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과세 미룰 때마다 출발선도 옮겨졌다
세금을 언제부터 걷느냐보다 어디서부터 재느냐를 먼저 물어야 한다. 소득세법 제37조 제5항은 과세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갖고 있던 가상자산의 취득가액을 정하는 조항이다. 시행 직전 연말의 시가와 실제로 산 값 가운데 큰 금액을 취득가액으로 본다. 오래 들고 있던 코인은 시행 직전까지 오른 값을 세금 계산에서 떼어 주는 장치다.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 등 14명은 10월 16일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21923)을 냈다.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다시 늦추자는 법안이다. 유예 논쟁은 대개 시행일에서 멈춘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남은 소득세법 판본 네 개를 나란히 놓으면 시행일과 함께 이 기준일도 매번 다시 쓰였다.
유예 때마다 다시 쓴 기준일
처음 과세를 정한 법률 제17757호는 2020년 12월 29일 공포됐다. 시행일은 2022년 1월 1일이었고 기준일은 2021년 12월 31일이었다. 2021년 12월 8일 개정으로 시행은 2023년, 기준일은 2022년 말이 됐다. 2022년 12월 31일 개정은 이를 2025년과 2024년 말로 바꿨다. 2024년 12월 31일 개정에서 지금의 2027년 시행·2026년 말 기준이 굳었다.
첫 유예는 2021년 11월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다뤄졌다. 정명호 전문위원은 "현재의 과세 인프라 구축 미흡 등을 감안"해 시행 시기를 2023년 1월 1일로 1년 미뤘다고 보고했다. 법인세법 부칙에 있던 2022년 과세 시행 규정도 2023년으로 바꿨다.
| 법률 공포일 | 과세 시행일 | 취득가액 기준일 | 기준일 비트코인 종가 |
|---|---|---|---|
| 2020년 12월 29일 | 2022년 1월 1일 | 2021년 12월 31일 | 5678만4000원 |
| 2021년 12월 8일 | 2023년 1월 1일 | 2022년 12월 31일 | 2107만9000원 |
| 2022년 12월 31일 | 2025년 1월 1일 | 2024년 12월 31일 | 1억3925만7000원 |
| 2024년 12월 31일 | 2027년 1월 1일 | 2026년 12월 31일 | - |
기준일이 옮겨질 때 값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업비트 비트코인 일봉 종가로 잴 수 있다. 2022년 말 2107만9000원이던 비트코인은 2024년 말 1억3925만7000원으로 6.6배가 됐다. 2023년 시행안이 그대로 갔다고 해 보자. 2022년 말 시세 이하에 산 비트코인 1개를 2024년 말 값에 판 사람은 차익 1억1817만8000원을 신고해야 했다. 여기서 250만원을 빼고 지방소득세를 합친 22%를 매기면 세금은 2544만9160원이다. 지금 법으로 이런 보유자에게는 이 구간 전체가 과세 바깥에 있다.
기준일 시세가 내려간 해도 있었다. 2021년 말 5678만4000원이던 비트코인은 1년 뒤 2107만9000원으로 떨어졌다. 이때는 실제로 산 값이 더 크면 그 값을 쓰기 때문에 보유자가 손해를 보지 않는다. 시세가 오르면 오른 값을, 내리면 산 값을 고르게 한 구조다.
취득가액 기준일의 비트코인 종가. 2021-12-31: 종가: 56,784,000원; 2022-12-31: 종가: 21,079,000원; 2024-12-31: 종가: 139,257,000원. 출처: 업비트
미루는 사이 비어 있는 자리
금병욱 연구자는 2026년 연구에서 가상자산 과세가 세 차례 유예돼 2027년 1월로 미뤄졌다고 분석했다. 유예 이유로는 과세 인프라 미비, 투자자 반발, 형평성 논란 등을 들었다. 인프라는 지금 법에도 빈칸이 있다. 2024년 12월 31일 개정은 거래내역을 내지 않는 거래소에 국세청장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게 했다. 부칙은 이 조항을 2028년 1월 1일 이후 거래부터 적용한다. 2027년에 과세가 시작돼도 첫해에는 이 명령권이 없다.
국내 거래소 밖으로 나가는 코인도 적지 않다.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이 10월 1일 낸 2026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를 보면 거래소 외부 출고액은 62.8조원이었다. 이 가운데 51.7조원은 해외사업자나 개인지갑 주소를 미리 등록하는 화이트리스트 방식으로 나갔다. 실태조사는 사업자가 낸 값을 모은 자료이고 국가승인통계가 아니다. 나간 코인이 어디서 팔리는지까지 보여 주지는 않는다.
국내 거래소 밖의 자산은 해외금융계좌 신고로만 일부 보인다. 국세청 통계에서 가상자산 계좌는 2022년분에 4038개, 130조8135억원이 신고됐다. 2024년분은 4509개, 11조763억원이었다.
형평성 논쟁은 공제액에 몰린다. 차동준 연구자는 2021년 연구에서 상장주식 양도차익과 세부담이 갈리는 가장 큰 요인으로 기본공제액을 꼽았다. 그래서 가상자산 기본공제도 5000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세 방식부터 다시 보자는 의견도 2020년 11월 12일 같은 소위원회 회의록에 있다. 송병철 전문위원은 가상자산 양도차익을 자본이득으로 보고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고 현행 양도소득세 과세체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라고 검토했다.
유예론이 앞세우는 청년의 지갑은 생각보다 얇다. 국무조정실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 청년 개인 기준 가상자산 평균은 2024년 28만원이었다. 250만원 공제선은 이 평균의 8.9배다. 청년만 따로 센 자료는 아니다. 금융정보분석원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서는 2026년 6월 말 국내 거래소의 거래가능 계정은 1117.5만개였다. 이 가운데 보유액 100만원 미만 계정이 863만개로 77%를 차지했다. 계정 수는 사람 수와 다르고 보유액은 차익과 다르다. 이 숫자들로 몇 명이 세금을 내게 될지 셈할 수는 없다. 시행일이 다시 밀리면 출발선도 또 한 번 옮겨질까.
유예는 세금을 늦추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시행일을 고칠 때마다 과세를 재는 출발선도 함께 다시 정해졌다. 2022년 말에서 2024년 말로 옮겨진 구간에서는 비트코인 기준 출발선이 6.6배가 됐다.
2022년 말 시세 이하에 산 보유자라면 기준일이 2024년 말로 바뀐 사이 비트코인 1개당 1억1817만8000원이 세금 계산에서 빠졌다.
국회가 이번 개정안을 심사할 때 기준일을 어떻게 다룰지가 시행일만큼 무겁다.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소득세법(법률 제17757호, 2020-12-29 공포)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소득세법(법률 제18578호, 2021-12-08 공포)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소득세법(법률 제19196호, 2022-12-31 공포)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소득세법(법률 제20615호, 2024-12-31 공포) 제37조·부칙
- 업비트 · KRW-BTC 일봉 종가(2021-12-31, 2022-12-31, 2024-12-31)
- 금융정보분석원·금융감독원 · 2026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2026-10-01)
- 국세청 · 해외금융계좌 신고 현황(계좌 종류별), 2022~2024년분
- 국무조정실 · 청년의 삶 실태조사 가상자산 평균, 2024년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21923, 2026-10-16 발의)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회의록 · 2021-11-29 · 정명호 전문위원 보고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회의록 · 2020-11-12 · 송병철 전문위원 검토
- 금병욱, 「납세협력비용과 가상자산 과세제도 연구」, 세무와 회계연구(2026)
- 차동준, 「가상자산 양도차익의 과세체계 개선방안」, 국제회계연구(2021)
- 출발점: 더스쿠프 조봄 기자, 「“내년부터 세금 걷는다더니”…코인 과세 네 번째 유예 검토」(2026-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