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초, 재계는 또다시 중대재해 앞에서 몸을 낮췄다. 포스코, 한화, HD현대의 신년사에는 '안전'이라는 단어가 유독 무겁게 자리했다. 철강·조선·건설업계가 언제든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정작 그 현장에서 매일 위험과 맞서는...
포항제철소 3고로 앞. 새벽 교대 시간이면 작업자들이 모여든다. 방진 마스크를 쓴 얼굴들이 희뿌연 조명 아래서 번호표를 받는다. 용광로에서 새어 나온 열기가 겨울 추위를 녹인다. 철강 냄새와 석탄 가루가 뒤섞인 공기. 이곳에서 누군가는 오늘도 다친다. 2026년 1월,...
출근길 지하철 안. 한 중년 남성이 헬멧을 무릎에 올려놓고 졸고 있다. 작업복 곳곳에 묻은 시멘트 가루가 하얗게 말라있다. 옆자리 승객이 슬쩍 자리를 비킨다. 그의 거친 손등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지도처럼 그려져 있다. 이번 주 재계는 중대재해로 술렁였다. 포스코,...
2026년 1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법정에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1980년 5 17 비상계엄 전국 확대 이후 44년 만에 발생한 12 3 비상계엄 사태의 우두머리에게 국가가 생명을 요구한 것이다. 사...
포스코, 한화, HD현대. 올해 신년사에서 이들 기업이 공통으로 강조한 단어가 있다. 안전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의 풍경이 달라졌다고들 한다. 그런데 정말 달라진 걸까.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에서 현대의 위험이 갖는 특별한 성격을 지적...
지난 1월 8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으로 워싱턴발 통지문 한 장이 날아들었다. 미국 재무부가 GCF의 즉각적인 탈퇴와 이사회 의석 사임을 공식 통보한 것이다. 국제기구의 예산표에서 한 줄이 지워지는 이 사건은, 단순히 달러의 공백을...
2025년 한 해 동안 국내 재활 로봇 시장 규모는 487억 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23% 성장한 수치다. 엔젤로보틱스가 개발한 엔젤렉스 M20이 말레이시아 국립대 병원에 설치됐다는 소식이 들려온 주간, 이 숫자가 품고 있는 의미를 곱씹어본다. 재활이란 무엇일까. 잃...
쿠알라룸푸르 국립대병원 재활의학과. 한국에서 온 엔지니어가 로봇의 마지막 나사를 조인다. 엔젤렉스 M20, 하반신 마비 환자를 위한 웨어러블 재활로봇이다. 그는 열흘째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조립하고, 테스트하고, 다시 분해하고. 기계는 완벽했지만 그의 손길은 조심스러...
2030년쯤 누군가 이 시기를 돌아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탄소중립을 외치던 세계가 다시 석탄을 꺼내든 2026년 초. 중동에서 날아온 에너지 충격파가 한국의 정책 테이블을 뒤흔들었다. 석탄은 비상용 완충재라고 정부는 말한다. 위기 국면에서 시간을 벌어주는 장치라고...
당신의 책상 위에는 아마 따뜻한 커피가 놓여 있을 것이다. 사무실 창밖으로는 겨울 햇살이 들어오고, 난방기는 조용히 돌아간다. 평범한 일상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에너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의식할까. 중동에서 다시 불안한 소식들이 들려온...
지난 1월 3일 새벽,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적막은 미군 헬기의 굉음에 찢겨 나갔다. 미군은 기습 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했고, 그들을 결박해 국외로 이송했다. 한 나라의 권력이 물리력에 의해 강제로 삭제되는 순간이었다. 작전은 군사적 효율성의...
당신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가. 아파트 한 채, 주식 몇 주, 혹은 월급이 들어오는 통장일까.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 의향이 74퍼센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연말을 장식했다. 서울은 투자 선호 도시 3위에 올랐다. 숫자가 말하는 것은 명확하다. 더 많이...
2025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초고령사회라는 무거운 이름표가 달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노인이 많아질수록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길은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유산기부를 활성화하는 법안이 또다시 국회 문턱에서 멈춰 섰다. 2019년부...
서울 테헤란로의 한 대형 법무법인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각 층마다 부서명이 적혀 있다. 기업법무본부, 금융본부, 공정거래본부... 그런데 최근 새로운 이름이 추가됐다. 중대재해 대응센터. 광장을 비롯한 주요 로펌들이 앞다퉈 이런 전담 조직을 만들고 있다....
회사 엘리베이터에 붙은 안내문을 본다. '안전모 착용 의무화' '작업 전 위험성 평가 실시' 같은 문구들이 늘어났다. 예전엔 없던 것들이다. 사무실에서도 매년 안전교육을 받는다. 온라인으로 영상을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수증은 받는다. 회사는 이수율...
당신의 자녀는 몇 시에 학원에서 돌아오는가. 아니, 당신은 몇 살 때부터 학원에 다녔는가. 이 질문이 불편하다면, 그것은 우리가 이미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2월 15일, 사회대개혁위원회가 출범했다. 대통령령으로 탄생한 이 위원회가 교육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네이버가 5년간 창작자에게 지급한 수익이 4조 1500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시기, AI가 인간의 창작 영역을 하나씩 대체하고 있다는 불안도 커졌다. 숫자는 창작의 황금기를 말하는 듯하다. 플랫폼은 성장했고 창작자는 돈을 벌었다. 그런데 왜 창작자들의 표정은...
1889년 독일 베를린. 통계학자 에른스트 엥겔은 노동자 가정의 가계부를 들여다보며 한 가지 법칙을 발견했다. 소득이 낮을수록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다는 단순한 사실이었다. 그는 200여 가구의 장부를 일일이 손으로 옮겨 적었다. 종이 위의 숫자들이 삶의 무게를...
마산회원구의 한 공무원이 태블릿을 들고 골목을 걷는다. 2025년 기준 경제총조사를 위해 사업체들을 방문하는 길이다. 한 치킨집 앞에서 잠시 멈춘다. 문은 닫혀 있고, 유리창엔 '임대문의' 스티커가 붙어 있다. 그는 화면을 몇 번 터치하고 다음 가게로 향한다. 폐업....
아침 출근길, 지하철은 여전히 만원이다. 서울의 인구 밀도는 1제곱킬로미터당 1만6천 명을 넘는다.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런데 이 도시를 벗어나면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텅 빈 집들, 문 닫은 가게들, 아이들이 사라진 학교들. 한국의 또 다른 얼굴이다. 충북 옥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