈이 그 안에 섞여 있죠. 자리 신호가 조금 늘어도 청년이 그 문 앞에 서지 않는 장면입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2019)는 선량하다고 믿는 평범한 사람도 일상적 차별에 가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창비가 2019년 7월 17일 펴낸 이 책은 획일적인 능력 평가가 승자의 기회 독식과 패자의 배제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 묻습니다. 이 물음을 채용의 문턱에 대보면 어떨까요.

다시 통계로 돌아가 봅니다. 2026년 7월 15세 이상 취업자는 2,913만6천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8천명 늘었습니다. 15~64세 고용률도 70.3%로 0.1%포인트 올랐습니다. 전체 그림만 보면 노동시장은 완만하게 나아진 셈입니다.

청년 쪽은 다른 방향을 가리킵니다. 15~29세 취업자는 344만1천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1천명 줄었고 그중 20대에서만 20만4천명이 빠졌습니다. 같은 시기 60세 이상 취업자는 23만1천명 늘었습니다. 15~29세 고용률은 44.2%로 1.6%포인트 내렸습니다.

■ 자리는 있는데 문턱이 남는다

실업 지표도 함께 움직였습니다. 15~29세 실업자는 25만1천명으로 1년 전보다 4만1천명 늘었고 실업률은 6.8%로 1.3%포인트 올랐죠.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은 16.6%로 0.5%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반면 전체 고용보조지표3은 8.3%로 0.3%포인트 내렸습니다.

고용보험 쪽 신호도 봅니다. 2026년 7월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87만7천명으로 1년 전보다 27만7천명 늘었습니다. 늘어난 이 자리가 곧 청년의 자리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29세 이하에서만 가입자가 1년 전보다 줄었거든요.

이 어긋남을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볼 수 있을까요. 그렇게 보긴 힘듭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능력을 재는 잣대가 하나로 굳으면 그 잣대에 못 미치는 쪽의 탈락이 공정의 이름으로 설명된다고 짚습니다. 문턱의 높이를 정한 사람과 그 앞에 선 사람은 자리가 다릅니다.

통계 당국의 설명도 이 지점을 건드립니다. 국가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공채에서 수시·경력직 채용 중심으로 바뀐 고용문화를 청년 고용여건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첫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에게 경력을 먼저 요구하면 그 요구를 채울 길이 좁아집니다.

■ 첫 경력이라는 역설

여기서 한 가지 역설이 보입니다. 경력을 쌓으려면 일자리가 필요한데 그 일자리가 경력을 먼저 묻습니다. 2026년 7월 15~29세 경제활동인구는 369만2천명으로 1년 전보다 15만명 줄었습니다. 인구 자체도 778만8천명으로 14만4천명 줄었지만 취업자 감소 폭이 더 컸습니다.

산업의 결도 살핍니다. 2026년 7월 서비스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1년 전보다 28만5천명 늘었지만 제조업은 3천명 줄어 14개월 연속 감소했습니다. 한편 비경제활동인구 중 20대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7만1천명 줄었죠. 청년이 쉬려고 물러선 게 아니라 구직의 문 앞에서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던지는 질문은 누가 배제되는가에 앞서 누가 기준을 정하는가입니다. 획일적 능력 평가가 승자의 독식과 패자의 배제를 정당화할 때 배제된 쪽은 그것을 자기 탓으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첫 경력을 요구하는 문 앞에서 물러선 청년의 마음도 그와 겹칩니다.

자리 신호는 조금 늘었는데 첫 경력을 먼저 묻는 문턱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0.44로 조금 열린 문 앞에서 첫 경력을 요구받는 청년의 자리를, 이 책은 오래전부터 능력의 잣대 문제로 비춰 왔습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첫 경력의 역설

자리 신호는 늘어도 첫 경력을 먼저 요구하면 청년의 진입 문턱은 그대로 남습니다.

2
어긋난 방향
3
기준을 정하는 자리

획일적 능력 평가가 배제를 정당화하는지 묻는 책의 질문이 수시·경력직 채용 현장과 겹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