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조 원. 환경부가 발표한 2024년 한국 물산업 시장 규모다. 2020년 43조 원에서 4년 만에 3.5배로 뛰어올랐다. 상하수도, 먹는샘물, 정수기 제조업이 포함된 숫자다. 물을 산업으로 분류하고 통계를 내기 시작한 건 2018년부터다. 정부 청사 회의실에서 발...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으면 종종 같은 제조사의 의료기기들을 본다. 혈압측정기부터 주사기까지,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게 통일되어 있다. 환자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작동만 하면 되니까. 중국 정부가 의료기기 중앙집중식 구매(VBP)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
2034년의 어느 날, 우리는 건설현장이 사라진 도시를 상상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임금체불로 현장을 떠난 노동자들의 빈자리를 누가 채우고 있을지. 2024년 3월, 임금체불이 전년 대비 49퍼센트 급증했다는 뉴스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건설노동자들...
한 남자가 휴대폰을 든다. 번호를 누른다. 신호음이 길다. 받지 않는다. 그는 다시 누른다. 석 달째 받지 못한 임금. 아내는 묻지 않는다. 아이들도 눈치만 본다. 건설현장에서 일한 대가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 49% 늘었다는 뉴스를 본다.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특수...
런던 외곽의 한 파운드랜드 매장. 형광등 아래 진열대엔 1파운드짜리 생활용품들이 빼곡하다. 계산대 앞엔 퇴근길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시간당 11.44파운드, 올해 오른 영국 최저임금을 받는다. 30년 역사의 이 기업이...
영국판 다이소로 불리던 파운드랜드가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저임금 10% 인상과 국민보험 세율 상승이 직격탄이 되었다고 한다. 서민들의 일상을 지탱하던 가게가 문을 닫는다. 그 가게에서 일하던 직원들의 임금은 올랐지만, 일자리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최저임...
2024년 2월 20일, 전국 100개 주요 수련병원 중 76개 병원에서 전공의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는 전체 전공의의 55%에 달하는 숫자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벌어진 일이었다. 숫자는 말한다. 55%라는 비율이 아니라, 6415라는 구체...
2024년 2월 20일, 전국 100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났다. 정부의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발표에 반발한 집단 사직이었다. 의료 현장이 멈추자 환자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수술이 연기되고 응급실이 마비됐다. 누군가는 의사들의 이기심을 비난했고, 누군가...
당신의 첫 집은 몇 평이었나. 아니, 그 전에 물어야 할 게 있다. 당신은 지금 자신의 집에 살고 있는가. 개봉역 근처에 청년주택이 들어선다고 한다. 역세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2024년 상반기 입주 예정. 청년주거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거라는 서울시의 설명이 따라...
개봉역 3번 출구를 나온 김민수는 걸음을 멈췄다. 공사 중인 건물을 올려다봤다. 역세권 청년주택. 그는 신청서류를 가방에서 꺼내 다시 넣었다. 세 번째였다. 서류를 꺼냈다가 넣는 것이. 2024년 상반기 입주 예정. 청년주택이 청년주거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병원 복도가 텅 비었다. 환자들은 여전히 아프다. 2월 둘째 주,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났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맞선 집단행동이었다. 수술이 연기되고 진료가 중단됐다. 언론은 의료 대란을 말했고, 정치권은 각자의 입장을 쏟아냈다. 그런데 정작 아픈 사람들의 목소리...
당신은 지난주 병원에 갔다가 진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의사들이 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아니면 당신은 뉴스로만 접했을 수도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하자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는 소식을. 어느 쪽이든 당신은 묘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아침 7시 반, 편의점 계산대 앞에 선 알바생이 손님의 커피값을 받으며 미소짓는다. 시급 9,860원. 하루 8시간을 꽉 채워도 8만원이 채 안 되는 돈이지만, 그에게는 이 일자리가 절실하다. 같은 시각, 강남 어느 빌딩에서는 한 기업 대표가 자신의 연봉을 최저임금 수...
2024년 2월, 카카오페이의 신원근 대표가 던진 약속이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주가가 20만원에 도달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는 선언. 현재 주가는 3만원대를 맴돌고 있다. 이 간극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한 경영진의 책임 의식 표명일까, 아니면 우리 시대가...
당신의 일터에 외국인 동료가 있는가. 그들의 이름을 알고 있는가. 아니, 그들에게 이름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고용노동부가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 신청 시기를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필요한 시기에 맞춰 신청하라고 한다. 필요한 시기. 이 세 글자가 무엇을 의미하는...
어느 어머니가 있었다. 매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아이를 씻기고, 밥을 먹이고, 약을 챙겼다. 스물다섯 살이 된 아들이었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발달장애 1급. 그녀는 이십 년 넘게 하루도 쉬지 못했다. 아니, 쉴 수 없었다. 자신이 없으면 아들은 단 하...
2023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598명. 하루에 1.6명꼴이다. 숫자는 차갑게 기록되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의 아침 인사가, 저녁 귀가길이 영원히 멈춘 순간들이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또다시 노동자가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1월의 어느 날, 우리...
당신이 매일 출근하는 건물 어딘가에서 누군가 죽었다면 어떨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다 추락했거나, 기계에 끼여 숨졌거나, 유독가스를 마시고 쓰러졌다면. 당신은 여전히 그 건물로 출근할 수 있을까. 2024년 1월 둘째 주, 포스코그룹은 신년사에서 산업재해를 언급했다...
어느 지방도시의 시내버스 정류장에는 더 이상 젊은이들이 서지 않는다. 아침 7시, 출근길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60대를 넘겼다. 2024년 새해가 밝았지만 지방 중소도시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정부는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위한 일자리 정책을 발...
당신이 태어난 고향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가.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곳에 사람들이 여전히 살고 있는가. 모태펀드가 지방 투자를 늘려 2024년 1694억원을 쏟아부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돈으로 막을 수 있는 소멸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