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부동산 앱이 띄운 알림이 눈에 들어온다. 전셋값이 또 올랐다. 2년 뒤 재계약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숨이 막힌다. 옆자리 청년도 비슷한 화면을 보고 있다.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
서울 노원구의 한 다가구주택 앞. 김모씨는 문 앞에 붙은 경매 안내문을 멍하니 바라본다. 여섯 달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그의 보금자리였다. 2억원의 전세보증금, 그것은 15년간 모은 전 재산이었다. 집주인이 사라진 것은 석 달 전.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속았다는 것...
나오미 클라인은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에서 기후변화를 두고 자본주의와의 전쟁이라고 썼다. 2014년의 일이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대우건설은 ESG위원회의 명칭을 바꾸며 기후정보공시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7월 9일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1300억 원 규모의 기후테크 펀드 조성을 발표했다. 기후위기 대응이 투자 상품이 되는 시대가 왔다. 기후를 둘러싼 언어가 바뀌고 있다. 위기에서 기회로, 규제에서 혁신으로. 대우건설은 ESG위원회를 기후정보공시 대응 조직으로 개편했고,...
당신은 길을 걷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받는다. 상담원이 묻는다. 임신했나요.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당신은 아니라고 답하고 전화를 끊는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계속 맴돈다. 보건복지부가 위기임신보호출산제 시행 1년을 맞아 성과를 발표했다. 2023년 7월 시작된 이 제...
당신은 혼자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여성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가족에게도, 파트너에게도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매일 커가는 배를 감추며 출근하는 그녀의 하루를. 위기임신보호출산제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보건복지부는 이 제도가 위기임산부와 아동의 지지체계로 자리잡...
2030년쯤, 누군가는 이 시기를 돌아보며 말할 것이다. 2024년 여름이 전환점이었다고. KB금융이 부동산PF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나선 그때,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었을까. 아마도 숫자 뒤에 숨은 도시의 얼굴이었을 것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이라는 복잡한...
빚이 빚을 낳는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는 전환사채는 미래의 가능성을 현재의 자금으로 바꾸는 일종의 도박이다.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부채, 그 첫 5000년』에서 추적한 부채의 역사는 단순히 경제적 거래를 넘어선다. 부채는 권력관계이자 도덕적 의무이며, 때로는...
2024년 7월 9일, 정부는 로봇산업을 미래 핵심 성장축으로 지목했다. 전방위적인 투자와 규제 완화를 예고하며 관련주들이 들썩였다. 스맥, 로보티즈, 로보스타. 증시에 오른 이름들이 미래를 약속한다.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난 지 210년이 지났다. 1811년 영국 노팅...
2023년 한국의 산업용 로봇 밀도는 근로자 1만 명당 1012대였다. 세계 1위다. 2위 싱가포르의 두 배에 가깝다. 정부가 로봇산업을 미래 핵심 성장축으로 지목했다. 규제를 풀고 투자를 늘린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결합하면서 시장은 들썩인다. 관련주들이 급등한다. 2...
세종로 정부청사 회의실의 긴 탁자 위로 형광등 불빛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7월의 무더위 속에서도 에어컨이 돌아가는 이곳은 서늘했고,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은 나흘째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2025년도 최저임금 1만 30원. 전년 대비 1.7퍼센트 인상. 역대 두 번째...
회의실 시계가 새벽 2시를 가리킬 때,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한 명이 계산기를 다시 두드렸다. 1만원에서 1만 30원. 0.3퍼센트 인상분이 과연 누군가의 월세를 낼 수 있게 해줄까.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숫자가 단순한 산술이 아니라 누군가의 아침 식탁, 자녀의 학...
당신이 마지막으로 고향을 찾은 것은 언제였는가. 명절이나 경조사가 아니라면 굳이 찾을 일도 없어진 그곳. 어릴 적 뛰놀던 골목엔 빈집이 늘고, 학교는 문을 닫았다. 동네 은행 지점도 사라졌다. ATM기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다. 경북 영양군. 인구 1만 5천여...
2024년 6월, 경북 영양군. 인구 1만 5천명. 농협은행 지부장이 말한다. 우리의 역할은 이익창출이 아니라 금융 공공성 확보라고. 4년간 2억 6천만원을 투입한다고 했다. 지방소멸. 이제는 흔한 단어가 되었다. 2014년 마스다 히로야가 『지방소멸』에서 처음 제기한...
2030년 어느 날, 누군가 2024년의 주거 통계를 펼쳐볼 것이다.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일반화된 전환점을 찾는다면 아마 이즈음일 거다. 전세 공포라는 단어가 일상어가 된 시점. 청년들이 보증금 떼일까 두려워 아예 월세를 택하기 시작한 시점. 서울의 원룸 월세는 이...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20대 후반의 청년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중개인이 묻는다. 전세요, 월세요? 청년이 대답한다. 전세로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중개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요즘 전세는 거의 없어요. 있어도 금액이... 6월 둘째 주, 서울신문이 보...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룸. 매달 이곳에서 발표되는 재정동향 자료는 언론사 기자들의 노트북 화면을 가득 채운다. 숫자들이 빼곡히 들어찬 표와 그래프, 그리고 전년 대비 증감률을 설명하는 담당자의 목소리. 4월 재정적자 31조 2000억 원이라는 숫자가...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r>g라는 단순한 부등식으로 세계를 흔들었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넘어서는 순간, 부는 스스로를 증식시킨다. 노동은 자본을 따라잡을 수 없다. 이 책이 나온 지 10년, 한국의 재정적자가 31조 2천억 원에 달했다는 소식이 전해...
당신은 오늘도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몇 개나 접했을까. 뉴스 요약, 검색 결과, 심지어 누군가의 SNS 게시물까지. 이미 일상 곳곳에 스며든 AI를 이제 와서 규제한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AI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딥...
2024년 1월, 한국 정부가 전국 최초로 AI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딥페이크를 비롯한 악용 사례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같은 시기 글로벌 AI 투자액은 673억 달러를 돌파했다. 규제와 투자가 동시에 늘어나는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기술에 대한 인류...