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이 아파트 가격 공표 주기를 단축하기로 했다. 월간에서 주간으로, 분기에서 월간으로. 더 빠르게, 더 자주 숫자를 볼 수 있게 된다. 투기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정책 대응 속도를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우리는 정말 더 많은 숫자...
당신은 오늘도 부동산 뉴스를 봤다. 서울 낡은 아파트 가격이 더 올랐다는 기사였다. 5년 넘은 아파트가 신축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당신의 눈은 숫자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숫자들이 누군가의 20년인지, 30년인지는 묻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이 공표주기를 단축하기로 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한 여성이 통화를 한다. 아이 도시락 챙겼냐고 묻고, 학원비 입금했냐고 확인하고, 저녁엔 뭘 먹을지 고민한다. 옆자리 남성은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았다. 같은 칸, 다른 아침. 10월 24일은 아일랜드 여성들이 처음으로 파업을 선언한 날이다. 1975...
아일랜드의 여성들이 일손을 놓았던 날, 나라 전체가 멈췄다. 1975년 10월 24일, 평범한 목요일이었지만 버스는 운행을 중단했고 은행 창구는 텅 비었으며 학교 급식은 제공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른 2024년 10월, 한국에서도 여성들이 파업을 선언했다....
여의도 금융가 어느 빌딩 23층. 회의실 유리창 너머로 한강이 내려다보인다. 테이블 위엔 투자설명서가 수북이 쌓여있다. '연 수익률 20%', '유니콘 기업 투자 기회'. 화려한 숫자들이 춤을 춘다. 이곳은 벤처캐피털 사무실. 그동안 소수의 기관투자자와 고액자산가들만...
2030년쯤 되면 우리는 이 시점을 어떻게 기억할까. 개인투자자들이 비상장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된 2024년을 금융 민주화의 원년으로 기록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투기 광풍의 시작점으로 회고할 것인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법안이 9월 국회...
한 남자가 회사 건물을 나선다. 마지막 출근카드를 찍고 나온 그의 손에는 작은 상자 하나. 30년을 다닌 직장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후배가 인사를 건넸지만 그는 고개만 끄덕였다. 정년이라는 제도가 정한 날짜. 그날이 왔을 뿐인데 왜 이렇게 허전한 것일까. 아직 일...
2023년 기준 한국의 노인요양시설은 총 6,153개소다. 이 중 월 이용료 500만원 이상인 고급 실버타운은 전체의 0.8%에 불과하다. 나머지 99.2%는 대부분 월 100만원 미만의 일반 요양원이다. 그 사이, 월 200만원에서 400만원 사이의 중간급 시설은 거...
산드라 시스네로스의 『망고 스트리트의 집』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에스페란사의 아버지가 일터에서 다쳐 집에 돌아온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본다. 가족들은 그가 왜 다쳤는지, 누가 책임질 것인지 묻지 않는다. 그저 다시 일...
아침 6시, 물류센터에는 불이 켜진다. 저녁 11시, 택배 기사의 차량이 마지막 배송지를 떠난다. 그 사이 17시간, 누군가의 하루가 상자와 함께 흘러간다. 우리가 '빠른 배송'이라 부르는 편리함 뒤에는 이런 시간들이 숨어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또 다시 노동자가 쓰러...
2024년이 끝나갈 무렵, 누군가는 숫자를 세고 있을 것이다. 49,624명. 올해 실종신고가 접수된 사람들의 수다. 그중 121명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 숫자들이 품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단순히 찾는 사람과 찾아지는 사람의 산술적 차이일까. 한 해에 5...
당신 주변에도 갑자기 연락이 끊긴 사람이 있었을까. 어느 날 문득 그 사람의 소식이 궁금해져 검색해봤지만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었던 경험이 있을까.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실종 신고 통계를 보면, 한 해 동안 4만 9천624명이 실종 신고되었고 그중 121명...
아침 출근길. 버스 정류장에 서 있다. 옆 사람이 통화한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 얘기다. 이번엔 가스 배관 공사 때문에 민원을 넣으셨단다. 도시가스도 아니고 LPG 배관이라니. 2024년에도 그런 게 있나 싶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에서 LPG 배관망 구축 사업이 논란이...
2024년 9월 2일 충남 공주시 유구읍에서 1288가구를 위한 LPG 배관망 구축 사업이 졸속 행정으로 표류했다. 2023년 9월 시작된 이 사업은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위한 것이었으나, 그사이 유구읍의 2024년 출생아는 단 3명에 그쳤다. 인구가 줄어드는 곳에 인...
2023년 8개 대학에서 시작해 2024년 6개 대학이 추가로 지정됐다. 검찰 출신 인사들이 민간 기업으로 이동하는 숫자다. KT만 해도 김영섭 대표 부임 1년 만에 검찰 출신 임원이 눈에 띄게 늘었다. 숫자는 단순하지만 그 이면의 움직임은 복잡하다. 검찰 조직을 떠난...
개는 가족이고 돼지는 식탁 위에 오른다. 고양이는 품에 안고 닭은 튀김옷을 입힌다. 8월 22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개식용종식법 시행 현황은 놀라울 정도로 순조로웠다. 조기폐업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소식. 한때 보양식의 대명사였던 보신탕집들이 스스로 간판을 내리...
책 속에서 한 노동자가 말한다.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데 왜 우리만 다른 사람인가요. 바바라 에런라이크가 『노동의 배신』에서 만난 청소 노동자의 목소리다. 2001년 미국에서 쓰인 이 문장이 2024년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똑같이 울리고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대법...
당신이 매일 오르내리는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날 때 창문 너머로 스치는 그 손들을 기억하는가. 영수증을 건네고 하이패스 카드를 받는 그 짧은 순간, 당신은 그들의 임금이 얼마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한국도로공사의 현장지원직 노동자들이 법원에서 두 번이나 승소했다....
2025년의 어느 날, 누군가는 이렇게 기억할 것이다. 개고기를 먹던 시절이 있었다고. 그때는 그것이 당연했다고. 농림축산식품부가 개식용종식법 시행 이후 조기폐업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폐업을 선택하는 업주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 시대...
당신은 마지막으로 배를 타본 게 언제인가. 관광이 아닌, 필수로 타야만 했던 배 말이다. 군산에서 어청도까지는 72킬로미터다. 뱃길로 3시간. 해양수산부가 이 항로에 새 여객선 도입을 추진한다고 한다. 섬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어청도에는 400명이 산다. 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