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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9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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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달러의 성장, 교무실의 외로움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전망과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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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경제 지표가 상징적인 문턱을 향해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이 4만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고 학교 통계도 학급당 학생 수와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줄고 사교육비가 감소하는 등 겉으로는 나아진 숫자를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평균의 숫자들이 학교 안 어른의 성장까지 담아낼까요. 엄기호는 교사들이 가장 먼저 호소한 문제가 대화할 상대가 없는 외로움이었다고 전합니다. 숫자가 닿지 못하는 성장의 다른 축을 이 책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관련 통계
구분수치
2025년 1인당 국민총소득 잠정치3만6963달러
학급당 학생 수는 2025년에서 2026년 사이 초등학교19.3명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2025년에서 2026년 사이 초등학교12.1명
삶의 만족도를 0∼10점
자료 | 한국은행 「2026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 기자설명회」·한국교육개발원 「2026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OECD 「PISA 2022 Results: Country Note—Korea」 · 2023-12-05 · 2026-06-09 · 2026-08-26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이 4만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한국은행 국민소득부장은 예상치 못한 대외 충격이 없고 최근의 환율 안정세가 이어지면 2026년 미 달러화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이 4만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습니다. 2025년 잠정치가 3만6963달러였으니 한 해 만에 상징적인 문턱을 넘는 셈입니다.

성장의 온기는 지표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2026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7% 늘었고 실질 국민총소득은 15.6% 증가했거든요. 명목 국민총소득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6.4%에 이르렀습니다. 다만 전기 대비로 보면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1분기 1.8%에서 2분기 0.6%로, 제조업 성장률이 3.9%에서 1.4%로 낮아지며 속도는 한풀 꺾였습니다.

이렇게 평균의 숫자가 오를 때 저는 한 권의 책이 던진 질문을 떠올립니다.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엄기호)는 교사들과의 대화와 현장 참여를 활용한 질적 연구에 기초한 책입니다. 저자는 국가 전체의 소득이 아니라 학교 안에서 어른과 아이가 함께 자라는 성장을 물었습니다. 소득이 문턱을 넘는 일과 사람이 자라는 일은 같은 축일까요. 그렇게 보긴 어렵습니다.

■ 좋아진 교실의 숫자들

학교를 둘러싼 숫자도 여러 대목에서 나아졌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사를 보면 학급당 학생 수는 2025년에서 2026년 사이 초등학교 19.3명에서 18.6명, 중학교 24.9명에서 24.5명, 고등학교 23.4명에서 23.1명으로 줄었습니다. 교원 1인당 학생 수도 초등학교 12.1명에서 11.6명, 중학교 11.8명에서 11.5명, 고등학교 10.1명에서 10.0명으로 내려갔습니다. 교실의 밀도가 낮아진 겁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보여주는 지표도 가벼워졌습니다.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024년 약 29조2000억원에서 2025년 약 27조5000억원으로 5.7% 줄었고 참여율은 80.0%에서 75.7%로 4.3%포인트 낮아졌습니다. 학생 한 명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5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3.5% 감소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조금 줄어든 셈입니다.

학생이 학교에서 느끼는 감정을 물은 국제 조사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PISA 2022에서 학교에 소속감을 느낀다고 답한 한국의 15세 학생은 79%로 OECD 평균 75%보다 높았습니다. 대부분의 수학 수업에서 교사가 모든 학생의 학습에 관심을 보인다고 답한 비율은 2012년 63%에서 2022년 72%로 늘었습니다. 학생의 눈에 비친 교실은 오히려 따뜻해진 쪽에 가깝습니다.

■ 숫자가 닿지 못하는 자리

그렇다면 학교의 모든 숫자가 좋아졌다고 말해도 될까요. 그렇게 단정하긴 이릅니다. 엄기호는 연구 과정에서 교사들이 가장 두드러지게 호소한 문제가 교무실과 고용형태의 분절 속에서 대화할 상대가 없는 외로움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학급이 작아지고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줄어든 것은 교사가 학생과 만나는 조건이지 교사가 동료와 만나는 조건은 아니거든요.

이 외로움은 학생과의 관계와는 다른 축에서 자랍니다. 저자는 문제가 생긴 자리에서 구성원들이 대화하고 함께 풀지 못하면 학교가 교사에게 삶의 공간이 아니라 생계수단으로 축소된다고 진단했습니다. 아무리 학급이 작아지고 아이들의 소속감이 높아져도 정작 교사가 하루를 버티는 곳이 일터로만 남는다면 그 곁에서 아이가 자라기를 바라는 일도 반쪽짜리가 되고 맙니다.

엄기호는 교사의 심리상태와 삶의 조건을 살피지 않은 채 학생의 성장만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른이 먼저 자랄 여력이 있어야 아이의 성장도 뒤따른다는 이야기죠. 이 책이 교사의 두려움을 제목에 내건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다시 4만달러로 돌아가 봅니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나라 전체의 소득을 인구로 나눈 평균값입니다. 총저축률이 2026년 1분기 41.7%에서 2분기 45.6%로 3.9%포인트 오른 것처럼, 이런 지표들은 우리가 얼마나 벌고 얼마나 쌓았는지를 또렷하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자라는 성장은 인구로 나눌 수 있는 종류가 아닙니다.

학교는 오히려 더 다양한 만남의 자리로 바뀌고 있습니다. 초·중등 이주배경학생은 2025년 20만2208명에서 2026년 21만838명으로 4.3% 늘었습니다. 엄기호가 이 책의 결론으로 교사의 성장에는 다양한 타자와의 만남이 필요하다고 짚은 대목과 겹쳐 읽히는 변화입니다. 더 여러 배경의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오는 지금, 정작 그 아이들을 맞는 교사들끼리는 서로 만나고 있을까요.

소득이 문턱을 넘는 일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 평균의 숫자가 교무실에 홀로 앉은 한 교사의 외로움까지 채워 주지는 못합니다.

4만달러라는 숫자가 오르는 동안, 대화할 상대를 찾지 못한 교무실의 빈 옆자리는 그 숫자에 잡히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평균의 성장

1인당 국민총소득 4만달러 전망은 나라 전체 소득을 인구로 나눈 평균이라 학교 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성장을 담지 못합니다.

2
다른 축의 숫자

학급당·교원 1인당 학생 수 감소는 교사와 학생이 만나는 조건일 뿐 교사끼리 만나는 조건과는 다른 축이라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3
책이 물은 성장

엄기호는 교사가 겪는 외로움과 삶의 조건을 살펴야 학생의 성장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지표 호전만으로 성장을 말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