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이 들어서면 도시는 살아날까요
반도체 후공정 특화단지와 「지방도시 살생부」
| 구분 | 수치 |
|---|---|
| 2025년 총인구 | 5,182만 명 |
| 2025년 생산연령인구 | 3,587만 명 |
| 2025년 총가구 | 2,325만 가구 |
| 2025년 평균 가구원 수 | 2.16명 |
9월 17일, 산업통상부가 특화단지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11개 시·도가 낸 16개 육성계획 가운데 네 곳만 이름을 올렸고 천안·아산이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소부장 특화단지는 2021년 2월 1기 다섯 곳, 2023년 7월 2기 다섯 곳을 거쳐 이번 3기 네 곳으로 이어졌죠.
선정 기준을 들여다볼까요? 정부는 소부장 집적 효과와 기반시설 확보 가능성, 지역산업 연계성, 전문인력 확보 가능성, 도시·산업계획과의 연관성을 함께 따졌습니다. 충남 단지는 하나마이크론의 HBM 패키징 장비와 TSE의 테스트 부품 자립을 앞세워 후공정 역량을 키우도록 짜였습니다. 2030년까지 이곳에 들어올 민간투자는 3,700억 원입니다.
여기서 오래된 책 한 권을 펼쳐 봅니다. 「지방도시 살생부」(개마고원)는 산업단지 조성과 축제 개최가 쇠퇴하는 지방도시의 회생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비판합니다. 공장이 들어서면 일자리가 따라온다는 믿음, 정말 맞을까요? 책은 기업이 지방에 자리를 잡더라도 지역 일자리가 반드시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못 박습니다.
■ 숫자는 큰데 도시는 왜 조용할까
충남의 최근 지표를 보면 이 경고가 남 일 같지 않습니다. 2026년 2분기 충남 광공업 생산은 1년 전보다 0.1% 줄어 전국이 2.0% 늘어난 흐름과 어긋났거든요. 같은 기간 충남 고용률은 0.8%포인트 올라 전국이 0.3%포인트 내려간 것과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전국 그림은 더 무겁습니다. 2025년 총인구는 5,182만 명으로 2020년 정점 5,183만 명을 아직 밑돌았죠. 수도권에는 총인구의 50.9%인 2,638만 명이 모여 살았고 이 비중은 2019년 처음 절반을 넘긴 뒤 계속 올랐습니다. 사람이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사이 지방은 비어 갑니다.
지역별 온도차도 뚜렷하죠. 2025년 중부권 인구는 1년 전보다 0.3% 늘었지만 호남권과 영남권은 각각 0.4% 줄었습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15세 미만보다 많은 시군구는 2024년 216곳에서 2025년 224곳으로 불었습니다. 늙어 가는 지도 위에 새 공장 하나가 찍힌 셈이네요.
■ 압축이라는 다른 처방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걸까요? 「지방도시 살생부」가 내놓는 답은 압축입니다. 외곽 개발을 멈추고 흩어진 도시 기능과 공공서비스를 도심에 모은 뒤 광역교통망으로 지방 거점도시와 연결하자는 구상이죠. 넓게 벌이기보다 좁게 모으자는 발상입니다.
책은 한 가지를 더 짚습니다. 지역 특성에 맞고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마을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제안인데요. 외부 대기업을 유치하는 일과 지역 안에서 돈이 도는 구조를 만드는 일은 다른 문제입니다. 반도체 장비 공장이 들어선다고 골목의 가게와 학교, 병원이 저절로 채워지지는 않으니까요.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3기 특화단지의 연구개발과 기반 구축, 인력양성에는 5년 동안 단지당 약 400억 원씩 모두 1,600억 원이 들어갑니다. 4개 단지의 2030년까지 예정 민간투자는 수요기업 몫 4조 원을 더해 7조7,000억 원에 이르죠. 앞선 1·2기 단지에서는 핵심기술 15건이 나왔고 투자 규모는 11조5,0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성공은 예정된 듯 보입니다. 하지만 「지방도시 살생부」의 경고를 겹쳐 보면 질문이 하나 남습니다. 이 투자가 도심의 일자리와 주거, 공공서비스로 번질지 아니면 공장 담장 안에서만 돌다 멈출지가 진짜 관건이거든요. 공장의 집적은 출발선이지 결승선이 아닙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2022년부터 2042년까지 시군구별 경제활동인구가 어떻게 달라질지 따져 봤습니다. 결론은 앞으로 인구변화로 시군구 사이 경제활동인구 격차가 빠르게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모의실험이었는데요. 청년층의 지역 간 이동 격차를 줄이자 노동인구 불균등의 확대가 누그러졌습니다.
결국 열쇠는 사람이 오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지방도시 살생부」가 외곽을 접고 도심으로 기능을 모으라 말한 이유도 여기 있죠. 공장만 덩그러니 놓인 도시가 아니라 공장과 집, 학교와 병원이 걸어서 이어지는 도시라야 청년이 남습니다.
천안·아산의 새 명단은 반도체 지도를 바꿀 채비를 마쳤습니다. 그 공장 불빛이 담장을 넘어 도심의 골목까지 닿을 때 비로소 살생부의 마지막 장은 회생 쪽으로 넘어갑니다.
3,700억 원과 7조7,000억 원이라는 숫자보다 공장이 도심 일자리·주거·공공서비스로 이어지는지가 도시 회생을 가릅니다.
수도권 50.9% 집중과 노령 우세 시군구 224곳은 특화단지 한 곳으로 뒤집기 어려운 구조적 흐름을 보여줍니다.
책은 외곽을 접고 도심에 기능을 모아 광역교통망으로 잇는 압축 전략과 마을기업 육성을 지방도시 생존 조건으로 제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