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90일이 가르는 재기의 자격
자영업자 연체와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 구분 | 수치 |
|---|---|
| 2025년 폐업 사업자 | 97만5681개 |
| 2025년 전체 폐업률 | 8.64% |
| 3년 미만 단기 폐업 비중(2023년) | 56.1% |
| 3년 미만 단기 폐업 비중(2025년) | 50.9% |
| 10년 이상 사업을 지속하다 폐업한 경우 | 13만3000개 |
| 최근 1년 내 폐업한 소상공인 | 1,500명 |
2026년 상반기 자영업자 폐업은 62만4000건이었습니다. 국세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0년 이래 반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같은 기간 창업은 47만3000건에 그쳐 폐업이 창업보다 1.32배 많았습니다. 가게 문을 닫은 사장님은 금융 장부에서 어떤 이름으로 불릴까요?
한국은행은 자영업자를 소득과 신용, 빚을 진 곳의 수로 나눠 집계합니다. 한국은행은 2026년 9월 22일 금융안정상황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2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99%입니다. 연초의 1.86%보다 높고 2012~2026년 평균인 1.60%도 웃돕니다. 한국은행이 분류한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2.71%로 집계됐습니다.
이 분류표를 보면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김원영, 2018)이 떠오릅니다. 책은 중대한 장애·극심한 빈곤·외모·성적 지향 등으로 사회적 기준에서 밀려난 삶을 다룹니다. 저자는 그런 삶도 존엄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변론합니다. 책의 부제에도 소외된 자들의 존엄성이라는 말이 들어 있습니다.
■ 연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
한국은행은 연체 지속률(연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비율)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자영업자 전체의 연체 지속률은 2분기 말 80.9%로 연초의 78.4%보다 올랐습니다. 연체에 빠진 자영업자 열 명 가운데 여덟 명꼴이 연체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취약 차주는 82.3%로 비취약 차주의 78.0%보다 4.3%포인트(퍼센트 수치끼리의 차이) 높았습니다.
연체율이 오르는 문제는 3년 전 국회에서도 거론됐습니다. 양경숙 의원은 2023년 10월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특히 2분기 기준 자영업자 전국 연체율이1.15%입니다. 2014년 3분기 이후에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에요." 3년이 지난 올해 2분기 말 연체율은 그때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정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최상목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4년 10월 29일 같은 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답했습니다. "폐업률이나 연체율 숫자로 놓고 보면 코로나 시기에는 과도하게 높았던 것 같고요. 지금은 코로나 시기 이전하고 비교해 보면 폐업률 자체는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듬해인 2025년 폐업 사업자는 97만5681개로 전년보다 3만2601개 줄었습니다.
2025년 전체 폐업률도 8.64%로 전년의 9.04%보다 0.40%포인트 낮아졌습니다. 평균이 내려가면 모든 가게의 사정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소상공인 주요 6대 업종의 폐업률은 11.08%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습니다. 6대 업종은 제조·도매·소매·음식·숙박·서비스업입니다. 이 가운데 소매업은 15.40%, 음식업은 15.14%로 폐업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 문을 닫기까지 걸린 7.7개월
폐업은 하루 만에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폐업을 결심한 뒤 사업자등록을 말소하기까지 평균 7.7개월이 걸렸습니다. 최근 1년 안에 폐업한 소상공인 1,500명을 조사하자 68.5%가 폐업 당시 부채를 보유했습니다. 평균 부채는 8,531만원이었고 응답자의 70.9%는 폐업 이유로 수익성 악화·매출 부진을 꼽았습니다. 다만 이 조사는 1,500명 표본을 대상으로 했으므로 전체 폐업 사업자를 대표하지는 않습니다.
오래 버틴 가게도 문을 닫았습니다. 10년 이상 사업을 이어 가다 폐업한 경우는 13만3000개(13.7%)였습니다. 3년 미만 단기 폐업 비중은 2023년 56.1%였습니다. 2025년에는 이 비중이 50.9%로 낮아져 절반 남짓입니다. 60대 이상 자영업자의 비은행(은행이 아닌 금융회사) 대출은 2015년 말 23조3000억원이었습니다. 2026년 1분기 말에는 이 대출이 167조5000억원까지 불어난 상태입니다.
김원영은 골형성부전증을 가진 1급 지체장애인이자 변호사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4년간 조사관으로 일한 경력도 있습니다. 그가 변론하는 대상은 장애와 빈곤, 외모와 성적 지향 때문에 사회적 기준에서 밀려난 사람들입니다. 자영업자의 빚은 책이 다루는 범위 밖에 있습니다.
■ 90일이 가르는 두 갈래
채무조정 제도는 지원 대상을 연체 기간으로 나눕니다. 캠코가 운영하는 새출발기금은 연체 90일 이상인 부실차주에게 매입형 채무조정을 지원합니다. 매입형 채무조정은 순부채의 60~80%를 감면하는 방식입니다. 연체 90일 미만인 부실우려차주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중개형 채무조정으로 금리와 상환기간을 조정받습니다.
2026년 5월 말 기준 새출발기금의 누적 채무조정 신청자는 20만1176명입니다. 매입형 채무조정은 6만8951명이 약정했습니다. 약정한 채무액은 6조3454억원이었고 평균 원금 감면율은 약 73%였습니다. 한국은행이 분류한 취약 자영업자는 41만1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 차주의 12.8%이며 이들의 대출액은 119조2000억원입니다.
연체 89일째인 차주와 91일째인 차주는 제도 안에서 무엇이 달라질까요? 앞의 차주는 중개형 채무조정, 뒤의 차주는 매입형 채무조정 쪽에 섭니다. 한국은행의 연체율 통계는 차주가 왜 연체에 이르렀는지, 그 사유와 생활 형편을 조사하지 않습니다. 분류표에는 날짜와 금액만 남습니다.
올해 상반기 문을 닫은 가게 뒤에는 부실차주와 부실우려차주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이라는 제목은 그 이름표 너머의 삶도 존엄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다시 묻게 합니다.
2026년 상반기 자영업자 폐업은 62만4000건으로 창업보다 1.32배 많았습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2026년 2분기 말 수치이며 취약 차주의 연체 지속률은 82.3%입니다.
새출발기금은 연체 90일을 기준으로 원금 감면과 금리·상환기간 조정을 나눠 지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