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매달 100만원을 조건 없이 받는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일을 그만둘까, 아니면 더 의미 있는 일을 찾아 나설까. 이 질문이 단순한 상상에서 실험으로 넘어간 지 3년, 샘 올트먼이 주도한 기본소득 실험이 막을 내렸다. 캘리포니아와 일리노이주에서 1000명에게 매달...
5월 셋째 주, 환경부는 녹조 발생을 근본부터 막겠다고 발표했다. 여름철을 앞두고 반복되는 연례행사처럼 느껴진다. 해마다 같은 시기,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가 나온다.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문서들이 쌓여간다. 2007년 출간된 제임스 C. 스콧의 『국가처럼 보기』는...
2050년쯤 되면 우리는 이 시대를 어떻게 기억할까. 아마도 청년들이 가장 외로웠던 시대로 기록될지 모른다.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의 후원 캠페인이 펼쳐지고, 지역의 청년들은 '솔로 지옥'이라는 말로 자신들의 현실을 표현한다. 성비 불균형까지 더해져 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시민대로. 롯데웰푸드 중앙연구소 건물은 유리벽에 둘러싸여 있다. 2024년 5월 어느 날, 이곳 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이 새로운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하얀 가운을 입은 그들의 손끝에서 미래의 먹거리가 탄생한다. 회사는 올해도 연구개발 투자를 늘...
수전 손택은 『해석에 반대한다』에서 이렇게 썼다. 침묵은 언어가 닿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고. 청년들이 머무는 원룸과 고시원의 침묵도 그럴까. 서울신문이 보도한 청년부채 리포트는 전세 공포로 인한 월세 급등을 다뤘다. 숫자는 명확했지만 그 안에 담긴 고요는 측정되지 않...
34.7세. 한국인이 처음 집을 사는 나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 숫자는 30.2세였다. 4년 반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해졌다. 청년들에게 이 시간은 무엇을 의미할까. 노량진에서 청년안심주택 사업이 본격화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LB자산운용이 추진하는 이 사업은...
당신이 사는 동네 농협은행에 간 적이 있을 것이다. 통장을 만들거나 대출 상담을 받으러. 그곳에서 당신은 준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출자금 몇 만원이면 된다고. 대출 금리도 조금 더 낮다고. 올해 1분기, 농·수·산림조합의 준조합원 대출 비중이...
당신이 마지막으로 바다에 들어간 게 언제였는가. 파도 소리만 듣고 돌아온 게 아니라, 정말로 물속에 몸을 담갔던 날 말이다. 제주 해녀들은 오늘도 바다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 숫자는 해마다 줄어든다. 2023년 기준으로 제주 해녀는 3,226명. 10년 전보다 절반 가...
2024년 봄, 한국의 건설 현장 어딘가에서 노동자가 작업을 멈췄다. 크레인 아래 철근이 흔들렸고, 바람은 예상보다 강했다. 그가 손을 들어 정지 신호를 보냈을 때, 현장 관리자의 표정이 굳었다. 납기일이 코앞이었다. 작업 중지권.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가 보장하는 이...
하인리히 뵐의 소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주인공이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중 고용주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자, 그녀는 즉시 해고를 통보받는다. 거부할 권리조차 없었던 그녀의 처지는 1974년 독일 사회의 단면이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
한 청년이 작업장에서 종이컵을 포장한다. 하루 여덟 시간, 한 달이면 스물두 번. 그가 받는 월급은 10만원이다. 시급으로 따지면 568원. 누군가는 이 노동의 가치를 그렇게 매겼다. 청년에게는 발달장애가 있었고, 그것이 그의 노동을 최저임금 미만으로 만드는 이유가 되...
2024년 4월 22일, 고용노동부가 한식 음식점업과 호텔·콘도업종에서도 외국인 고용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인력난 해소를 위한 조치라고 한다. 그런데 같은 날, 어떤 이들은 여전히 최저임금의 절반도 받지 못한다. 장애인 근로자들이다. 한국일보 한준규 정책사회부장은 "...
검찰이 수사도 하고 기소도 한다는 게 당연한 일일까. 조국혁신당이 내놓은 검찰개혁 4법의 핵심은 이 둘을 떼어놓자는 것이다. 공소청법은 검찰의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기고, 검찰은 기소만 하게 만든다고 한다. 탈정치화와 탈권력기관화가 목표라는데, 이게 과연 무슨...
의정부지방검찰청 앞. 평일 오후 2시, 민원실로 들어서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진정서를 접수하러 온 시민, 사건 진행상황을 묻는 가족들. 그들의 표정엔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검찰청 건물 현판 아래를 지나며 누군가는 고개를 들어 그 무게를 가늠해본다. 4월 1...
37만원. 한국 장애인의 월 평균 임금이다. 2024년 최저임금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9860원, 월 206만원인데 그 5분의 1도 안 된다. 숫자는 때로 현실을 너무 날것으로 드러낸다. 장애인 고용 의무가 있는 기업들이 고용 대신 부담금을 택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고용...
2024년의 봄, 우리는 여전히 노동의 가치를 묻고 있었다. 장애인의 월 평균 임금이 37만원이라는 통계가 발표되던 그날, 누군가는 아침 출근길에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지하철에 올랐을 것이다. 그 커피값이 5천원이었다면, 장애인 노동자는 하루 종일 일해야 겨우 그 커...
청년안심주택에 공실이 늘고 있다. 청년들은 여전히 월세방을 전전한다. 무주택 청년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한 청년안심주택. 시세보다 저렴하고 거주 기간도 보장된다. 그런데 왜 비어가는가. 정책 담당자들은 홍보 부족을 탓한다. 신청 절차가 복잡해서라고도 한다. 정말 그뿐...
스물여덟 살 김지원 씨는 어제도 부동산 앱을 열었다가 닫았다.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5만 원. 그의 월급 절반이 사라지는 방 하나를 보며 손가락이 멈췄다. 정부가 청년월세를 지원한다는 소식에도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월 20만 원을 받는다 해도 25만 원은 여...
당신이 매년 받는 건강검진표를 펼쳐본다면, 거기엔 숫자들이 빼곡하다. 혈당, 콜레스테롤, 간수치. 피 한 방울로 읽어내는 몸의 신호들. 그런데 암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어떨까. 종양이 생기기 전에, 혹은 너무 작아서 영상검사로도 보이지 않을 때 말이다. 한국의 액체생검...
아침에 물 한 잔을 마실 때, 그 물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수도꼭지를 틀면 당연히 나오는 것, 편의점에서 천원이면 살 수 있는 것. 우리에게 물은 그런 존재다. 그런데 환경부가 발표한 2025년 물산업 통계조사 결과는 이 '당연함' 뒤에 숨은 거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