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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6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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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까지 번진 월세 700만원, 방값의 무게

서울의 월세화와 「착취도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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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노원구까지 월세 700만원 계약이 등장하고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계약 비중이 올해 처음 과반을 넘어섰습니다. 전세가 빠르게 월세로 돌아서면서 방값의 무게가 강남을 넘어 서울 외곽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 통계는 고액 월세의 확산과 갱신 시장의 실태를 함께 드러냅니다. 이혜미 기자의 「착취도시, 서울」은 서울 밑바닥 주거 시장의 착취 구조를 잠입 취재로 기록한 책입니다. 6년 전 쪽방에서 던진 물음은 오늘의 노원 아파트 앞에서 다시 되살아납니다.
관련 통계
구분수치
서울 노원구 중계동 '청구' 전용 115㎡가 2026년 3월 월세700만원
2026년 1월~9월 9일 서울 아파트 중 월세500만원
서울에서 월세500만원
2026년 8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1만3903건
자료 |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 2026-03-31 · 2026-08-31 · 2026-09-09

2026년 3월,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용 115㎡가 월세 700만원에 새 계약서를 썼습니다. 강남도 용산도 아닌 노원이라는 점이 이 숫자를 유독 낯설게 만들었죠. 도심 고가 주택의 이야기로만 여겨지던 초고액 월세가 서울 동북쪽 끝자락까지 올라왔다는 신호였으니까요. 방 한 칸의 값이 여기까지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계약서 한 장이 조용히 증언한 셈입니다.

이 계약이 외따로 튄 예외였다면 이야기는 간단했을 겁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보면 2026년 1월부터 9월 9일까지 서울 아파트에서 월세 500만원 이상 거래가 161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1351건보다 약 19% 늘었습니다. 이런 초고액 월세가 나온 자치구도 18곳으로 넓어졌고 9월 3일에는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전용 176㎡가 580만원에 계약됐습니다. 방값은 대체 누가 정하는 걸까요?

이 물음을 6년 전에 바닥에서부터 파고든 기록이 있습니다. 한국일보 이혜미 기자가 쓴 「착취도시, 서울」(이혜미, 2020)입니다. 이 책은 신문에 연재한 지옥고 아래 쪽방과 대학가 신쪽방촌 보도를 묶어 2020년 2월 7일 글항아리에서 나왔습니다. 제목 그대로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장 가난한 세입자에게서 어떻게 값을 뽑아내는지를 겨눈 취재입니다.

이혜미 기자는 자기가 기자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자취생이나 방을 사려는 투기꾼으로 신분을 꾸며 쪽방촌에 드나들며 서울 밑바닥 주거 시장의 착취 구조를 안에서부터 취재했거든요. 통계표가 아니라 방을 구하는 사람의 자리에 서서 가장 약한 처지의 세입자에게 값이 어떻게 매겨지는지를 들여다본 기록입니다. 시장의 맨 아래에서 벌어진 일을 사람의 눈높이로 되살렸다는 점이 이 책의 무게였습니다.

■ 갱신계약이 처음 과반을 넘던 달

다시 최근 시장으로 돌아와 볼까요? 2026년 8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1만3903건 가운데 갱신계약이 7168건, 51.7%였습니다. 월별 기준으로 올해 처음 신규계약 비중을 넘어선 수치죠.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갱신 비중도 45.4%로 전년 같은 기간 37.1%보다 8.3%포인트 높아졌습니다.

그렇다면 세입자들이 자기 집에 머무는 쪽을 택할 만큼 협상력이 세진 걸까요? 그렇게 보긴 어렵습니다. 8월 갱신계약 중 계약갱신요구권을 실제로 행사한 건 2870건, 39.7%에 그쳤고 나머지 4363건, 60.3%는 청구권 없이 이뤄진 합의 갱신이었습니다. 같은 달 전세의 갱신 비중은 59.2%였는데 월세의 갱신 비중은 43.1%에 그쳐 유형에 따라 머물 여지도 갈렸습니다.

합의라는 말이 대등한 거래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2026년 7월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계약 중 갱신요구권을 쓰지 않은 2093건을 보면 그 가운데 1835건, 87.7%에서 보증금이 올랐습니다. 갱신권을 쓰지 않은 재계약의 평균 보증금 인상액은 4683만원, 9.1% 상승으로 종전 5억1221만원이 5억5904만원으로 뛰었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는 사실만으로 세입자가 값을 지켰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자리입니다.

오름세는 노원이나 신도림 같은 특정 지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로 2026년 1월부터 7월까지 서울 강북권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6.61%였고 7월 기준 강북권 평균 월세는 152만2000원입니다. 700만원 같은 극단값을 걷어내도 평범한 방값 자체가 꾸준히 밀려 올라갔다는 뜻입니다.

전세는 왜 이렇게 빠르게 월세로 돌아설까요? 값을 밀어올린 힘은 세입자의 취향이 아니라 돈의 값에 있습니다. 2026년 상반기 적용 전국 평균 전월세전환율은 6.4%로 1월 2일부터 전세자금보증 심사에 반영됐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5월 28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8회 연속 동결했습니다.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하는 비율이 이만큼 유지되는 한 집주인이 월세를 마다할 이유는 거의 없습니다.

■ 가장 좁은 방에 남은 값

시장의 맨 위가 이 정도라면 맨 아래층의 사정은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국토교통부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에서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가구 비중은 3.8%로 전년보다 0.2%포인트 늘었습니다. 청년층만 떼어 보면 미달 비율이 8.2%로 전체 가구의 2배를 넘었고 이 가운데 고시원이나 비닐하우스 같은 비주택 거처에 사는 비율이 5.3%에 달했습니다. 방값이 오르는 도시에서 가장 먼저 밀려나는 자리가 어디인지를 이 숫자들이 가리킵니다.

방이라 부르기 어려운 거처의 규모도 작지 않습니다.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전국 일반가구 2229만 가구 가운데 오피스텔이나 고시원처럼 주택 이외의 거처에 사는 일반가구 비중이 6.0%로 나타났습니다. 온전한 주택이 아닌 공간에서 살림을 꾸리는 가구가 그만큼 남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거처는 특정 지역에 몰려 있습니다.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서울의 반지하 주택은 관악구·강북구·중랑구 순으로 많이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원의 700만원짜리 방과 관악의 반지하는 같은 서울 안에서 정반대의 끝에 놓여 있습니다.

이혜미 기자의 이 취재는 최은희여기자상과 올해의 여기자상,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습니다. 6년이 지나는 사이 방값의 무게는 쪽방을 넘어 노원의 아파트까지 올라섰습니다. 그사이에도 가장 약한 처지의 세입자가 가장 무거운 값을 감당한다는 셈법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방값은 누가 정하는가. 노원까지 올라선 700만원 앞에서, 이 책이 6년 전 쪽방에서 던진 그 물음이 오늘의 서울에 다시 겹칩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월세화의 외곽 확산

월세 500만원 이상 거래가 1610건으로 전년보다 19% 늘고 자치구가 18곳으로 넓어졌습니다. 초고액 월세가 강남을 넘어 노원까지 번졌습니다.

2
갱신 과반의 속살

8월 갱신계약이 51.7%로 처음 과반을 넘었습니다. 다만 청구권 행사는 39.7%에 그쳐 세입자의 협상력보다 잔류 압박이 드러납니다.

3
좁을수록 무거운 값

「착취도시, 서울」이 파고든 밑바닥처럼 최저주거기준 미달 청년은 8.2%에 이릅니다. 방값이 오를수록 가장 좁은 거처가 먼저 값을 치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